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상정부터 본회의 처리까지 '일사천리'...의료계 "약사가 감염병 역학조사? 시대 역행" 반발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감염병 정보공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메르스 후속법안을 의결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메르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심사 개시부터 법안소위 의결, 상임위 전체회의 의결, 본회의 통과까지 소요된 시간은 단 이틀.

통상적으로 법안심의에서 본회의 의결까지 대략 보름, 길게는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속도다.

법안상정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일사천리'

국회는 25일 밤 본회의를 열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메르스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국가 감염병 체계의 미비점들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개정까지는 단 이틀이 걸렸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메르스 사태 이후 국회에 제출된 19건의 감염병관리법안을 일괄 상정했으며 24일과 25일 양일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법률안을 심의, 의결했다.

25일 2시경 법안소위원회의 법률안 검토가 끝난 뒤 복지위는 25일 오후 3시 40분경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법안을 법안소위 결정안대로 의결했다.

연달아 법제사법위원회 자구심사를 통과한 법안은 본회의로 넘겨졌고, 25일 밤 9시반경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메르스법 무슨 내용 담겼나?...정보공개 강화 등 시스템 정비

개정법률은 새로운 병원체에 의해 발생해 국제적으로 보건문제를 야기하고 국내 유입에 대비해야 하는 감염병을 ‘관리대상 해외 신종감염병’으로 지정해 연구 및 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했고,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로서 감염병 예방 관리를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운영해외 신종감염병의 국내 유입에 대비한 계획·질병의 정보와 발생-전파 상황 공유 등을 규정했다.

또 의료인과 국민의 권리와 책무로서 정보 제공을 받을 권리·피해에 대해 보상을 받을 권리와 함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조사 업무에 적극 협조할 의무를 부여했다.

정보공개 강화규정도 마련됐다.

개정법률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으로 주의 이상의 경보가 발령된 후에는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이동 수단 및 진료 의료기관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도록 했다.

의료기관 피해보상 근거는 '다음 기회로'

역학조사인력 양성 및 관리에 관한 규정도 마련됐다.

개정 법률은 감염병의 국내 유입 또는 유행이 예견되어 긴급한 대처가 필요한 경우 방역관과 역학조사관이 직접 감염병 현장을 지휘·통제하도록 하고, 관련 기관은 이에 협조하도록 의무화 했다.

역학조사관 복지부에 30명 이상, 시도에는 2명 이상씩 두도록 했는데, 역학조사관 자격에 의사·수의사와 함께 약사도 포함시켰다.

의료계의 관심을 모았던 감염병 피해 의료기관의 보상, 만성질환자 처방전 리필제 도입 등은 개정법률에 포함되지 못했다. 앞서 법안소위는 해당규정들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국회는 일단 합의에 이른 규정들로 개정법률을 마련해 처리하고, 의료기관 피해보상 규정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 법안소위를 재소집해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약사가 감염병 역학조사? '졸속' 비판도

쟁점 규정들이 빠지면서 법률 개정작업이 속도를 냈는데, 이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역학조사관의 자격. 역학조사관에 약사를 포함시킨 것을 두고 벌써부터 뒷말이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입장문을 내어 "당초 개정법안은 역학조사관의 자격으로 방역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의료인·그 밖에 감염병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은 제안했으나 법안소위 논의과정에서 갑작스레 약사가 포함됐다'면서 "직역을 떠나 역학조사관의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메르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부실한 역학조사"라며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역학조사 수준을 선진국 기준으로 대폭강화해야 함에도 국회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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