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질환 거느리는 고혈압 위험 예외 없다
동반질환 거느리는 고혈압 위험 예외 없다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5.06.1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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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당뇨병의 독립적 위험인자”
지난 5월 18일자 미국당뇨병학회지 Diabetes Care 온라인판에는 한국인 대사질환의 유병특성을 새롭게 규명한 연구가 발표됐다. 서울의대 임 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가 주도한 ‘한국인 고혈압과 당뇨병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로, 서양을 대변하는 美 학계가 아시아인 데이터에 관심을 돌린 것이다.

연구결과는 성인인구에서 혈압이 높아질수록 당뇨병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고혈압 전단계(120~139/80~89mmHg)부터 시작해 고혈압 2단계(160/100mmHg 이상)까지 정상혈압과 비교해 당뇨병 위험이 1.2~1.6배까지 상승했다. 특히 당뇨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변수를 보정한 상태에서 고혈압의 독립적인 영향을 밝혀내 더 주목을 받았다. 고혈압이 당뇨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고혈압·당뇨병 함께 간다
또 다른 한국인 데이터는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 발생위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3’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혈압 조절률(130/80mmHg 미만 달성률)이 39.5%로 비당뇨병 환자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이상은 고혈압 환자에서 대사질환 동반 위험이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를 심혈관 위험인자 다중발현이라 지칭하는데, 이 경우 심혈관사건(심혈관 원인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 위험이 배가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고혈압·고혈당·지질이상 등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각각 1이라고 가정한다면, 이들이 동시에 발현됐을 경우 그 합은 3이 돼야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위험도는 10 이상으로 배수를 넘어선다.

대사증후군 핵심인자
이를 잘 설명해주는 임상적 실체가 바로 대사증후군이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을 기반으로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을 총체적으로 포함하는 만성 대사질환 증후군이라 할 수 있다. 대사증후군 자체로 대사질환과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측할 수 있으며, 심혈관사건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보건당국이 발표한 한국인 임상자료에서 고혈압이 대사증후군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의 건강보험 심사결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의 절반가량이 고혈압(585만명)이었다. 나머지는 당뇨병(258만명), 고지혈증(144만명), 심혈관질환(102만명), 뇌혈관질환(101만명) 순이었다. 고혈압 환자에서 여타 대사질환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내분비학회(ENDO) 저널 JCEM 5월 20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된 또 다른 한국인 역학연구에 따르면, 대사증후군 구성인자 가운데 당뇨병과 고혈압이 사망위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성균관의대 성기철·이은정 교수팀(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내분비내과)이 원내 건강검진 환자 15만명 이상의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관찰한 결과, 대사증후군 환자의 사망률이 1.6배 높은 가운데 고혈압과 당뇨병이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임상특성 따른 혈압관리 전략
한국인 데이터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고혈압이 동반질환을 거느릴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러한 환자들에서 심혈관사건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고혈압 관리에 있어서 환자의 임상특성, 즉 동반질환이나 합병증 유무의 파악과 대처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동반질환에 따라 혈압을 얼마나 조절해야 하는지 또는 어떤 항고혈압제를 선택할 것인지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압 목표치
고혈압 환자에서 동반질환에 따른 혈압 목표치는 일부 논쟁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 이완기혈압 80~90mmHg 미만에 합의점이 형성되고 있다. 과거 당뇨병, 신장질환 환자 등에서 130/80mmHg 미만이 권고돼 왔지만 과학적 근거의 결여, 부작용 위험부담 등을 고려해 다소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고령 환자의 경우 이완기혈압 급강하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 등의 위험을 고려해 수축기혈압 150mmHg 미만도 권장된다.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과 관련해서는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학회들이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 유럽당뇨병학회(EASD), 대한고혈압학회 등이 모두 같은 입장이다. 신장질환 환자에서도 140mmHg 미만이 권고되고 있으나, 알부민뇨가 있는 경우에는 130mmHg 미만도 고려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두고 있다. 심뇌혈관질환 역시 과거의 130/80mmHg에서 140/90mmHg 미만으로 완화된 상태다.

항고혈압제 선택
대한고혈압학회는 2013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BB), 칼슘길항제(CCB), 티아지드 또는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 등의 계열을 모두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환자가 다른 질환이나 위험인자를 동반했을 때는 이를 고려해 항고혈압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즉, 환자의 임상특성에 맞도록 항고혈압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심부전 환자에서 ACEI·ARB·BB, 관상동맥질환에 ACEI·ARB·CCB, 뇌졸중에 ACEI·ARB·이뇨제, 신장질환에 ACEI·ARB, 당뇨병에 ACEI·ARB, 심근경색증 후에 ACEI·ARB·BB⑦ 등을 차별화 해 선택하도록 했다.

노인 고혈압
고혈압 동반질환의 정도를 따지자면 고령환자를 따라갈 연령대가 없다. 특히 노인 고혈압은 노화로 인한 유병특성이 두드러져 더 치료하기 힘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인 고혈압의 이환특성상 공격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리기가 어려우며, 이로 인해 실제 임상현장에서 노령층의 혈압 조절률이 낮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률은 50~60%, 노인 고혈압은 40%대에 머문다는 것이 임상현장의 중론이다.

연령이 늘수록 수축기혈압이 상승하는 특성으로 인해 단독 수축기고혈압이 노인 고혈압의 가장 흔한 병태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완기혈압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다. 이 경우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혈압을 조절하다 보면 이완기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돌출될 수 있다. 임상현장의 진료의들이 노인 고혈압의 치료에 애를 먹거나 공격적으로 나서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대한고혈압학회는 현재 노인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이완기혈압이 너무 떨어지지 않는 수준(적어도 60mmHg 이상)에서 수축기혈압 140~150mmHg를 주문하는 동시에, 노인 수축기 단독고혈압의 치료에 ACEI·ARB·CCB·이뇨제를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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