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 편하고 순응도 높인 필름·서방형으로 차별화

 

비아그라(실데나필)의 특허만료로 제네릭 시장이 열리며 오리지널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필름형 제제의 허가가 연이어 쏟아졌다.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시장에는 약효가 오래 지속되는 서방형 제제가 출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기존 제품을 보완·개선한 필름형과 서방형 제품들이 잇따라 개발되며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일반적인 제네릭과 달리 차별화된 형태로 경쟁력을 갖춘 것은 물론 의료진에게도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며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점점 진화하는 의약품들이 가진 장점과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봤다.

필름형 제제 시장, B형간염 치료제까지 확대

▲ 엠빅스 제품군

경구붕해필름(ODF, Oral Disintegrating Film) 형태의 의약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것은 실데나필 특허 만료 이후부터다.

이들 제네릭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기 위해 SK케미칼은 2011년 세계 최초의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에스'를 허가받았고, 오리지널 개발사인 화이자는 물론 다수의 제약사에서 실데나필 성분의 필름형 제품을 쏟아냈다.

올해는 시알리스(타다라필)의 물질특허 만료가 9월로 다가오면서 유한양행, 대웅제약, SK케미칼, 종근당, 삼진제약, 대화제약, 메디카코리아, CMG제약 등의 제약사가 필름형 제품을 허가받으며 발기부전치료제 경쟁 2라운드를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실질적으로 필름형 제품의 개발 기술을 보유한 SK케미칼, 서울제약, 씨엘팜, CTC바이오, CMG제약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허가되는 필름형 제품들도 이들 업체가 생산하고, 다른 제약사가 허가받아 공급하는 방식으로 판매되기 때문.

씨엘팜은 일본 토카이캡슐과 30억원 상당의 타다라필 필름제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CMG제약은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의약품전시회에 필름형 타다라필 제품을 선보여 높은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필름형 제품이 각광받는 것은 지갑에도 들어가는 휴대성과 물 없이도 복용할 수 있는 편의성 때문이다.

또 노인·영유아·중증환자 등이 정제나 캡슐제 형태의 의약품을 삼키기 어려울 때도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이에 필름형 의약품의 영역은 발기부전 치료제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특허청에 따르면 필름정은 입안의 혀 위에서 붕해되는 정제 형태인 경구붕해정(ODT)과 함께 지속적으로 특허 출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경구붕해제 관련 특허는 2008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총 66건이 출원됐고, 효능군도 정신신경계 20건, 발기부전 6건, 천식 3건, 항암제 2건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씨티씨바이오는 애보트와 B형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의 필름형 제네릭 공급에 대한 국내 판권계약을 체결했으며, 위궤양 치료제 넥시움의 필름제품도 애보트에 공급키로 했다. 대웅제약도 지난달 4일 바라크루드의 필름형 제네릭인 바라크로스를 허가받았다.

씨엘팜, 광동제약, 일동제약, 서울제약 등은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도네페질 성분의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차바이오텍은 천식 치료제 몬테루카스트 성분의 필름정을 허가받았다.

대원제약은 당뇨치료제 미그리톨 성분의 필름제를 허가받기도 했다. 씨엘팜은 식수가 부족한 아프리카 등에 국제조달기구 등을 통해 공급할 수 있도록 말라리아 치료제의 필름제를 개발, 현재 글로벌 계약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름형 개발 업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필름형 제품의 개발은 국내가 앞서고 있다. 해외에서 필름형 제품들은 그동안 관심을 못 받았거나 용량의 한계, 쓴맛 등 때문에 다양하지 못했지만, 최근 기술이 좋은 업체를 중심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맛 자체가 너무 써 슈가코팅으로도 제작을 못 하는 약도 있는데, 향후 기술이 발달하면 이런 부분도 극복하고 입안에서 녹는 속도도 지금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혈압부터 파킨슨병까지…서방형 제제 잇단 출시

치료 용량의 약물이 보통 제제보다 장시간에 걸쳐 방출되는 서방형 제제도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강조하며 출시되고 있다. 서방형 제품은 보통 제제보다 투여횟수가 적어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것과 생체반응이 균일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것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치료 용량의 약물이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방출되는 SR제제와, 약물이 치료 혈중 농도에 도달해 원하는 시간 동안 유지되도록 하는 방출제어형 CR제제, 약물이 처음 방출된 후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2회 또는 3회 방출되는 ER(XR, XL) 제제 등이 있다.

▲ 실로스탄 제품사진

제품을 보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부터 파킨슨병 치료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출시된다. 종근당의 고혈압 치료제 딜라트렌SR은 유비스트 기준 지난해 약 40억원 규모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07.5% 성장했다. 유나이티드제약의 항혈소판제 실로스탄CR도 지난해 59억원을 달성하며 전년대비 120.7% 올랐다.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도 대웅제약, 한미약품, 동아ST, 한올바이오파마 등의 메트포르민 서방정 제품은 물론 콤비글라이즈서방정(메트포르민+삭사글립틴), 직듀오서방정(메트포르민+다파글리플로진), 자누메트XR서방정(메트포르민+시타글립틴), 제미메트서방정(제미글립틴+메트포르민), 테넬리아엠서방정(메트포르민+테네리글립틴) 등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아울러 LG생명과학은 인성장호르몬인 유트로핀의 서방형인 유트로핀플러스를 개발했으며, 대원제약도 펠루비서방정을 5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올해 출시했다.

동아ST의 스티렌도 특허가 만료되면서 안국약품, 대원제약, 제일약품 등이 앞다퉈 개량신약 출시에 나서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동아ST도 이에 대응해 스티렌의 서방형 출시를 추진했다.

이 밖에도 현대약품은 지난해 파킨슨병 치료제 미라프서방정을 출시했으며, 종근당은 올해 초 자궁내막증 호르몬 치료 등에 사용되는 루프린 주사의 서방형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DDS 기술 발달…식약처도 제형 분류 세분화

한편 이 같은 의약품의 변신은 제약사들의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 기술 발전에 기반한다. DDS는 최대의 치료 효과를 내기 위해 약물의 전달 및 방출을 제어하는 기술을 총칭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도 관심과 투자가 높아지는 추세다.

정부도 이에 대한 행보를 맞추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약전을 전부 개정 고시하고, 투여경로, 적용부위를 기준으로 의약품 제형의 분류를 세분화해 새로운 제형을 신설했다.

그동안 의약품 제형이 주로 모양(형태)에 따른 정제 등 52종으로 제한돼 적절한 품질기준 설정 및 새로운 제형 개발에 어려움이 있어, 투여 경로·적용 부위에 따라 제형을 11종으로 대분류하되 형상·모양, 기능·특성 순으로 분류를 세분화하고 구강용해필름, 지속성 주사제 등 12종을 추가한 것이다.

식약처 의약품규격과 양성준 연구관은 "그동안 단순히 구분했던 것을 세분화해 어떤 영역에 속하는 제품인지, 품질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히 했다"면서 "제약업계도 이에 발맞춰 GMP에 맞는 품질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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