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회 "부실대응·특권의식"강력 질타...각종 해명요구에 송재훈 원장 "죄송하다" 되풀이

"삼성서울병원을 삼성에서 해방시킬 수는 없느냐. 삼성서울병원을 의료서비스업체가 아닌 진짜 병원으로 만들려는 의지는 없는지 묻고 싶었다."

국회가 메르스 확산의 진상을 놓고 삼성서울병원을 집중 추궁했다. 초기 대응부터 삼성 특혜 논란에 이르기까지...흡사 '삼성 청문회'를 연상케하는 거센 질책이 이어졌지만, 송재훈 원장은 "병원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사과의 말을 반복했을 뿐, 각종 의혹제기와 해명요구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삼성서울병원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이날 국회의 진상규명 시도는 상당부분 불발로 그쳤다.

국회는 14일 메르스대책 특별위원회를 열어 메르스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점검을 이어갔다. 이날 특위에는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윤순봉 대표이사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관심을 모았다.

당초 야당은 이재용 삼성공익재단 이사장의 국회 출석을 요구했으나, 여야 합의 불발로 무산됐다.

■'14번 환자, 왜 놓쳤나' 부실대응 도마 위

▲14일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특위.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사진 맨 오른쪽)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이날 다수 의원은 추후 '슈퍼전파자'가 된 14번 환자를 삼성서울병원이 왜 조기에 의심, 확인, 격리하지 않았느냐를 두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초기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14번 환자는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서 진료를 받았던 환자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내원 당시 평택성모병원에서 챙겨온 CT사진과 평택굿모닝병원의 소견서를 가지고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과 박혜자 의원 등은 "(이 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서울병원이 14번환자의 메르스 감염여부를 의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주목하지 않았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송재훈 원장은 5월 20일 평택성모병원에서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21일 전 직원과 그 내용을 공유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서울병원은 5월 27일 병원을 찾은 14번 환자를 결핵으로 진단했고, 해당환자는 3일 뒤인 30일에야 메르스로 확진받았다.

이에 대해 송재훈 원장은 "1번 환자는 바레인을 다녀온 상황이었고, 14번 환자는 역학적 연관성이 없어서 (의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미 국내에 메르스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환자가 해당병원을 다녀왔다는 명확한 증거가 존재했다는 국회의 추가적인 지적에는 "대규모 전파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로 확답을 피했다.

결정적으로 병원 폐쇄를 부른 이송요원(137번 환자)의 격리자 명단 누락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 대신 "여러모로 부족했다"는 사과로 대답을 대신했다.

■'비협조, 특권의식, 대리사과 논란' 삼성이라 달랐나

▲고개숙인 송재훈 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덧붙여 이날 특위는 삼성서울병원이 초기 방역당국의 협조에 불성실하게 임했고, 이것이 사태의 확산을 부른 또 다른 이유가 됐다고 질타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은 , 다른 병원들과 비교해보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질병본부 등 방역당국이 삼성서울병원에 여러차례 자료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삼성서울병원이 당국의 방역활동에 비협조적으로 응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들 의원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모두 7회에 걸쳐 의료진 명단과 응급실 도면 등 다수의 자료를 달라는 공문을 삼성서울병원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6월 7일 메르스 발생 병원명단 공개시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을 누락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병원이 끝까지 병원명의 비공개를 요구하고, 정부의 개입을 막았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윤순봉 대표이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송재훈 원장은 "역학조사관과 초기부터 같이 작업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대리사과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송재훈 원장의 사과 시점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메르스 사태 확산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던 때와 맞물린다"며 "우연의 일치 치고는 굉장히 이상한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송 원장의 사과 후 삼성 이재용 부사장이 또 다시 메르스 사태로 대국민사과를 했다고 짚으면서 "이를 두고 삼성의 사과냐, 대통령 대리사과냐 논란이 있었다"며 "과연 청와대와 무관한 사과였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송재훈 원장도 17일 있었던 대통령과의 만남이 외부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송 원장은 이날 누구의 연락을 받고 대통령을 만나러 간 것이냐는 김용익 의원의 질의에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확답을 피했다. 다만 "여러사람이 전화를 했다. 제가 잘 모르는 사람도 전화를 하고...(연락을 받은 것은) 17일 아침"이라고 확인했다.

■ "삼성서울병원을 삼성에서 해방시킬 수 없는가"

▲송재훈 원장과 윤순봉 대표이사는 이날 회의에서 메르스 사태 확산을 막지못해 국민들에 심려를 끼쳤다며 고개숙여 사과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삼성서울병원의 침묵과 사과가 거듭되면서, 이날 국회의 진상규명 시도는 여러 차례 불발로 끝났다. 

의원들이 송 원장에 '협조'를 요청하고 나섰을 정도. 일부 의원들은 "정확히 규명을 해야지 무조건 죄송하다고 될 일이 아니다""특위의 목적은 진상규명이지, 원장에게 호통을 치거나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특위가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회의는 삼성서울병원의 역할론에 대한 화두로 끝을 맺었다. 제언의 주인공은 김용익 의원.

김용익 의원은 기업가 세브란스(L.H.Severrance)의 희사로 설립된 세브란스 병원을 언급하며 "세브란스는 기부를 했을 뿐 병원 운영에는 단 한번도 관여한 적이 없다. 삼성, 현대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기부를 하고 의료진에 병원의 운영을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병원이 삼성그룹의 하나로서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때문에 병원 또한 의료영리화를 추진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도구라는 오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견해.

김 의원은 이 같은 구조가 이번 메르스의 확산에도 기여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의원은 "이 같이 이윤추구적 성격이 존재하다보니 수익을 놓치고 싶지 않아 병원명 공개와 병원폐쇄를 최대한 늦췄고, 국가를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삼성의 엘리트 주의와 자만심이 정부와의 비협조와 갈등을 유발한 것"이라며 "빅 5병원인 삼성서울병원과 비교도 안되는 초라한 병원들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큰 역할을 해줬다. 왜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이재용 이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면 삼성을 의료사업체가 아니라, 병원으로 만들려는 의지는 없는지 묻고 싶었다"며,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병원 스스로 삼성서울병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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