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M&A, 저성장시대 생존전략으로 부각

 

1.저성장시대 생존전략

-글로벌 제약사들 뛰는데 한국은 걸음마

2. 국내 제약사 부분별 M&A에 취약

-먹잇감 안 되려면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하고 수출 경쟁력 키워야

 

"인수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단 M&A 규모로 키우는 역발상 필요"

세계 대형 제약회사들이 지속되는 성장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는 M&A다. 시장 경쟁력 확보, 신시장 개척, 비용 절감, 파이프라인 강화, 기존 사업 성장 등 다양한 목표로 M&A 전략이 쓰이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저성장 극복 전략'이다.

한 M&A 전문가는 "요즘의 M&A는 과거처럼 대규모 M&A가 아닌 필요한 부문만 골라 내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며 "목적을 세분화해 단계적, 전략적, 다수의 소형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제약사 CEO였던 모 인사는 "최근 국내에서 일어나는 M&A 경향은 '덩치 키우기'로 요약할 수 있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 소형제약사를 사들여 몸집을 키우는 패턴이 많다"며 "사업 시너지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M&A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전 세계 제약사 M&A 5년간 1938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0~2014년까지 거래 완료된 세계 제약회사의 M&A 건수는 지난 5년간 총 1938건이었다. 2014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1538억달러(176조 241억원) 규모의 M&A가 이뤄진 것이다. 국가별 거래는 미국과 EU가 주를 이뤘고, 중국과 일본이 뒤를 이었다.

2010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M&A는 복제약 업체인 미국 악타비스가 신약업체 포레스크랩스를 236억달러(약 26조 7천억원)에 인수한 사례다. 이 M&A는 악타비스의 제품 영업권 확보와 자금력 강화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엘도 세계 2위 제약사인 미국 머크의 소비자 사업부를 142억달러(약 14조 6189억원)에 인수했다. 바이엘측은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기 위해 머크의 소비자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자국 넘어 해외 인수·합병에도 적극적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빨리 제약사간 M&A를 통해 어려움을 돌파하는 전략을 썼다. 2005년 야마노우치제약과 휴지사와약품공업간 M&A로 아스텔라스가 탄생했고, 다이이찌제약과 산쿄 간 M&A로 다이이찌산쿄가 생겨났다. 또 미츠비시도쿄제약과 타나베제약의 M&A 결과로 타나베미츠비시제약이 출범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자국 내 기업 간 M&A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해외 M&A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오츠카가 미국 Astex를 882억엔(8164억원)에 인수하는 등 파이프라인 확보와 경제 규모 확보를 위해 해외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제약기업들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서 R&D를 강화하고, M&A를 통해 실적 성장을 꾀하면서 해외 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국내 제약계도 '꿈틀'…생존전략으로 부상

국내 제약기업들 간의 M&A도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약가인하정책과 리베이트 쌍벌제 등의 규제 강화로 시장이 침체됐고 이로 인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시장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어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도 M&A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M&A 건수가 많지 않지만 서서히 증가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자난 2010년 동아제약이 삼천리 제약을 인수한 사례가 M&A 사례 중 큰 건에 속한다. 동아제약 계열사인 유켐(주)를 통한 삼천리 제약 인수계약 체결 및 삼천리 제약 주식과 현금을 취득했다. 이후 삼천리제약 주식 양수, 양도계약 종결에 필요한 양수대금 잔금 처리 등 모든 절차를 완결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29일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의 구주 600만주와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950만주, 총 1550만주(지분 30.2%)를 확보해 공동경영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대웅제약측은 "오랜 기간 투자와 연구를 지속해 온 한올의 R&D 성과와 대웅이 보유한 글로벌네트워크, 그리고 강력한 영업력이 접목되어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올이 개발한 신약의 글로벌 라이센싱 아웃 가능성을 높이고, 대웅의 영업력이 대형품목 육성에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외에도 중소규모의 인수합병이 진행됐는데, 한국콜마의 비알엔사이언스 인수,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스카이뉴팜 인수 등이 그 것이다.

"국내 규모·역량 미흡…갈 길 멀었다"

다국적제약사들이 생존을 위해 활발하게 부문별 M&A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국내 제약시장에서도 M&A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기업 간 M&A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조차 드물게 진행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제약시장에서 M&A를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을 보인다. 성균관대 이희상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제약회사들은 규모와 역량 면에서 너무나 작고 약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교수는 "피인수자 측에서 M&A를 시도하면 매우 취약하다.

누군가 인수하고자 하려는 타깃 기업이 있다면 오히려 그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매력이 있는 기업"이라며 "산업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M&A가 우리나라 제약 비즈니스 생태계를 더 튼튼하게 해주는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인수대상이 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인수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떻게든 방어하려는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역량을 키우고 오히려 적극적인 M&A로 규모를 키우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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