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VET, OSCAR연구에서 입증... 80세 이상 혈압목표, 수축기 140~145mmHG 무난

 

노인 고혈압의 치료전략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임상의들의 소극적 대처에 원인을 제공해 왔다.

고혈압 치료와 관련한 대부분의 임상연구가 고령층, 특히 80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들을 대변하지 못해 왔다. 명확한 근거 없이 사망위험을 무릅쓰고 적극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

HYVET
하지만 HYVET(NEJM 2008;358:1887-1898) 연구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노인 고혈압에서 항고혈압제 치료의 혜택을 명확히 입증했다. 초고령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대 최대규모의 임상시험에서 항고혈압제 치료를 통한 적극적인 강압치료의 긍정적인 결과로 인해 노인 고혈압 치료에 소극적이었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는 80세 이상 연령대의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치료를 통해 궁극적인 심혈관사건과 사망을 막을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노인 고혈압 환자(3845명)들을 이뇨제 인다파미드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치료·관찰을 진행했다. 목표치(150/80mmHg) 달성에 필요한 경우에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페린도프릴 또는 위약이 추가로 투여됐다.

2년 시점에서 적극치료군의 혈압은 위약군에 비해 15.0/6.1mmHg 낮았다. 궁극적인 아웃컴에서는 항고혈압제군의 뇌졸중 빈도가 30%(P=0.06), 뇌졸중 원인 사망은 39%(P=0.05),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21%(P=0.02), 심혈관 원인 사망 23%(P=0.06), 심부전 빈도는 64%(P<0.001)까지 감소됐다. 반면 우려했던 심각한 부작용은 358 대 448건으로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P=0.001).

그동안 임상현장에서 노령층의 고혈압에 적극 대처하기 어려웠던 데는 노인 고혈압의 이환특성과 과학적 근거부족이라는 두 가지 이유로 크게 대변된다. 수축기혈압이 상승하고 이완기혈압은 상대적으로 정상이거나 떨어지는 이환특성으로 인해 혈압 적극조절 시 저혈압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무시할 수 없었다. 여기에 노령층의 혈압을 얼마나 조절해야 하는지, 어떤 약제가 더 효과적인지 등 치료전략과 관련한 임상연구 결과가 부족하다는 점도 적극적인 개입을 어렵게 했다.

HYVET 연구는 이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새로운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팀은 고령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적극치료를 통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과 심부전 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었다는 데 주목했다. 전체 사망률을 나타내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적극치료군이 위약군에 비해 21% 낮았다. 이전의 고혈압 관련 연구에서도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춘 결과는 드물었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HYVET 연구의 적극치료군에서는 심부전 위험이 위약군 대비 64% 감소해 큰 혜택을 보였다. 연구팀은 “고혈압이 심부전의 주요한 위험인자이며 70세 이상 연령대에서 심부전이 자주 발생한다”며 “이뇨제와 ACEI의 병용이 이러한 혜택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고혈압학회(ASH)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뇨제는 초기치료 단계에서 RAAS를 활성화시켜 혈관수축과 염분 및 수분저류를 야기하는데, RAAS 억제제를 추가하면 이뇨제의 약리학적 보상반응을 상쇄시켜 강압효과를 늘릴 수 있다”며 두 약제 병용의 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심부전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에게 ACEI·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이뇨제를 권고하고 있다.

OSCAR
중증의 노인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OSCAR(AJM 2012;125:981-990) 연구에서는 ARB와 칼슘길항제(CCB)의 병용요법이 심혈관질환 병력자의 심혈관사건을 유의하게 예방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ARB 고용량 요법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사건 예방에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OSCAR 연구는 ARB 올메사르탄 + CCB 암로디핀의 표준용량 병용과 올메사르탄 고용량 단독요법이 대등한 심혈관사건 및 사망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하위그룹 분석결과 심혈관질환 병력 환자들은 ARB + CCB 병용의 유의한 임상결과 개선효과가, 심혈관질환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은 ARB 고용량 단독요법에서 우수한 경향이 관찰돼 기저질환이나 위험인자 등 환자특성에 따른 차별화 전략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ARB 1차치료로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노인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ARB 더블도즈를 쓸 것인가, 아니면 ARB와 CCB의 병용으로 갈 것인가를 놓고 전략적 선택을 검증한 것이다.

올메사르탄 단독요법(표준용량 1일 20mg)으로 혈압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환자 1164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65~84세 연령대에 뇌혈관질환·심장질환·혈관질환·제2형 당뇨병 중 적어도 하나의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이었다. 즉, 중증의 고령 고혈압 환자에서 1차선택으로 합격점을 받은 ARB 단독치료에 실패한 경우 더블도즈를 쓸 것인지 또 다른 약물을 추가할 것인지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ARB 1차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은 올메사르탄 더블도즈(1일 40mg 고용량) 또는 올메사르탄(1일 20mg 표준용량) + 암로디핀 병용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1차 종료점은 심혈관사건(뇌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심부전·여타 동맥경화성 질환·당뇨병성 합병증·신기능 부전)과 사망률을 평가했다.

36개월간의 관찰결과, 혈압강하력은 ARB + CCB 병용군에서 유의하게 높은 가운데 양 그룹 모두 충분히 조절된 것으로 보고됐다. 1차 종료점 복합빈도는 ARB 고용량 단독군이 58건, ARB + CCB 병용군이 48건으로 차이가 있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다(P=0.17). 하지만,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두 치료그룹 사이에 주목할 만한 차이가 발견됐다.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하위그룹을 분석한 결과, 병용군의 1차 종료점 복합빈도가 34건으로 고용량 단독군(51건)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수치를 보였다(P=0.03). 연구를 주도한 일본 쿠마모토대학의 Hisao Ogawa 교수는 “심혈관질환 병력의 고령 고혈압 환자에서 ARB와 CCB의 표준용량 병용이 고용량 ARB와 비교해 심혈관사건 및 사망위험을 유의하게 낮춘 것은 이번 연구에서 처음 보고됐다”고 밝혔다.

반면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당뇨병 환자 그룹에 대한 분석에서는 병용군이 14건, 단독군이 7건으로 ARB 고용량 단독요법의 예방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지만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줬다(P=0.14). Ogawa 교수는 이를 두고 “심장학 전문의들이 고령 고혈압 환자에서 ARB 고용량 또는 ARB + CCB 표준용량 병용을 처방할 때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의 유무 등 환자의 특성과 위험인자를 파악해, 이에 적합한 치료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같은 목적의 CASE-J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고령의 중증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칸데사르탄과 암로디핀 모두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 예방에 있어 대등한 효과를 검증받았다. 고령 고혈압 환자의 1차선택제로서 ARB와 CCB 모두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 2011년 ‘노인 고혈압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 제목의 성명을 발표, 임상현장의 분발을 주문했다. 핵심은 노인 고혈압의 유병률은 높은 데 반해 혈압 조절률은 낮아, 합병증과 사망위험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의료·사회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성명은 노령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고령남성 64%와 여성 78%가 고혈압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Framingham Heart Study에서는 55세 때 정상혈압이었던 사람 중 90%에서 이후 고혈압이 발생했다. 문제는 높은 유병률에 반해 혈압을 목표치 미만으로 낮추고 유지하는 조절률은 상대적으로 신통치 않다는 데 있다. ACC·AHA 성명에 따르면, 고령 연령대에서 중년에 비해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이 높은 반면 조절률은 떨어진다.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에서는 조절률이 30%대에 머문다. 노인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 고혈압의 위험은 잘 인지하고 치료에 나서고 있으나 혈압은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80세 이상 혈압목표, 수축기 140~145mmHg도 무난

성명은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치가 140/90mmHg 미만이라는 것을 재확인, 65~79세 연령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연령대의 권고 목표치는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보다는 전문가 의견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노령인구의 고혈압 치료와 관련한 RCT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초고령 연령대에 대해서는 보다 완화된 전략을 지지했다. 성명은 “수축기혈압의 경우 80세 이상 연령대에서도 65~79세 환자들과 같은 목표치(140mmHg 미만)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없다”며 “이들에게는 140~145mmHg의 목표치도 용인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인 고혈압의 경우 수축기혈압이 상승하는 데 반해 이완기혈압은 정상이거나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혈압조절 시 저혈압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약물치료 2제병용 필요

항고혈압제 첫치료는 최저용량으로 시작해 혈압조절 여부에 따라 최대 내약용량까지 점진적으로 증량할 것을 주문했다. 약물반응이 충분치 않을 시에는 최대 내약용량까지 가기 전이라도 첫치료 약제에 다른 기전의 항고혈압제를 추가토록 했다. 한편 성명은 대부분의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2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 치료가 요구된다며 병용요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혈압이 목표치보다 20/10mmHg 정도 높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2제병용이 고려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약제선택, 효과·환자특성·비용까지 고려해야

합병증이 없는 상태에서의 약물요법은 140~159/ 90~99mmHg의 1단계 고혈압에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CCB), 이뇨제 모두 혈압강하 및 심혈관사건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언급했다. 약제 선택 시에는 “효과, 내약성, 동반질환,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근경색증을 경험한 환자의 경우 베타차단제나 ACEI로 치료가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160/100mmHg 이상의 2단계 고혈압은 “목표치보다 20mmHg 높은 경우 대부분이 2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가 요구된다”며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용의 선택은 “어느 쪽도 선택이 가능하지만, 암로디핀에 RAAS(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 억제제를 추가하는 것이 이뇨제와의 병용보다 선호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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