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없는 병원…떨어지는 매출에 막막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전국이 비상체계에 들어간 가운데 이와 밀접한 보건의료계와 제약업계가 더욱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기 때문에 제약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영업사원들에게 의료기관 출입 자제 권고를 내리는 형국이다.

원내감염 등을 우려해 병원에 환자 자체가 감소함에 따라 처방실적과 약국 및 유통업계의 매출 하락도 필연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메르스에 감염된 제약업계의 상황을 진단해봤다.

제약주 메르스 호재?…"손실이 더 커"

메르스 확산 초기에는 제약주에 일부 호재가 예상되며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 오르기도 했지만, 상승 종목 대부분이 메르스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돌연 하락세를 맞이했다.

특수품목으로 꼽히는 것도 손 세정제와 소독제, 구강청결제 등에 한정됐다. 대증요법으로 언급되며 주목받은 리바비린과 인터페론을 보유한 업체들도 사용 증가로 인한 매출 확대보다 환자 내원 축소 등에 따른 손실이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활동에도 비상이 걸렸다. 제약사들은 일제히 메르스에 대한 사내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영업사원에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병원출입을 자제하라는 등 각종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관련 학술대회도 잇따라 취소됐고 임상 결과 발표 등을 앞뒀던 제약사의 활동도 연기됐다. 제품설명회 등 사람이 모여야 하는 행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도 환자 모집은 사실상 정지됐고 진행 중인 임상도 잠정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회식은 물론 채용 면접도 연기됐다. 외부활동은 거의 안 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신입사원 교육 정도가 유일하게 진행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6일 예정됐던 제약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간담회도 오는 7월 21일로 연기되는 등 정부 관련 행사도 일제히 미뤄졌다.

2분기 실적 저하 조짐 '긴장'

여파는 제약사의 실적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5월 원외처방 조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9% 감소한 7780억원에 머물렀다. 상위 10대 제약사의 경우 1702억원에 그치며 하락 폭이 8.5%로 더욱 컸다.

 

또한 유비스트 기준으로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의 원외처방 동향을 봤을 때 대부분 하락했다. SK케미칼은 25.9%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동아ST 20.2%, CJ헬스케어 12.6%, 일동제약 12.0% 순으로 이어졌다. 또 대웅제약, 유한양행, 신풍제약, 한미약품 등 순으로 10% 미만의 하락세를 보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5월의 실적 감소는 최근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영업 위축과 경기침체에 따른 것"이라며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6월은 마케팅 활동 정체와 환자 감소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르스 영향으로 6월 처방액도 부진이 예상된다"며 "2분기 내수 처방실적에 적신호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승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메르스 확산에 따른 헬스케어 업종 수혜 기대감 및 투자심리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제약사 영업활동 위축과 환자 내원율 축소에 따라 2분기 실적 부진 가능성이 대두된다"고 내다봤다.

유통업계도 '도미노식 피해' 우려

제약사뿐만 아니라 유통업계도 어려움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 주문은 급감했고 병원 도매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것. 메르스로 매출이 감소한 병원과 약국이 유통업체에 대금 결제를 더욱 늦춰 도미노식으로 어려움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병원 유통업체 관계자는 "납품 물량이 소진된 석 달 후 즈음에는 더욱 큰 후폭풍이 올 것"이라며 "특별한 대책이 없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또 일부 대금결제가 미뤄지는 와중에도 유통업체는 제약사에 결제를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는데, 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 배려가 필요한 시기라고 부연했다.

해결 방안 막막…기다림이 답?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언제쯤 해결될지 담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부 제약사는 실적 저하 등과 관련 대책회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메르스 감염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어야 하기 때문. 

그러나 메르스 환자와 격리자가 증가하고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제약산업 종사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메르스 발생 병원, 환자 경유 병원 등은 방문하지 않고 타 지역 위주로 방문하다 해당 지역 병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거래처가 폐쇄된 영업사원 등 우려 사례가 추가되고 있다.

일부 영업사원은 병원을 아예 방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자신의 부인, 아이 등 가족이 감염될까 두려워 친정 등에 보내고 따로 생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불안감을 부채질한 원인으로 정작 제약사가 메르스 치료제 개발에 게을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대형 제약사들이 메르스 백신의 경제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개발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정부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현재 그레펙스, 이노비오, 노바박스 등 중소 바이오 업체가 메르스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임상 실험 이전의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임상용 메르스 DNA 백신 생산에 착수했다고 밝힌 진원생명과학도 올 하반기 내 미국 FDA에 임상 승인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단계에 그치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공조하는 체계적인 과정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뒤늦게 나선 정부가 어떤 형태로 사태를 수습할지, 또 제약업계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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