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감염병 예방과 환자안전 간담회 개최

감염병은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어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특히 전세계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응지침을 촘촘히 만들어 의료기관에 안내하고, 감염관리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는 23일 '감염병 예방과 환자안전 간담회'를 열어 메르스 사태 이후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이날 JCI 전진학 컨설턴트(감염내과 전문의)는 미국의 공중보건체계를 소개했다. 미국은 공항에서부터 감시관리체계가 엄격해 동시다발적인 감염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연방정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병원계가 사전 정보를 공유하고, 감염병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시 CDC에 신고해 신속한 대응을 하는데 그들에게는 군과 경찰의 동원을 주지사나 시장에게 요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메르스 확산 추이가 단봉 그래프를 그리고 있어 조만간 종식이 예상되며, 지역사회 감염은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았다. 또한 대재난시 갑자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환자들이 늘어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모 병협 의무위원장(인하대의료원장)은 "인증평가나 감염관리는 모두 비용과 직결되는데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비용보전 없이는 운영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인증평가에 있어 평가비용만 5000여만원이 사용되고 시설, 장비 등을 모두 갖추려면 수십억원이 들지만 이에 대한 보전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감염관리기준에 있어서도 300병상 이상 병원에서 전담인력 1명을 둬야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가능한 일들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비용부담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인증평가와 감염관리기준만 강화해 병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며, "공공의료 강화에 대해서도 전체 병원의 95%인 민간병원에게 걸맞은 역할과 지원을 준다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석승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인증평가에 대한 도전을 많이 받는다며 병원과 국가의 감염관리는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석 원장은 "병원감염체계와 국가 공공보건 인프라가 혼합돼 결국 병원만의 문제로 비춰지고 있다"며 "인증평가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WHO에서 다인실 병실과 응급실 과밀화에 대한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 기준병상을 70% 이상으로 확보하려 한다며 오히려 정책이 역행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정규형 병협 총무위원장(한길안과병원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데, 전시상황인 것을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며 기초적인 구멍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원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은 "사스, 신종플루 때도 병원이 책임지고 해결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모든 역량은 예방과 초기에 집중돼야 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는 각종 평가 등으로 감염관리를 강화할 수 있겠지만 이번 상황에서는 국가 방역의 기능이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지 국내에 유입될 수 있는 상황임을 가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근 회장은 "병원 차원의 선제적인 감염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병원신임평가의 감염부문 평가항목 개선과 정부 지원 등 환자안전 인프라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병협은 7월초 각 직능별 감염예방 전담자들과 TF를 구성해 향후 대책을 집중 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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