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계획단계부터 환자 참여시켜야

환자와 의사 간 소통 자체가 취약한 상황에서 환자의 참여만을 내세운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디자인케어 구정하 대표(전략 디자이너)는 치료계획과 진료과정에 환자가 참여하는 것에서부터 소통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구 대표를 만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국형 환자참여프로그램인 '코디자인' 주요내용과 환자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기획-상>'소통하는 병원이 통한다' <기획-상 인터뷰> "의료진은 환자 돕는 퍼실리테이터" 구정하 디자인케어대표
▲ 구정하 디자인케어 대표ⓒ메디칼업저버고민수기자

- 환자참여프로그램인 코디자인이 일반적인 정보공유와 다른 점은?

현재 의료커뮤니케이션은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현재 겪고 있는 증상들을 이야기 하면 의사가 전문가의 입장에서 정보를 주고, 이에 환자가 "알겠습니다"는 형식으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코디자인에 참가한 환자는 다르다. 정보를 받는 입장이 아닌, 전문가로서 참가하기 때문에, 질환으로 인해 느꼈던 자기만의 경험담과 정보들을 함께 공유하고 조언한다.

- 코디자인을 통해 환자들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태도변화다. 초반에는 단순히 의견을 교환하는 정도였지만, 점차 적극적으로 변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한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처음에는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가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공유하다보면 의사와 환자의 갭이 자연스레 좁혀진다. 실제로 모 대학병원에서 의료진, 환자, 보호자 등이 참가한 코디자인을 시행했더니, 점차 서로 간의 의견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과거 의료진과 환자들에서 보인 수직적인 관계가 자연스레 무너진 것을 확인했다.

- 외국에서 소통개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는?

영국 NHS가 시스템 전체를 환자참여 형식으로 교체했다. 경험기반의 코디자인 연구(experience based co-design, EBCD)를 10여 년간 진행한 결과 환자의 적극적인 태도 및 인식변화가 의료진과의 관계개선은 물론 병원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음을 몸소 확인한 것이다.

- 대학병원이나 개원가에도 적용할 수 있나?

개원가에서는 아직 환자와의 소통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코디자인을 적용하려면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과거 개원의들과 소통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일부에서 "환자와 왜 소통을 해야 하지?"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잡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대학병원은 코디자인 프로그램을 적극 적용하려고 한다. 진료시간이 3분도 안되다보니, 일반적인 정보교환만 이뤄지는 대화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병원들이 많아지면서, 환자참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노력 등을 보이고 있다.

- 의료진들 간의 소통 향상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병원을 경쟁의 장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남아 있고, 공동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자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소통의 기술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통 향상이라는 목표를 위해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의료정보 홍수 속에서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도는 점차 낮아지는 거 같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늘고 있는 닥터쇼핑도 하나의 원인이다. 환자는 자신에게 나타나는 각종 증상을 고치기 위해 병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왜 이 병원에 왔는지 어떤 증상을 겪고 있는지 알아 맞출 때까지 이곳저곳 방문하는 경향이 크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러한 기존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는다면, 환자가 주체적으로 자기 질병을 객관화 해 의사와의 소통에 힘쓰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의료진들은 최신지견을 의사만 안다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환자는 병을 극복하는 주체, 의료진은 환자가 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즉 조력자가 되야 한다는 생각말이다. 역할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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