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안전성은 합격점…심부전은 '글쎄'

2007년 당시 경구혈당제인 로시글리타존(rosiglitazone)이 심혈관질환 발병·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당뇨병 신약을 개발하고 허가를 받는 데 있어 하나의 중요한 전제조건을 붙였다.
 
첫째는 2상 및 3상 임상 연구에서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둘째는 시판 후 연구에서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때 CI 95%, risk ratio 1.3 미만이라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
 
이후 지난 2013년 DPP-4 억제제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나오면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런데 또다른 문제점이 발생했다. 바로 심부전 입원 발생률에 있어서는 연구들마다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나온 연구에서는 심부전 위험성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왔고, 이를 통해 이제는 결론을 내려도 좋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DPP-4 억제제들의 심혈관 위험을 포함한 전반적인 안전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본 연구와 그 하위분석연구를 통해 다시 한 번 살펴봤다.
 

 

FDA의 요구사항을 가장 먼저 실행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끈 연구가 2013년 유럽심장학회(ESC)에서 발표된 SAVOR-TIMI 53 연구다. 이 연구는 DPP-4 억제제와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한 최초의 연구로 그간 문제가 됐던 DPP4-억제제의 안전성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볼 수 있다.

연구는 심혈관질환의 과거력이 있거나 위험도가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 6492명을 대상으로 2.1년간 삭사글립틴(saxagliptin)과 위약군으로 분류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했다.

최종적으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을 이미 동반했거나, 고위험 환자에 대해 삭사글립틴과 위약군을 비교한 결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증, 뇌경색증 발생에 차이가 없었다.

세부적으로는 24개월 후 심혈관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뇌졸중 등 종합적인 심혈관 발생률이 삭사글립틴군은 7.3%, 위약군은 7.2%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2차 종료점에서도 각각 12.8%와 12.4%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로써 삭사글립틴은 FDA에서 제시한 심혈관 안전성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안전성 프로파일이 입증된 약물임이 증명됐다.

하지만 심부전에 의한 입원 가능성을 알아본 평가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삭사글립틴군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이 위약군보다 27% 더 높게 나오면서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의대 임수 교수(분당서울대 내분비내과)는 "삭사글립틴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이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오면서 이를 밝히기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됐는데 결국은 약물 관련성은 찾지 못했다"면서 "이후 추가로 나오는 연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은 안전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췌장 관련 부작용 이슈 가라앉아

인크레틴 기반 약물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췌장 관련 부작용 이슈도 삭사글립틴의 하위분석연구가 나오면서 대체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다. 과거 GLP-1 수용체가 췌관세포에도 풍부하게 존재해 베타세포와 마찬가지로 인크레틴 기반 치료 때문에 췌관세포 증식이 일어난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DPP-4 억제제의 췌장염·췌장암과 관련된 안전성 문제가 속속 제기된 바 있다.

2014년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된 'SAVOR 하위분석결과'에 따르면, 췌장염이 발생한 환자가 삭사글립틴군에서 33명, 위약군에서는 30명으로 기록됐다.

췌장염이 확진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도 삭사글립틴군에서 24명 위약군에서는 21명이었다. 확실한 급성 췌장염은 삭사글립틴군과 위약군 각각 17명과 9명, 급성 췌장염 의심소견이 있는 환자는 22명과 16명, 만성 췌장염을 경험한 환자의 경우 각각 2명과 6명이었다.

그 밖에 발현시점까지 걸린 시간, 췌장염 병발 위험요소, 시험자가 보고한 시험약물 또는 약물 중증도와의 인과관계, 치료결과에 있어 두 군 간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또 다른 관심대상이었던 췌장암 발생은 각각 5건과 12건으로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지만 오히려 삭사글립틴군이 위약 대비 적게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임 교수는 "DPP-4 억제제와 췌장염·췌장암 부작용과 관련된 논쟁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나온 TECOS 연구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MINE 연구, 심부전 안전성 입증 미흡

SAVOR 연구와 동시에 나온 알로글립틴(alogliptin)과 심혈관질환의 안전성을 알아본 EXAMINE 연구에서도 알로글립틴군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환자가 발생했다. 다만 피시험자 숫자가 SAVOR 연구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쳐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MINE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이면서 최근 90일 이내 급성관상동맥질환으로 진단된 5380명을 대상으로 평균 18개월간 알로글립틴 투여 시 심혈관질환 발병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분석결과 알로글립틴군이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사망률, 심근경색증, 뇌졸중 발생에 차이가 없었다. 세부적으로는 당화혈색소가 약 36% 감소했고, 저혈당, 암, 췌장염, 투석 시작 시점 등은 위약군과 비슷했다.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1·2차 평가변수를 비교했을 때 고혈압, 협심증, 신장장애, 저혈방 발생률에서 두 군 간의 차이가 없었다. 또 심혈관질환 안전성에 있어 위약군 대비 알로글립틴 비열등성을 입증해 안전성에도 합격점을 받았다. 단 심부전으로 인한 환자 발생은 물론 심혈관 사건이 18개월 사이에 11%가 발생해 100%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SAVOR와 EXAMINE 연구를 통해 DPP-4 억제제의 심혈관질환에서 안전성을 어느 정도 입증했지만, 기대가 컸던 당뇨병 전문가들의 걱정을 완벽히 씻어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한점이 존재했다.

두 연구 모두 DPP-4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에서 심부전이 증가했고, 결정적으로 심혈관질환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해당 연구들의 기간이 짧아 전체적인 결론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이에 이를 보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각계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가천의대 김병준 교수(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향후 DPP-4 억제제와 심부전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모였다. 하지만 올해 EXAMINE 하위분석연구와 TECOS 연구가 발표되면서 심부전 동반 환자는 DPP-4 억제제 처방을 삼가하라고 권했던 FDA 역시 고민에 빠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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