[창간기획 4]성균관대 최윤섭 교수 "의사,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달라지는 것"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의료계에서도 '인공지능'의 영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장미빛 시작일까 아니면 불행의 서막일까? 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최윤섭 교수는 이제 인공지능이 의사와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현재 의사가 맡고 있는 많은 역할 중에서 어떤 것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자동화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부분은 마지막까지 인간의 역할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에게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물었다. <기획①> 미래 의학,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기획②> '의사'에 도전하는 슈퍼컴 '왓슨' <기획③> "미래가 원하는 의사 스펙은 공감·관찰능력" <기획④> "미래의 의사, 데이터 과학자로 거듭나야"
 
▲ 최윤섭 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교수

- 미래,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일들이 점차 많아짐으로써 의사의 역할도 점차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역할이 현재와 달라질 것으로 본다. 현재 가지고 있는 역할 중에 디지털 기술 때문에 사라지는 역할도 있고, 새롭게 생기는 역할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부터 새로운 의료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의사들이 거쳐온 일반적인 과정이다.

X-ray, MRI, 로봇 수술, DNA 분석 등의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의사의 역할은 달라지고 진화했다.

다만 인공지능의 영향은 지금까지 기술과는 달리 좀 더 폭넓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비노드 코슬라가 몇년 전 "80%의 의사가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해 많은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나는 이 문장을 '현재 의사가 가진 역할 100가지 중 기계도 할 수 있는 80가지는 대체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 20가지가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의사의 역할이 생겨날 것'으로 이해한다. 여기에서 끝까지 인간의 몫으로 남을 역할, 그리고 새롭게 생겨날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의사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나?

이 질문은 현재 의료계 종사자들보다 의과대학 학생이나 수련받는 선생님들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학생이나 수련의들은 은퇴 전에 인공 지능의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로 딥 러닝이나 IBM 왓슨 등에 의해서 이미 영향을 받기 시작한 분야도 있다. 의대생들은 향후 전문 분야를 선택할 때에 이러한 요인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인턴을 끝내고 전공을 선택할 때 이런 조언을 구하는 선생님들이 적지 않다.

힌트를 주자면 직관에 의한 의사 결정이 아닌,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나 근거에 기반해 논리적이고 단계적으로 내려지는 의사 결정 과정은 기본적으로 알고리즘화가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자동화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남는 부분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 그렇다면 의학교육도 이에 발맞춰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가?

그렇다. 어떤 교육이 새롭게 필요할지는 기계로 대체 가능한 부분과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

단순 암기에 대한 중요성은 덜 강조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 능력이나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 '인간으로서' 환자를 대할 수 있는 인문학적,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이 더욱 강조돼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활용된다는 점은 최신 의학지식, 정보, 기술적인 측면에서 지금보다는 의사들 사이의 격차가 훨씬 적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의사의 경쟁력은 기술적인 측면 이외의 소프트한 부분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기계 의사와 함께 일하기 위해 인간 의사는 좀 더 인간다워져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하버드의대에서도 바이오메디컬 인포매틱스 학과를 만들었다고 한다. 굳이 학과까지 만들지는 않더라도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이나 통계학 등은 꼭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 자체를 배워야 한다. 어차피 수련을 끝낸 뒤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면, 그것 자체를 수련 과정 중에 배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미래 의학, 의료 서비스는 어떤 것인가?

의료는 향후 더욱 예방적이고 개인 맞춤형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향후 측정 가능한 데이터의 종류는 많아지고, 정확도는 의학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연속적인 측정으로 데이터의 양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현재 애플의 헬스키트 플랫폼을 기준으로 개인이 측정할 수 있는 건강·의료 데이터 종류는 70가지 이상이다. 미국의 선도 병원들은 이 데이터를 EMR을 통해서 받아들이고, 진료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물론 개인의 유전 정보도 포함된다. 구글, IBM, 애플,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도 개인들의 유전 정보를 이용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거나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도 올해 초 '정밀 의료 이니셔티브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를 시작하고 막대한 자금의 투자를 통해 유전 정보 데이터 축적과 이를 통한 맞춤의료 구현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이를 보면 개인들이 유전 정보를 소유하게 될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내다본다.

이렇게 측정되는 개인의 헬스케어 데이터 및 유전 정보는 그야말로 빅데이터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빅데이터를 어떻게 수집·저장하고 분석해 치료에 응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병원은 일종의 데이터 분석 센터의 역할을 추가적으로 갖추고, 의사들도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 과학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지속적이며 원격으로 측정되는 환자 유래의 데이터에 기반하면 보다 예방적이고, 개별 환자에게 적합한 의료를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이러한 시도는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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