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3]서울와이즈요양병원 김치원 원장, 의료는 신용재…커뮤니케이션·의료윤리교육 시급

디지털 헬스케어가 미래 의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가능성이 실현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와이즈요양병원 김치원 원장은 너무 먼 미래의 의료시스템을 내다보기에 앞서 현 의료제도와 의학지식의 특성에 비롯한 장애물을 넘어서기 위한 준비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을 만나 미래의학이 어디까지 왔으며, 미래의학의 중심 핵이라 불리는 디지털 헬스케어 성장 히스토리에 대해 들어봤다. <기획①> 미래 의학,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기획②> '의사'에 도전하는 슈퍼컴 '왓슨' <기획③> "미래가 원하는 의사 스펙은 공감·관찰능력" <기획④> "미래의 의사, 데이터 과학자로 거듭나야"
 
▲김치원 원장ⓒ메디칼업저버고민수기자

- 미래의학이 어느 수준까지 왔다고 보나?

아직까지는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IBM의 왓슨을 예로 들어보자. 왓슨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들을 보면 환자를 진단하는 정확도는 높지만, 새로운 분야에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작업이 필요하다는 논평이 많다. 다만 왓슨이 지금보다 한 단계만 더 발전해도 최적의 치료 방침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이 외에도 엑스레이, CT를 인공지능으로 판독하는가 하면, 당뇨병 관리 앱을 비롯한 질병을 관리해주는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제품 대부분이 개발 과정에서 1단계 수순만 밟을 뿐, 그 다음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원과 여건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될 수 있다.

또 여전히 미래의학을 관망하는 분위기 속에 환자, 의사, 병원, 보험회사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이들을 포섭하고 어떻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관심을 유도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 미래 보고서들을 보면 향후 의사 없는 처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인체의 변화를 실시간 측정하고, 그에 맞춰 처방약을 내주는 방식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향후 10년 정도 사이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의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갈 수 없다는 의견이 주도적이다. 탐색재(search goods), 경험재(experience goods), 신용재(credence goods)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의료는 다 신용재다. 소비자 즉 환자는 의료 서비스를 받아도 판단을 정확히 할 수 없다.

내가 편했는지, 담당 주치의가 어땠는지 정도는 알 수 있지만, 내 몸이 건강해졌고, 좋은 의료를 받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명확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은 병원과 의사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성능이 뛰어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환자의 인식과 행동이 바뀌지 않는 한 의사를 배제한 제품이 성공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웨어러블 기기 역시 얼마나 지속적으로 쓸 수 있냐는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 아직까지는 칼로리, 수면 패턴, 걸음수 정도 등을 파악하는 정도다. 의사의 진료와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방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이러한 웨어러블 기기 도입에 따른 성과를 얻기 위한 의료 전달 체계 역시 갖춰져 있어야 한다. 

- 암환자 임상 연구와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연구 등에 왓슨을 쓰는 병원이 늘고 있다. 실제로 의료서비스분야에서 왓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가?

엄청난 양의 자료를 분석해 정확도 높은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왓슨을 의료분야에 적용한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는 다들 동의한다. 의학 발달로 무수한 논문과 자료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고 할지라도 최신 지견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기란 거의 힘들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연구단계이다. 현재 메이요 클리닉과의 임상시험을 비롯한 베일러의대의 키나아제(kinase)에 대한 연구에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2014년 10월 IBM의 발표에 따르면 태국 범룽랏 병원에서도 왓슨을 5년 사용한다는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실제로 임상에 왓슨이 적용됐기 때문에 그 성과가 궁금하지만 아직 발표된 내용은 없다. 나 역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국내 병원들은 스마트폰으로 외래 진료를 접수하고 병원 곳곳에 위치기반 서비스 기기인 비콘을 설치하는 등 점차 스마트병원을 구축하고 있는 분위기다.

메이요 클리닉이 단연 선두주자다. 이미 활동량 측정계인 핏비트를 이용해 심장수술 환자들의 회복을 모니터하는 연구를 시행했고, 작년 4월에는 의료상담 앱인 베터를 개발해 메이요 클리닉의 의료 지식 데이터베이스와 증상확인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애플의 헬스킷에 중요한 파트너로 참여하기도 했다.

국내 병원은 의료진이 스마트폰을 통해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을 확인활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또 의료진이 전자의무기록의 내용을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닥터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환자 곁에서 실시간으로 환자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응급실에서도 검사 및 진료 현황을 하나의 화면으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대시보드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안다.

- 미래의 의사가 준비해 할 것들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과 의료 윤리에 대한 교육, 연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및 알고리즘의 발전에 따라 병원이 디지털헬스케어로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복잡한 검사, 시술, 수술 연구에 집중하게 되는 것처럼 의사는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기계가 쉽게 대처하기 어려운 영역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즉 공감능력이 뛰어난 의사는 환자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정보를 얻어내기도 하며 관찰능력이 뛰어난 의사는 환자가 진료실에 걸어 들어오는 모습만으로 많은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또한 디지털 기기가 발달한다고 해도 환자나 보호자가 그 내용과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때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며, 기계와 대체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래의 의사'가 아닌 '좋은 의사'가 되는 데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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