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 안 되려면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하고 수출경쟁력 키워야

1저성장시대 생존전략

-글로벌 제약사들 뛰는데 한국은 걸음마

2. 국내 제약사 부분별 M&A에 취약

-'먹잇감' 안 되려면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하고 수출경쟁력 키워야
 

제약사 간 M&A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지만 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제약시장의 기반이 허약한 국가에서는 더더욱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자본력이 약한 국내 제약사들이 거대자본을 가진 외국계 제약사에 의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단위의 대형 M&A보다는 사업 부문 단위의 M&A를 선호하는 최근의 방식도 국내 제약사들이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사의 핵심 역량만 외국계 제약사에 팔리면 국내 제약업계는 황폐해질 것이란 걱정이다.

"순식간에 먹잇감 될 것" vs "국내 시장 매력 없어"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도 알짜배기 국내 제약사를 M&A로 먹기 위해 사모펀드 등과 합세한 세력이 있다고 말한다. 제약사들이 경계심을 늦추고 있을 때 한순간에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은 상장돼 있는 회사보다 비상장된 회사를 선호하고, 노조가 있는 회사보다는 없는 회사를 더 눈여겨본다. 노조가 있을 때는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 기업인이나 학자들의 경계심은 조금 느슨한 편에 속한다.

성균관대 이희상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글로벌기업들은 우리나라 또는 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해 마케팅 관점 이외에는 매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별히 외국계 회사에는 인수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는 심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인수 타깃이 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국내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중요하지 않다"며 "기업인이나 학자들 입장에서 딱히 국내외를 구분해 M&A 대응전략을 준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계 제약사 M&A와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먹튀' 논란이다. 지난 2012년 다국적 제약회사인 알보젠이 760억원에 근화제약을 인수했을 때도 먹튀 얘기가 나왔다. 근화제약이 알보젠파인브룩으로부터 2종의 복제약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약 500억원에 인수하는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알보젠이 계열사를 통해 인수 자금을 회수하려 한다는 지적이었던 것. 결국 아시아권의 다른 제약업체가 복제약 계약을 맺었지만 알보젠을 바라보는 의혹의 눈길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성화된 약물'로 무장하라

그렇다면 정글 같은 제약업계에서 생존하는 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외국계 제약사든, 국내사든 M&A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전문화된 약물 보유·해외수출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의 판단보다 시장이 한 발 더 빨리 움직인다고 했듯이 이미 이런 움직임들이 포착된다. 몇몇 제약사가 특화된 약으로 무장하기 시작한 것. 환인제약이 아리피졸정2mg정 시판과 환인도네페질정 23mg을 발매하면서 정신과 영역에서의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삼천당제약은 일회용 점안제 시장 1위 업체 디에이치피코리아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안과용제에 특화된 제약사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항생제 영역은 명문제약이 깃발을 꽂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인 '명문록시트로마이신정'을 내놓으면서 항생제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항고혈압·고지혈 복합제 '텔로스톱(텔미사르탄+로수바스타틴)'의 발매한 일동제약은 심혈관계 만성질환 제품군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일동제약은 올메팜(올메사르탄), 미카테르(텔미사르탄), 디오패스(발사르탄) 등과 스타틴계열 약물인 로베틴(로수바스타틴), 리피스톱(아토르바스타틴) 등 다양한 ARB계열 약물을 보유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자리매김은 이미 마쳤다는 평가다.

미래는 수출에 있다

제약사들이 앞으로 수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제약회사는 10%가 수출이고, 내수가 90%를 차지한다. 정체된 내수시장을 벗어나 넓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의약품 수출 규모는 9.4% 상승했다. 자금력과 R&D 투자 여건 등에 있어 여력이 있는 녹십자, 유한양행, LG생명과학, 동아ST, 한미약품 등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의약품 수출이 살길이지만 이를 위한 준비는 허술한 게 현실이다. 제약사를 경영한 경험이 있는 한 CEO는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많은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수출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제약사는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허당인 경우가 많다"며 "수출을 하려고 해도 외국의 기준에 맞출 수 있는 약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제약사들이 수출할 수 있는 준비가 거의 안 돼 있다. 국제공통기술문서(CTD)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약물 안전성 데이터도 거의 없다"며 "제약사 내에 전문가가 없는 것도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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