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리 인식 부족했던 탓... 수가, 인력, 의료전달체계 등 풀어야 할 문제 산적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가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다. 메르스 확산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응급실 구조가 잘못됐다는 비판에서부터 응급실 운영 자체가 잘못됐다는 등 각종 비난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쏟아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감염에 대한 판단을 잘못한 정부의 탓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삼성서울병원도 몇 년 전 응급실을 개편하면서 감염 부분에 대해 놓친 점이 있지만 이를 전적으로 병원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절대 삼성서울병원을 편드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삼성서울병원이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도 아니고, 다른 병원이었으면 사태를 이렇게 끌고 오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도 잘못된 것"이라며 "이번과 같은 사건이 과거에 발생하지 않았고, 결국 정부나 병원도 감염에 대한 생각을 느슨하게 해왔다. 그 결과가 이번에 삼성서울병원에서 터진 것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 응급실, 모범사례에서 '미운 오리'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 탓이 가장 크다는 게 중론이다.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운영 등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최근까지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던 장본인이다.

지난 2013년 8월 삼성서울병원은 약 100억원을 들여 기존 1275㎡(385평) 규모의 응급실을 두 배 가까이 늘려 총 1970㎡(600평)로 넓히고, 응급실 전문1의 전담제 운영을 선언했다.

 

특히 질환별로 진료 구역을 구분해 소아와 성인 진료구역으로만 나눴던 기존 응급실을 환자상태에 따라 내과구역, 외상구역, 소아환자구역, 중환자구역 등 세분화, 독립화된 진료공간으로 변경했다. 이외에도 국내 처음으로 실시간 응급의료정보 시스템 POINT(Patient Oriented Information NeTwork)를 선보였다.

"응급의료전달체계 바로잡는 게 급선무"
경증환자 1·2차에서 진료받도록 야간·휴일진료 활성화부터

정부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을 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훌륭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특히 냉난방시스템과 보호자대기실, 출입구 등 몇 가지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부분 병원 응급실 천장에 설치돼 있는 냉난방 시스템은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내부에서 유통시키는 역할을 한다.

병원내 감염이 없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이번처럼 감염이 생기면 감염을 확산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며 "삼성서울병원이 응급실을 개편할 당시 감염에 대한 위험인식이 낮았던 때라 이 부분을 놓쳤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현재 대부분 병원의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에서 모두 이 시스템을 쓰는데 감염을 생각한다면 서서히 바꿔 나가야 한다"며 "정부도 수가로만 조정하려고 하지 말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진료존을 구역화하면서 만든 보호자 대기실도 적절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개편 당시 병상이 없어 환자들이 바닥에 누워있거나 복도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기실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기실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뒤섞여 있어 이번처럼 감염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오히려 감염이 퍼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병원 디자인 회사의 모 대표는 "메르스 사태가 커지기 전까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은 성공사례로 꼽혔다. 영원히 성공사례일 수 있었을 텐데 이번 메르스가 터지면서 감염에 취약한 점 등이 드러났다"며 "대기실이 환자들이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환자를 한 곳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응급실 출입구 문제도 지적사항이었다고.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출입구를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와 도보로 들어온 환자로 구분했지만 결국 응급실 안으로 들어서면 환자가 섞이게 돼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저수가·인력부족 등 난제 산적

메르스 파장이 정리되면 정부는 분명 응급실 개편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덕철 총괄반장(보건의료정책실장)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수도권 대형병원 응급실 환자 집중 해소방안 등 응급실 체계 개선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응급실의 구조적인 변화는 물론 감염관리도 지금보다 훨씬 엄격하게 할 것이다. 이런 예정된 절차에 대해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걱정을 하고 있다.

병원 한 관계자는 "응급실 시스템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시설을 뜯어고쳐 문제를 풀려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다"며 "정부가 엉뚱한 곳에 돈을 투자하게 하는 일이 발생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응급실 문제는 풀기 어려운 삼차 방정식에 가깝다. 낮은 수가, 빅5 병원의 응급실 환자집중, 인력부족, 헝크러진 응급의료 전달체계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어 정부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수가는 난제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외국 등에 비해 응급실 수가가 낮지만 수가를 올리려면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후 법 개정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한데 만만치 않은 가시밭길이다.

응급실 인력도 쉽지 않은 문제다. 대학병원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낮시간 진료보고 야간에 당직서며 근근이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인력을 확보하는 게 단순하지 않다"며 "지금 응급실에는 경증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주말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응급실 문제가 해결되려면 의료 전달체계가 짜여져야 하고, 야간이나 휴일에 진료하는 동네병원이 있어야 한다. 또 1·2차병원들이 10~11시까지만이라도 진료를 하고, 중증환자를 의뢰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 이후에 시설이나 인력들을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중심 프로세스에서 답 찾자"

미래 지향적인 응급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공간 위아카이 노미경 대표는 "응급실은 사용자 중심의 프로세스로부터 답을 찾아야 한다"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소아응급실을 확보하는 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다. 이때 환자가 구급차에서부터 병상을 배정받을 때까지의 상황을 체크했다. 이처럼 사용자 경험을 통해 응급실 디자인에서 환자의 빠른 동선 구축이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응급실 환자들을 세분화해 유형별로 파악할 수 있는 공간배치와 환자와 보호자의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은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응급환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나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다트머스 히치콕 메디컬 센터는 경증으로 응급실을 찾았을 때 약 24만원($220, 닥터 피와 hospital charge 포함)이고, 중간 정도의 질환으로 응급실을 갔을 때는 67만원($610) 정도고, 중증으로 갔을 때는 155만원($1400)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 응급실은 단순한 봉합인지 복잡한 봉합인지에 따라서도 비용이 달라진다. 오하이오에 있는 우스터 지역병원은 단순 봉합일 때 18만원($170), 복잡한 봉합이면 22만원($200)을 받고 있다. 또 단순한 시술일 때는 18만원($170), 중요한 시술일 때는 44만원($400, 닥터 피와 medicine or supplies 제외)을 요구하고 있다. 오하이오에 있는 Grand Lake Health System에서는 환자의 간단한 열상 치료나 환자의 상처를 체크하는 기본 적인 업무에 11만원($100), 단순골절 치료에는 33만원($300), 상태가 심각한 환자의 지속적인 바이탈 사인 체크와 수혈 등의 업무는 96만원($870)을 받는다. 그 외 흉부 튜브 삽입이나 IV 투약 등 상태가 심각한 환자 관리는 161만원($1450)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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