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표적항암제 내성 극복...자가면역반응 등 부작용 극복이 관건

<창간14 기획> 미래와 소통하라
항암치료의 미래 '면역항암제'에 주목

1. 면역항암치료, 언제부터?

2. 새로운 면역항암제 어떤 게 있나?

3. 면역항암제 시대에 남겨진 과제-가톨릭의대 강진형 교수 인터뷰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세포독성항암제를 이용한 항암화학요법과 표적치료제가 기존 치료방식이었다면, 이제 화두는 면역항암제다.  

 

1990년대 말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 이매티닙을 필두로 등장한 다양한 표적치료제들은 암환자들의 생존율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렸지만, 원발유전자 변이가 없는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고질적인 한계를 지닌다.

더욱이 초기 반응을 보였던 환자라도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완치에 이르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0년대 이후 면역항암제의 등장에 암 전문의들이 다소 흥분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면역항암요법(cancer immunotherapy)은 일찌감치 Science지에 의해 '올해의 연구(breakthrough of the year)'로 선정됐고(Science 2013;342:1432-1433),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구과제로 손꼽히기도 했다.


면역체크포인트 조절로 T세포 활성화

면역항암제란 정상적으로 인체 내 활동 중인 면역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약물이다. 암세포에 의해 무력화되는 인체 내 면역계를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제와 차별된다.

사실 면역체계를 질병치료에 이용하려는 전략이 새로운 시도는 아닌데, 암환자들에게는 1890년대 박테리아를 주입해 종양 축소반응을 유도했던 것이 시초라고 알려졌다.

이후 100여 년 뒤부터 인터페론이나 인터루킨-2(IL-2), 림포카인활성화세포(lymphokine-activated killer cell, LAK) 등을 투여하는 임상연구(NEJM 1985;313:1485-92)가 활발해졌으며, 2004년 항CTLA-4 단일클론항체 이필리무맙(ipilimumab)의 개발이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됐다.

이필리무맙은 CTLA-4 단백질과 결합, CD80/CD86과의 상호작용을 차단함으로써 T세포의 증식을 증가시키는 기전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전이성 흑색종의 적응증을 따냈다(NEJM 2010;363:711-23).

▲ 국내 출시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제품사진

최근에는 PD(Programmed Death receptor)-1 또는 PD-L1(Programmed Death-Ligand)을 타깃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계열이 주류를 이룬다. 항PD-1 단일클론항체 니볼루맙(nivolumab)과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이 대표적.

그 외 PD-1 계열에서는 AMP-224, AMP-554, 피딜리주맙(pidilizumab) 등이, PD-L1 계열에서는 BMS-936559, MEDI4736, MPDL3280A, MSB0010718C 등이 활발히 개발 중이어서 향후 2~3년 내에 치료 옵션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비록 종류는 다르지만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면역 체크포인트(immune checkpoint)들을 조절해 T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한 원리를 갖는다. 즉 '항암면역세포치료' 또는 '면역표적치료제'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가톨릭의대 강진형 교수(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는 "1980년대 쓰였던 인터페론이나 IL-2가 광범위한 의미의 면역치료제였다면 이제는 표적을 알고 있다는 게 극명한 차이다.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세포 내 분자 수준에서 특정 물질의 차단과 면역세포의 활성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요법 "수혜자 찾아라"

향후 면역항암제의 연구는 크게 CTLA-4나 PD-1, PD-L1 같은 표적 외에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것, 다음으로 이미 개발돼 있는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에 관한 2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PD-1, PD-L1을 잇는 차세대 후보물질로는 B7 또는 CD28 계열이 가장 유력하다(Nat Rev Immunol 2002;2:116-26).

병용전략은 독성반응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기존 표적항암제 또는 2가지 이상의 면역항암제 병용 시 뛰어난 항암효과가 뛰어나지만 그만큼 부작용 발생률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억제돼 있던 T세포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암세포뿐 아니라 간, 췌장, 갑상선, 뇌하수체와 같은 여러 신체기관을 공격해 간염, 갑상선염 등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세계적인 암연구 권위자인 Jonathan Cebon 교수(호주 루드비히암연구소장)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 문제를 자동차의 가속장치(accelerator)와 감속장치(accelerator)에 비유했다. 즉 효과와 부작용의 균형을 잡는 게 관건인데, 장기 사용 시 면역체크포인트 과발현에 의한 내성 가능성도 방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강진형 교수는 "내성 발생률이 표적치료제보다는 낮지만 안 생긴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암세포가 어떤 방식으로 면역항암제에 내성을 일으키는지와 함께 치료반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진단방법의 개발이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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