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어렵고 딱딱한 학회 홈페이지, 교수들만의 공간? 국민과 소통의 장

 

 
"당신이 기억하는 정치인을 묻는다면?"

여러 대답이 나온다. 정치에 문외한일지라도 연일 보도되는 사회적 이슈에 굵직한 이름들은 어렵지 않게 읊을 수 있을 정도.
그렇다면 국내 저명한 의료진이나 존경받는 의학자를 묻는 질문엔 과연 몇이나 답을 댈 수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지금과 같이 편안하게 최첨단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 현대 의학의 기틀을 다진 의사는? 과거 '도제식 교육'으로 대표되는 의학 분야에 한 차원 높은 근거중심의학(EBM)의 씨앗을 뿌린 의학자는 누구일까?

물론 세간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공정성을 기한다면 대한의학회에서 제정한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의학자인 故 이문호(1922∼2004년) 선생을 꼽을 수 있겠다.

서울의대 출신으로 정년퇴임 후 서울아산병원 초대 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한국 현대의학의 태동을 견인했다는 점과 의사국가시험제도를 정착시켰다는 게 주요 성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업적에 비하면 분명 낯익은 이름은 아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어느 하나 중요치 않은 분야는 없지만 의료는 국가의 기간이 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의료인들은 인류 중대사인 생명을 다루면서도 국민들의 뇌리에 쉽사리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질병의 예방과 치료가 여느 때보다 강조되고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의료정보의 범람 속에 사는 요즘, 의료인의 올바른 건강 길잡이 역할이 부각된다.

의학자들의 주요 활동공간인 학회 커뮤니티가 일반 대중과의 접근성에 있어 기울인 일련의 노력들과 미흡한 부분을 짚어봤다.

1. 국내 학회, 양적 성장…국민과 소통은?

2. 명품 홈페이지, 디테일이 가른다

160개 학회 활동…50년 만에 4.7배 늘어

현재 대한의학회가 인정하는 정식 회원 학회수는 160개. 1966년 당시 34개 학회가 활동했던 것과 비교하면 50년에 걸쳐 몸집이 4.7배나 커졌다.

질환의 영역이 방대한 만큼 전체 학회를 분류해보면 크게 8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생리학 계열 △해부·병리학 계열 △사회(인문)의학 계열 △내과학 계열 △외과학 계열 △내·외과에 포함되지 않은 임상의학 계열 △연합학회 △의학 분야와 관련성이 높은 유관학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의학계가 인정하는 정식 학회의 기준은 까다로운 편. 국민들에 접근성이 높은 기초 및 전문 진료과 분야 34개의 기간학회를 비롯 이들 학회에서 파생된 세부융합학회 126개가 등록을 마쳤다.

이들 학술단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가 의학발전을 견인하는 조직이다. 진료를 보는 의사인 동시에 의료의 질적 성장을 돕고 후학양성의 최일선에 선 첨병인 셈.

하지만 뼈아픈 말이 나온다. 의학자들이 모여 한 해 동안 연구성과를 논의하는 연례 학술대회를 두고 '그들만의 잔치'라는 냉혹한 사회적 평가가 빈번히 야기되는 것. 더 많은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하는 의료인들이 정작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가슴 아파하고 있다.

적지 않은 160개 국내 의학회들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학회'를 목표로 하지만 애로점이 많은 상황이다.

 

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저마다 학회들은 사회에서의 제 역할을 고민하는 한편 정부나 사회단체, 기업 등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일부 고충이 있다"고 토로하면서 "정권마다 의료가 국가 발전에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역설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은 정부 전체 연구 예산의 5%를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열악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의학연구 수준은 글로벌화를 이뤄낸 분야가 적지 않다. 이러한 자생적인 성장도 결국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더이상의 진전은 없다는 학계의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국가의 지원을 이끌어내고 국민의 저변 확대에 가장 요구되는 학회의 자세는 무엇일까. 대한의학회는 현재까지 일궈낸 의학계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정을 받으려면 먼저 다가서야 한다는 것.

물론 홍보에 모든 것을 다 담아내기란 어렵다. 의료의 성격상 공익성과 전문성을 주요 키워드로 가져가면서도 사회 내에서 추구해야 할 역할을 적극 홍보하자는 게 현재 트렌드.

'질환의 날' 지정 등 다양한 공익 캠페인 진행
홍보 부족해 국민들 잘 몰라

학회를 알리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공익 캠페인을 들 수 있다. 대국민 건강 캠페인은 공익성을 바탕으로 질환 정보를 모든 사람에게 알기 쉽고 설득력 있게 호소한다. 이러한 캠페인의 진행은 사회공헌 이미지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해당 과별 질환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킨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학회마다 '질환의 날'을 지정해 캠페인 주간(disease week)을 꾸려나가는 것도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다.

 
▶ 3월 둘째 주 목요일은?

신장 전문의가 주축이 돼 전 세계가 함께하는 세계 콩팥의 날이다. 올해 국내에선 건강걷기대회를 비롯, 서울대병원 영양팀 등이 참여해 건강식단과 안심푸드 홍보, 건강강좌 등이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 9월엔 '골드리본'

9월엔 골드리본이 걸린다. 대한대장항문학회와 대한암협회가 공동으로 전국 60여 개 병원에서 무료 건강강좌, 무료 대장내시경 검진의 기회를 제공한다.

▶ 10월엔 '골드링 캠페인'

대한류마티스학회가 10월 류마티스123캠페인,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기준으로 한 女류사랑 캠페인 등을 일원화해 2011년 가을부터 골드링 캠페인을 통합 실시했다.

▶ 10월 20일 '세계 골다공증의 날'·'간의 날'

매년 10월 20일은 국제골다공증재단(ICF)이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세계 골다공증의 날을 지정, 90여 개국에서 하룻동안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또 이날은 2000년부터 시작된 대한간학회의 간의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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