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질환 중 수근관 증후군·신경병성 관절병증 30% 차지

일반성인과 비교했을 때 당뇨병 환자의 류마티스 질환 발병률은 높은 편에 속한다.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수록,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을수록, 환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그 위험성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당뇨병이 류마티스질환을 왜 유발시키는지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몇 연구가 제시한 기전을 통해 추정은 해볼 수 있다.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product)이 결합 조직 내 축적돼 세포의 기질 및 기능 구조를 변화시키고 세포의 생존력에 영향을 주거나, 미세 혈관 질환과 허혈에 의한 산소(oxygen free radicals) 생산 및 조직 손상에 따른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Curr Opin Rheumatol 2009;21:50-4).

당뇨병 환자에서 접할 수 있는 류마티스 질환에는 방아쇠 손가락, 유착 관절낭염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수근관 증후군과 신경병성 관절병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대 30%로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당뇨병 환자 신경병성 관절병증 발생 최대 13%
신경병성 관절병증(neurogenic arthropathy)은 일명 '샤르코 관절병증(Charcot arthropathy)'이라 불린다. 감각이 저하된 부분의 관절 파괴가 진행되는 관절염으로 명확한 발병기전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자율신경병증에 의해 연골 밑 뼈로의 혈류량 증가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과생산에 의해 파골세포의 활성화가 유도되면서 뼈 흡수와 뼈 용해가 진행된다. 이후 최종단화산물이 연골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단백분해요소인 matrix metalloproteinase(MMP) 생산을 촉진해 조직 파괴와 염증을 유도하고, 감각신경을 손상으로 인한 반복적인 관절 손상 등이 관절파괴를 일으킨다고 보고되고 있다(Ann Vasc Surg 2003;17:571-80)(Curr Opin Rheumatol 2013;25:37-43).

당뇨병 환자의 0.1~13%에서 발생하는데, 선진국은 신경병성 관절병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당뇨병을 꼽고 있다. 주로 발가락, 발등, 발목 관절을 침범해 통증이 없는 관절의 종창 변형, 열감 불안정 또는 궤양 등의 피부 손상을 동반한다.

신경병성 관절병증으로 인한 골 부종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호전되면서 더는 골 파괴가 발생하지 않지만 호전될 때까지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이 걸려 그 기간을 예측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신경병성 관절병증은 골 부종과 붉은 기를 동반하고 있어 자기공명영상(MRI)이나 골 스캔 검사에서 골수염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어떠한 이유로 혈액검사 후 염증 수치가 증가해 있으면, 골수염으로 오인해 불필요한 하지절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2013년 국립대만대병원 Huang YP 교수팀이 근골격계 통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 7만 88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골수염과 달리 신경병성 관절병증의 부종이나 붉은 기는 다리를 거상하면 호전되고 방사선상 신경병성 관절병증이 자주 발생하는 위치가 있으므로 감별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의대 이호승 교수(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는 "골수염과 당뇨병성 신경병성 관절병증은 구분이 쉽지 않다. 불필요한 절단을 피하기 위해서는 두 질환을 접할 기회가 비교적 많은 족부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자문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당뇨병 환자에서 신경병성 관절병증이 발생한 경우 수술적 요법에 앞서 약물치료가 먼저 실시된다. 2005년 골다공증에 쓰이는 알렌드론네이트(alendronate)가 골절 관련 증상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지만(Diabetes Care 2005;28:1214-15), 아직 신경병성 관절병증에는 널리 쓰이지 않고 있다.

신경병성 관절병증은 시간이 지나면 진행을 멈추고 변형이 고정되는데 탈구로 인해 보행 시 하중의 전달을 안정적으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골 돌출 부위가 남게 돼 결국 궤양을 유발하게 된다.

때문에 반복적 외상이나 압력을 피하고, 뼈 흡수를 감소시키기 위한 비스포스포네이트, 칼시토닌을 투여하거나 파괴돼 기능을 상실한 관절에 대한 수술적 치료를 한다.
이 교수는 "특히 수술은 골 부종이 호전되면 관절유합술을 통한 변형 교정술이나 골 돌출부위를 제거해 궤양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근관 증후군 수술 가능성 최대 14배 ↑

당뇨병 환자에서 신경병성 관절병증과 함께 유병률 '탑 순위'에 위치한 류마티스질환을 꼽는다면 바로 수근관 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이다.

실례로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커네스 의료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Perkins BA 교수팀이 수근관 증후군 관련 논문 478건을 비교·분석한 결과 전체 인구에서 수근관 증후군 유병률은 3.8%지만 다발신경병을 동반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에서는 수근관 증후군 유병률이 14%였다. 또 다발신경병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는 약 30% 환자가 수근관 증후군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Diabetes Care 2002;25:565-9).

수근관 증후군은 다른 말로 '손목굴증후군'이라고 불리는데, 손목굴안에서 정중신경이 압박됨으로써 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주요증상에는 엄지손가락부터 넷째 손가락요골면의 통증, 저린감, 감각 이상, 작열 통이여 심하면 어깨로까지 방사통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수근관 증후군을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전기진단 검사로 확진을 내리거나, 손목의 정중신경 부위를 타진하는 티넬(Tinel's test) 검사를 비롯한 팔렌(Phalen) 검사 또는 역팔렌 검사와 같은 증상 유발 검사가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다.

또 다른 진단적 방법으로는 수근관 증후군 증상이 의심되는 당뇨병 환자의 손목을 1분 이상 완전히 굽히거나, 손목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을 때 정중신경 지배 부위에 증상이 나타나면 양성으로 판정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당뇨병성 다발신경병과의 감별을 위해 신경전도 검사나 초음파 등의 영상검사 빈도 수 역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근관 증후군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뉘는데, 증상이 가볍고 근육 위축이 없는 환자의 경우 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스테이로이드 국소 주사가 주도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보존적인 치료가 실패할 경우 손목굴 박리술 등을 비롯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일반 성인과 비교했을 때 수근관 증후군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수술적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4~ 14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Diabetes Care 2008;31:498-500).

이화의료원 김인제 교수(이대목동병원 류마티스내과)는 "당뇨병 자체가 신경을 침범하기 때문에 손목 주위에 약간의 붓기만 있어도 손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또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되는 수근관 증후군의 경우 혈당 조절 등의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수근관 증후근 관련 증상이 더욱 악화돼 수술이 더 많이 시행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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