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RP 단일클론항체, 월 1회 주사로 편두통 발작 예방 가능

 

편두통 예방을 위한 새로운 치료표적이 발견되면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가 주인공. 이를 표적하는 항체약물의 개발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껏 열을 올리는 중이다.

현재 개발 단계에 있는 CGRP 단일클론항체는 월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서 혈관수축을 일으키지 않고 CGRP를 차단하는 혈관확장제로 작용한다.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7회 미국두통학회(AHS)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암젠의 AMG334, 테바의 TEV-48125, 일라이릴리의 LY2951742 세 가지 약물이 2상 데이터를 발표, 안전성 문제 없이 편두통 발작(migraine attack) 예방에 대한 유의한 효과를 입증했다. 이번 대회에서 공개되진 않았지만 앨더(Alder)사도 동일 계열의 약물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네 회사 모두 3상임상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CGRP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의 AMG334를 제외한 나머지 세 약물은 리간드(ligand) 자체를 직접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암젠, AMG334

 

암젠은 AMG334 2상임상의 1년 연장 결과를 선보였다.

한 달에 4~14일가량 편두통 증상을 경험하는 환자 483명을 모집했으며, 무작위 배정을 통해 위약군(160명), AMG334 7mg군(108명), AMG334 21mg군(108명), AMG334 70mg군(107명)으로 분류했다. 환자들의 평균연령은 41세로 대부분(80.5%) 여성이었다.

월 1회 주기로 12주간 약물요법을 시행한 결과, AMG334 70mg 복용군의 월평균 증상발현 일수는 3.4일 감소해 위약군(2.28일)에 비해 유의하게 개선됐다. 70mg보다 낮은 용량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2주의 이중맹검 기간이 지난 후에는 오픈라벨 방식으로 전환해 전원에게 AMG334 70mg이 투여됐다.

1년 뒤 AMG334 70mg 복용군의 증상호소 일수가 등록시점(8.7)보다 월평균 4.9일 감소했음을 알 수 있었다. 과반수가 넘는 환자들(62%)이 50% 이상 감소율을 달성했고, 38%는 75% 이상, 19%는 100%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상반응은 두 군 모두 절반가량의 환자에서 보고됐으며, 중증 이상반응은 1% 이하에 불과했다.


테바, TEV-48125

테바는 무작위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된 TEV-48125의 위약대조 2상임상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한 달에 8~14일가량 편두통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297명을 모집했으며, TEV-48125 225mg군, TEV-48125 675mg군, 위약군으로 나눈 뒤 3개월 동안 월 1회 약물요법을 시행했다. 환자들에게 최대 14일까지 트립탄을 포함한 급성 편두통 약물을 병용하도록 했지만 오피오이드(opioids) 또는 바비튜레이트(barbiturate) 같은 마약성진통제 및 향정신성 약물은 4일 이상 허용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 TEV-48125를 투여받았던 환자들은 두 용량군 모두 증상발현 일수가 등록시점 대비 6일 이상 감소했고(P<0.0001), 위약군에 비해 뛰어난 효과를 나타냈다(P<0.001). 이차종료점으로 평가한 두통 호소 기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P<0.001).

약물투여 기간 중 50% 이상의 개선 효과를 보인 환자 비율은 TEV-48125 675mg군이 59%, TEV-48125 225mg군이 53%, 위약군이 28%였고(P<0.001), 75% 이상 개선을 보인 비율은 각각 31%, 34%, 11%였다(P<0.001).

내약성은 두 군 간 유사했고, 치료 관련 중증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릴리, LY2951742

릴리 역시 LY2951742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2b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한 달에 4~14일가량 편두통을 호소하고 2회 이상 발작을 경험하는 환자가 선정됐으며, 28일 간격으로 12주 동안 LY2951742 5mg(68명), LY2951742 50mg(68명), LY2951742 120mg(70명), LY2951742 300mg(67명) 또는 위약(137명)을 투여했다.

LY2951742을 복용한 환자들은 네 용량군 모두 위약군에 비해 증상호소 일수가 감소했는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낸 것은 120mg군이 유일했다(P=0.004). 최소 50%(P=0.038), 75%(P=0.003), 100%(P=0.038)의 치료반응에 도달한 환자 비율 면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됐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주사부위 통증, 상부호흡기감염, 비인두염, 오심, 월경곤란증 등으로 LY2951742군에서 위약군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어떤 증상도 발생률 15%를 넘진 않았다.

특히 LY2951742는 편두통 예방뿐 아니라 군발두통(cluster headache)에도 효과를 나타냄에 따라 만성 편두통 및 우발성 군발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3상 참여군을 모집 중이다. 군발두통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승인 약물로 지정을 받았다.


美 "기대" vs "속단 일러" 학계 의견차

 

새로운 편두통 예방 약물의 등장에 미국 의학자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적극 환영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2상 데이터인 데다 연구 기간이 짧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두통학회 Lawrence C. Newman 회장(마운트사이나이 아이칸의과대학 신경과)은 "지난 50여 년간 편두통 예방만을 위해 특이적으로 개발된 약물이 나온 적은 없었다"면서 흥분했다.

세션의 사회를 맡았던 Robert Shapiro 교수(버몬트대학 신경과)는 "새로운 계열의 약물이 초기임상에서 유의한 효과를 입증했음은 물론 중대한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면서도 "최장 기간이 1년을 넘지 못하고 소규모라는 점에서 안전성 측면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중론에는 3상임상에서 간독성이 보고됨에 따라 2011년 개발이 중단됐던 머크의 CGRP 길항제 텔카제판트(telcagepant)의 영향이 크다.

미국두통학회 공식저널 'Headache: The Journal of Head and Face Pain' 편집위원장인 Thomas N. Ward 교수(다트머스대학 가이젤의과대학)는 "편두통 예방약물의 도입은 환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만 CGRP가 뇌뿐만 아니라 신장, 폐, 눈, 간, 위장관 등 신체 전반에 분포하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 시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韓 "편두통 치료에 대한 인식 제고부터"

국내 상황은 미국과는 또 다르다.

△편두통 발작이 월 4회 이상 나타나거나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가 초래되는 날이 월 3일 이상 △부작용 때문에  급성기 약물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 등에서 급성기 치료 외에 예방요법으로 시행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두통을 질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인식 때문에 예방은 물론 적절한 치료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박정욱 가톨릭의대 교수

대한두통학회 박정욱 총무이사(의정부성모병원 신경과)는 "전 국민의 10~15%에 달하는 엄청난 수가 편두통을 앓고 있고, 편두통으로 내원하는 환자들 중 예방치료가 필요한 비율은 50~60%로 사료되지만 실제 약물처방군은 10~1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들은 제외하더라도 30~40%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 총무이사는 "편두통도 엄연히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사실과 동시에 치료 후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수요가 충분히 있는 만큼 새로운 접근방식이 3상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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