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유럽류마티스학회서 발표된 tREACH 연구결과 '눈길'

▲많이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초기 치료전략에 있어 공격적인 접근법이 환자에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구관(舊官)이라고 다 명관(名官)은 아니다. 현재 초기 류마티스관절염(RA) 환자에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치료법은 메토트렉세이트(MTX) 단독요법이다. 하지만 이를 뒤엎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꾸준히 발표되며 향후 치료전략에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공개된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초기 치료전략으로 항류마티스약제(DMARDs)를 이용한 3제 병합요법이 RA 환자의 전반적인 질병 활성도와 기능 개선에 보다 효과적이었다는 결론이다.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많은 약제를 동시에 처방하기에 안전성 논란을 피할 순 없지만, MTX에 설파살라진(sulfasalazine), 히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섞는 3제요법이 기존 단독요법보다 혜택이 더 많다는 얘기다.

유럽학회서 3제요법 치료옵션으로 논의

가장 최근에 발표된 연구결과는 지난 10~1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성료된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에서 베일을 벗었다(Abstract OP0030).

학술대회 기간인 11일 네덜란드 에라스무스의대 Angelique Weel 박사팀의 tREACH(Rotterdam Early Arthritis Cohort) 연구가 대표적으로, 발표를 맡은 Weel 박사의 설명에서 변화의 조짐을 엿볼 수 있다.

그는 "RA가 만성질환인 만큼 해당 환자들은 치료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애로점이 있지만,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인 약물을 사용하는 것에는 이를 상쇄할 만한 긍정적인 단서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고 강조하며 "엄격한 관리가 가능해진다면 사용하던 약제를 서서히 감량하다가 2년 이내에 약물의 사용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단순히 3제요법의 효과가 단독치료보다 우위에 섰다는 비교 개념이 아니다. 초기 RA 환자에서 3제요법이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더해지면 질병관해에 도달하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져 장기적으로 얻는 이점이 크다는 분석이다.

초기 3제요법 2년째 결과 '합격점'

올해 EULAR 2015에 공개된 tREACH 연구결과는 명료하다. 3제요법 환자군이 MTX  단독 치료군에 비해 질병의 중증도를 조기에 감소시켰고 기능 개선 효과까지 기대하게 됐다.

특히 "2년의 연구기간 3제요법군에서 비싼 생물학적제제의 사용이 줄었고 약물 없이 질병관해에 도달하는 비율도 높았다"는 연구팀의 설명을 짚어보면, 공격적인 조기 치료전략에 대한 염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는 281명의 RA 환자가 등록됐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연구시작 시 환자들의 평균 질병활성도 점수는 3.2점이었고, 정상적 신체기능 여부를 측정하는 3가지 건강평가설문(3-point Health Assessment Questionnaire)의 평균 점수는 1이었다. 이들을 질병활성도 측면에서 놓고 보면, 관해에 도달했다고 평가받는 환자보다 2배가량 높은 질병활성도를 보였다.

모든 환자에게는 MTX를 처방받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가교(bridging)요법이 사용됐고, 무작위로 선정된 일부 환자군에만 DMARD 3제요법이 적용됐다.

치료 3개월 후를 결과에 차이가 생겼다. HAQ 점수의 개선은 MTX 단독요법에 비해 DMARD 3제요법에서 높았다(P<0.05). 특히 이러한 경향은 2년의 추적관찰기간 동안 참여자의 질병활성도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DMARD 3제요법을 사용한 환자군은 질병관해에 해당하는 질병활성도 점수 1.6점 미만에 빠르게 도달했다. 치료를 시작한 뒤 2년째까지 전체 참여자의 절반에서 지속적인 질병관해 상태를 유지했다.

한편 tREACH 연구는 스텝업(step-up) 연구로 질병활성도 점수가 조절되지 않는다면(2.4점 이상) 항종양괴사인자(TNF) 억제제를 투약한 후 생물학적제제로 넘어가도록 했다. 결과는 2년째 시점에서 명확히 갈렸다. MTX 단독군(38%)과 비교해 DMARD 3제요법 환자군(21%)에서 보다 적은 환자가 항TNF 억제제를 처방받았던 것.

또 약물 재투약과 관련해서도 3제요법에 뚜렷한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기간 주기적인 병원 방문을 통해 참여자의 질병활성도 점수가 1.6점 아래로 떨어진 경우 의료진의 판단하에 치료제의 점진적 감량 처방이 고려됐다. 결과적으로 DMARD 3제요법군 80%, MTX 단독요법군의 90%가 감량을 시작했지만, 증상의 발작으로 치료제를 다시 투약받기 시작한 환자는 DMARD 3제요법군(65%)이 MTX 단독요법군(78%)보다 낮아 약효의 지속성이 확인됐다.

관절손상의 악화는 두 환자군 모두 미미한 수준으로 비슷했다.

DMARD 3제요법, MTX 단독보다 질병관해 도달률 높고·생물학적제제 사용 줄어

3제요법 사용 시 생물학적제제 사용 40% ↓

해당 환자에서 3제요법이 MTX 단독요법보다 효과가 좋다는 주장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동 대학 연구팀은 앞선 2013년 10월 27일 미국류마티스학회(ACR) 학술대회에서도 tREACH 연구결과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가 발표됐을 당시 가이드라인에서는 MTX + 설파살라진 + 히드록시클로로퀸을 섞는 DMARD 3제요법이 해당 환자에서 권고되는 옵션은 아니었다. 일부 임상연구에서 3제요법의 효과가 더 좋다는 결론들이 도출됐음에도 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반영이 안 됐던 것.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사용에 따른 안전성 논란이 대표적. 때문에 지난 학회에서 공개된 tREACH 연구는 DMARD 3제요법과 MTX 단독요법의 효과를 비교하면서도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가교적인(bridging) 사용 여부를 고려해 분석결과를 내놨다.

논문의 주 저자였던 네덜란드 에라스무스의대 Pascal de Jong 교수는 "새로이 RA를 진단받은 환자에서 최적의 초기 치료전략을 정하는 데는 여전히 논란이 따르는 상황"이라며 "이번 tREACH 연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사용과 관계없이 DMARD 3제요법이 MTX 단독치료보다 RA의 증상 개선효과가 좋은지를 평가했다"고 연구배경을 밝혔다.

tREACH 1년 추적관찰 연구결과. 3제요법군이 MTX 단독요법에 비해 생물학적제제로 전환하는 비율이 적었다. 메디칼업저버 자료정리

이에 연구는 3개 치료군을 구분했다. 첫째 환자군 91명에는 DMARD 3제요법으로 매주 MTX 25mg + 1일 1회 설파살라진 2g + 1일 1회 히드록시클로로퀸 400mg에 1회 글루코코르티코이드 120mg 근육주사(IM)를  추가했다. 둘째 환자군(93명)에서는 동일 3제요법에 더해 경구용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용량을 15mg(1일 1회)부터 시작해 투약을 줄여나갔다. 3번째 환자군(97명)은 MTX 단독요법 환자군이었다. 이들에선 MTX 25mg을 매주 투약하는 한편 경구용 글루코코르티코이드(1일 1회)를 15mg에서 점차 감량했다.

1년간의 최종 결과에서 3제요법의 혜택은 여실히 드러났다. DMARD 3제요법의 1년 치료결과 단독치료에 비해 생물학적제제를 40%가량 더 적게 사용하면서도 치료목표에 빠르게 도달했고 효과를 유지했다. 또 치료 3개월 시점에서 2개의 3제요법군은 MTX 단독요법보다 치료 실패가 적었다.

하지만 논쟁이 따랐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가교치료에 있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X선 촬영상 질병 악화소견에는 첫째 환자군 19%, 둘째군 23%, 셋째군은 21%로 나타나 3제요법에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근육주사로 한 번 접종한 치료군이 우위에 있었다. 중증 부작용은 3개 치료군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1년 결과 3제요법이 보다 적은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면서 치료 목표에 빨리 도달하고 효과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구용 혹은 근육주사용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치료는 가교치료로서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단독요법 대비 안전성 차이 없어

EULAR 회장인 Maurizio Cutol 박사(이탈리아 제노아의대)는 학술대회 발표 당일, 이들 3제요법의 안전성을 언급한 연구 데이터(Ann Rheum Dis. 2014;73:1331-1339)를 거론했다.

이 연구는 tREACH  1년 추적관찰 연구결과로,  DMARD 3제요법에 아직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굳이 안전성 때문에 3제요법을 중단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게 요지다. 약물중단 비율에 있어서 두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기 때문.

Cutol 박사는 "해당 환자에서 3제요법을 고려할 때 안전성 문제는 주요 이슈가 된다"며 "현재 학계는 해당 환자들에서 단독치료와 함께 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가교치료로 추가하고 여기에 기타 DMARD를 더할 수 있다. 이후 6개월 뒤 생물학적제제로 넘어가도록 권고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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