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케톤산증' 발생, 제2형 당뇨병서도 발생 보고…정상 혈당에 진단 지연 우려

최근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SGLT-2) 억제제들의 중증 부작용 문제가 조심스레 거론됐다. 계열 효과(class effect)로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이 지적된 것.

이슈는 크게 두 가지 배경에서 나왔다.

제1형 당뇨병에서 주로 보고되던 DKA가 SGLT-2 억제제를 사용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발견됐다는 점. 또 고혈당을 동반하는 흔한 DKA와 달리, 해당 약물을 복용한 환자서는 유독 정상 혈당치를 보이는 DKA가 나타나 진단 지연 문제가 심각했다.

아직 어느 쪽에서도 명쾌한 답변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늦게 도입된 SGLT-2 억제제의 안전성 근거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보건 당국과 학계가 비전형적인 DKA의 발생 가능성에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최근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SGLT-2) 억제제들의 중증 부작용 문제가 조심스레 거론됐다. 계열 효과(class effect)로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이 지적된 것. 전경은 2015년 미국당뇨병학회(ADA) 제약부스 전시장. 사진ⓒ메디칼업저버 원종혁 기자

정상 혈당서도 DKA 발생

2013년 초부터 미국 및 유럽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SGLT-2 억제제에는 얀센의 카나글리플로진(제품명 인보카나), 아스트라제네카의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 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의 엠파글리플로진(제품명 자디앙) 등이 포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오프라벨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이들 약물의 DKA 유발 논란은 미국과 유럽의 보건당국에서 시작됐다. 여기서 지적된 DKA는 해당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분비능이 감소했거나 인슐린의 투약을 거를 경우 감염, 외상 등의 다양한 신체·정신적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해 글루카곤, 카테콜라민, 코티솔 및 성장호르몬과 같은 인슐린 길항호르몬들이 과다분비돼 발생한다.

6월 초 유럽의약국(EMA)은 전 세계 제2형 당뇨병 환자 가운데 SGLT-2 억제제를 처방받고 정상 혈당의 DKA가 발생한 101사례를 검토한 후 문제를 제기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보통 DKA 환자들에서는 높은 혈당수치가 관찰되지만 SGLT-2 억제제가 원인이 되는 DKA는 정상 혈당에 가까운 소견을 보였다"며 "이로 인해 DKA의 진단이 늦어져 해당 환자들은 결국 질환의 악화로 입원치료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DKA가 시의적절하게 치료된다면 사망률이 1% 미만으로 줄지만 치료가 늦어질 경우 사망률이 5%로 늘어 위험부담이 5배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명의 사례를 분석해 동일 계열 약제들에 정상 혈당의 DKA 유발 위험을 경고했다. 제1형 당뇨병 환자의 평균 혈당이 250mg/dL 수준으로 나타난 반면 문제가 된 환자들의 혈당수치는 200mg/dL 미만에서 약간 증가한 경향을 보였기 때문.

경고 대상은 카나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과 함께 카나글리플로진 + 메트포르민, 다파글리플로진 + 메트포르민 서방정, 엠파글리플로진 + 리나글립틴 복합제가 해당됐다.

이들 심사기관의 입장은 명확하다. 추후 SGLT-2 억제제와 DKA 발생 사이에 확실한 연관성을 파악해야겠지만, DKA의 발생이 드물게만 여겨졌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서도 위험도가 높아져 SGLT-2 억제제 처방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

FDA 관계자는 "케톤산증은 SGLT-2 억제제 복용 후 175일 이내에 발생했고, 대부분 비정형적인 양상을 나타냈다"며 "숨가쁨, 구역, 구토, 복부 통증, 비정상적인 피로, 졸림 등 전조증상이 나타날 경우 케톤산증 여부를 확인해 입원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밀착 모니터링 필요 

 

최근 공개된 연구결과가 던지는 메시지도 다르지 않다.

Diabetes Care 6월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의대 Anne L Peters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SGLT-2 억제제 사용 후 DKA를 경험한 총 9명의 증례(제1형 당뇨병 7명, 제2형 2명)를 담고 있다.

특히 해당 환자의 혈당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하던 인슐린의 용량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줄일 수 있어 케톤산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보고된 증례수가 적고 기여요인(contributing factor)으로 최근 병력이나 운동량 증가, 음식섭취 감소, 음주량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과의 해석에는 제한이 따른다.

Peters 박사는 "제1형 혹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SGLT-2 억제제를 사용하고 구역, 구토 또는 권태감, 대사성 산증을 경험한 환자는 반드시 소변검사나 혈액검사를 통해 케톤체(ketone body)의 증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 해당 계열 약제를 사용할 때는 환자에게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리포트가 게재된 3일 뒤 미국 메릴랜드의대 Simeon Taylor 교수도 미국내분비학회 저널 6월 18일자 온라인판에 SGLT-2 억제제의 케톤산증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J Clin Endocrinol Metab. 2015DOI:10.1210/jc.2015-1884).

결론적으로 SGLT-2 억제제는 DKA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는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 해당 약물의 사용을 자제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인슐린 길항호르몬 증가 시 악순환

이번 논란은 혈중 글루카곤 수치의 증가와도 일부 연관이 있다. 아직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 당뇨병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글루카곤이 증가하면 포도당신합성(gluconeogenesis)과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의 분비, 혈청 케톤이 많아지는 것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글루카곤, 카테콜라민 등의 인슐린 길항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며 "혈당치가 정상임에도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신장성 당뇨(renal glycosuria)는 간의 케톤증이나 정상 혈당의 DKA를 가리는 차폐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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