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진 가톨릭관동의대 교수

미국립보건원(NIH)이 근육통성뇌수막염(myalgic encephalomyelitis, ME) 즉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에 대한 최신 논문 4건을 미국내과학회지(Ann Intern Med 6월 16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올해 초 미의학연구소(IOM)가 발간한 보고서에 지난해 워크숍에서 논의됐던 내용을 취합한 것으로, 성명서와 진단·치료에 관한 리뷰 논문 2건, 관련 사설을 포함한다.
아직까지 만성피로증후군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진단이나 치료 면에서도 뚜렷한 변화는 없다.
하지만 논문에서는 대략 1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통일된 진단기준 및 치료방법을 정립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외에는 관련 데이터가 전무한 실정으로 국가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1. 만성피로증후군의 국내외 현황: 진단·치료 어디까지 왔나

2. "만성피로 잡으려면 기본으로 돌아가라" 황희진 가톨릭관동의대 교수 인터뷰


만성피로증후군의 국내 현황은 어느 정도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공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내원한 환자수는 5만~6만명, 총 진료비는 36억~40억원에 이른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 환자수가 3만~4만명으로 남성(2만~3만)보다 1.5배가량 많았고, 진료비도 6억~7억원 정도 차이를 보였다.

▲ 국제성모병원 황희진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그러나 대한가정의학회 황희진 홍보간사(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는 "영양제나 다른 약물을 처방하기 위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명을 입력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믿을 수 없는 통계"라고 지적한다.

심평원의 청구자료일 뿐 실질적인 환자수를 반영하진 못한다는 의미다. 전수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수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실제 만성피로증후군이라기보다는 우울증이나 숨어 있는 암, 당뇨병, 갑상선저하증 같은 질환으로 인해 피로가 증상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꼬집었다.

선별검사를 통해 피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들을 배제하는 작업이 면밀히 진행됐는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정확한 발병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관련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당분간은 힘든 상황이다.

이에 황 교수가 제시하는 솔루션은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

황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하기에 앞서 '잘 잤는가', '잘 먹고 잘 배설하는가', '육체적·정신적으로 잘 쉬느냐'의 3가지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한다"면서 "피로감을 주소로 내원하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요인이나 잘못된 식습관, 생활습관에 기인한다. 이러한 문제들만 해결해 주더라도 자연스럽게 증상이 호전된다"고 소개했다.

공부를 잘 하려면 '국영수 중심으로 예습복습을 철저히'하라는 것처럼 피로 증상을 회복하는 데도 왕도는 없다는 설명. 다만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의지나 상황적으로 불가능한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환자들에게는 전문의의 개입이 필요하다.

황 교수는 "우선적으로 운동이나 명상 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신적 긴장을 풀도록 해야 한다"며 "영양섭취 및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도 호전이 없으면 전문의와 상담을 권한다. 우울성향이 강하다든지 불면증을 호소하는 일부 환자들에게는 보조적인 약물요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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