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일 접속 40건 미만 학회도…'폐쇄적' 지적, 활용 방안은?

 

 

"당신이 기억하는 정치인을 묻는다면?"

여러 대답이 나온다. 정치에 문외한일지라도 연일 보도되는 사회적 이슈에 굵직한 이름들은 어렵지 않게 읊을 수 있을 정도.

그렇다면 국내 저명한 의료진이나 존경받는 의학자를 묻는 질문엔 과연 몇이나 답을 댈 수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지금과 같이 편안하게 최첨단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 현대 의학의 기틀을 다진 의사는? 과거 '도제식 교육'으로 대표되는 의학 분야에 한 차원 높은 근거중심의학(EBM)의 씨앗을 뿌린 의학자는 누구일까?

물론 세간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공정성을 기한다면 대한의학회에서 제정한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의학자인 故 이문호(1922∼2004년) 선생을 꼽을 수 있겠다.

서울의대 출신으로 정년퇴임 후 서울아산병원 초대 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한국 현대의학의 태동을 견인했다는 점과 의사국가시험제도를 정착시켰다는 게 주요 성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업적에 비하면 분명 낯익은 이름은 아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어느 하나 중요치 않은 분야는 없지만 의료는 국가의 기간이 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의료인들은 인류 중대사인 생명을 다루면서도 국민들의 뇌리에 쉽사리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질병의 예방과 치료가 여느 때보다 강조되고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의료정보의 범람 속에 사는 요즘, 의료인의 올바른 건강 길잡이 역할이 부각된다.

의학자들의 주요 활동공간인 학회 커뮤니티가 일반 대중과의 접근성에 있어 기울인 일련의 노력들과 미흡한 부분을 짚어봤다.

1. 국내 학회, 양적 성장…국민과 소통은?

2. 명품 홈페이지, 디테일이 가른다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하지만…소통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학회의 행보에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늘상 따라다닌다. 반면 국내 학회 홈페이지 소개글에는 "함께 하겠습니다"란 문구가 강조된다.

그렇다면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함께 한다고 표현하려면 참여자의 호응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의 호응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콘텐츠다. 정보의 홍수 속 사람들의 시야는 그만큼 넓어졌기 때문.

 

홈페이지 썰렁…하루 접속 40명 미만인 곳도
학회 규모·인지도와 상관 없이 접속자 수 적어

현재 국내 학회 홈페이지에 1일 평균 방문자 수를 공개한 곳은 손에 꼽는다. 접속 통계를 공개하는 것이 투명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해당 홈페이지의 쓰임새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는 있다.

최근 홈페이지를 리뉴얼한 대한간학회의 평균 접속자 수는 250건(2015년 6월 4주차 기준), 국내서 국제학회를 활발히 개최하는 대규모 학회인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40건(2015년 7월 1주차 기준)에 그쳐 보는 이를 무색케 만든다.

국문과 영문 홈페이지를 따로 두고 학회지의 인용지수를 높이겠다는 학회의 방향성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아무리 의학회 홈페이지가 전문가들이 주로 찾는 공간이라지만 학회 회원마저도 관심도가 낮다는 데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접속건수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령화가 진행되며 건강에 대한 지적욕구가 늘어났지만, 잘못된 건강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관련 데이터 열람 시 로그인 필요한 곳 많아
"폐쇄적이다" 지적

여기서 가장 최신의 의학 정보를 다루는 커뮤니티가 폐쇄적인 양상을 띤다는 게 문제다. 즉, 가이드라인 등 관련 데이터의 열람에 회원로그인이 요구되는 학회가 많은 것.

물론 학회가 일반인보다 의사를 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문정보의 공개 여부를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하지만 일부 학회가 관련 정보나 논문검색을 빠른검색부터, 간행물 상세선택, 권호별, 권내 제목검색 등으로 별도의 회원 로그인 없이 간편하게 찾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데 명암이 갈린다.

작은 차이가 '명품 홈페이지' 만든다
인근 병원 정보·자주 묻는 질환 등 제공…접속자와 소통 강조

학회 홈페이지들의 공통점을 들자면 학회지, 학술행사, 학술강좌, 회원 공간, 전문과별 용어집, 일반인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는 점.

일반인 대상 카테고리에 해당 질환의 정의나 건강정보, 환자를 위한 간단한 질병 안내서 등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러나 '디테일'이 전체 판을 가른다.

많은 개원의를 둔 학회들은 학회 홈페이지에 인근 지역에 위치한 해당 전문과 병원 및 교육정보센터를 간편히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어려운 의학정보를 만화로 구성해 전달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전반적으로 해당 진료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

 

디테일이 강조된 홈페이지도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대국민 캠페인과 접속자들이 자주 묻는 질환, 술기 등에 답변을 메인 화면에 걸어 놓았다. 방문자가 의료진인지 일반인인지에 구별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회원들이 올린 대장항문 컬럼과 의료진의 수기 당선작을 공개해 읽는 이로 하여금 정보의 습득과 의료진의 시선까지 이해할 수 있게끔 했다.

'가온누리'라는 학회지를 PDF로 공개해 의료진의 해외 연수기나 새로 나온 술기 및 술법, 최신 논문의 분석자료 등을 인터넷 상에서 확인하는 데 겪는 불편을 간소화했다. 접속자와의 소통을 강조했다는 느낌이다.

새 단장을 마친 대한간학회도 비슷한 사례다. '아카데믹 리소스'라고 하는 교육자료실과 학술강좌, 진료 가이드라인 등을 메인에 따로 뒀다. 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B형·C형간염, 알코올 간질환, 간경화, 간세포암종, 간이식 등 전 분야를 간단한 키워드만으로 검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동안 학술대회나 학회지, 임상증례 등에서 발표된 모든 연구논문과 강의록, 동영상 자료가 발표년도 별로 정리됐는데, 이는 학회 회원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도 열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비영리 공인 법인인 한국간재단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해 관련 학술 연구와 대국민 홍보를 위한 사업에 투명한 기부를 펼치는 것도 색다르다.

대한신경과학회는 다양한 신경과 질환 포스터를 PDF로 등록해 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과 개원의를 비롯해 홍보 포스터가 필요한 전문의를 대상으로 원하는 홍보 포스터 및 홍보 판넬을 선택하고 선입금을 통한 주문을 받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

한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가 경기까지 얼어 붙게 만든 요즘,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대한 가장 정확한 최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대한감염학회 홈페이지에 답이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간소함과 정보 전달력은 의료의 접근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학회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를 시사한다.

'사소한 차이가 큰 변화를 이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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