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고혈압 환자의 당뇨병 위험을 명확히 보여주는 연구가 발표돼 화제다. 그간 두 심혈관 위험인자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대규모 한국인 인구집단(cohort)에 대한 전향적 관찰을 통해 이를 규명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특히 우리나라 환자들 역시 고혈압에 당뇨병이 동반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유병특성에 맞춘 치료전략의 변화 등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임 수 교수팀, KoGES 코호트 전향적 관찰결과
美당뇨병학회지 게재
서울의대 임 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팀은 미국당뇨병학회(ADA) 저널 Diabetes Care 5월 18일자 온라인판에 ‘한국인유전체역학연구(KoGES)에서 고혈압과 당뇨병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 “한국인 환자에서  혈압수치에 따라 당뇨병 위험도가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고혈압 환자의 당뇨병 위험도는 정상혈압에 비해 최대 1.6배까지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아시아 인종에서 혈압과 혈당의 연관성에 관한 전향적·지역기반 코호트 연구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한국인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10년 기간의 전향적 관찰을 진행했다. 질병관리본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2001~2010년 동안 국내 40~69세 연령대의 성인인구를 무작위로 선정해 혈압수치에 따른 당뇨병 위험도의 변화를 보고자 했다.

총 1만 38명 가운데 등록시점에서 당뇨병이 없었던 8359명이 혈압수치에 따라 정상혈압(120/80mmHg 미만, 4809명), 고혈압 전단계(120~139/80~89mmHg, 2141명), 고혈압 1단계(140~159/90~99mmHg, 804명), 고혈압 2단계(160/100mmHg 이상, 605명) 그룹으로 분류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공복혈당 126mg/dL 이상, 식후혈당 200mg/dL 이상, 항당뇨병제의 사용에 해당하는 당뇨병 발생빈도를 조사했다.

고혈압전단계부터 유의한 증가
160/100mmHg 이상은 4명 중 1명꼴
총 10년의 관찰결과, 당뇨병 발생은 전체의 14.3%(1195명)로 높은 유병률을 나타냈다. 혈압수치에 따라서는 정상혈압군 11.1%, 고혈압 전단계 17.0%, 고혈압 1단계 17.7%, 고혈압 2단계 25.8%로 혈압이 높아질수록 당뇨병 빈도 역시 유의한 상승폭을 보였다. 혈압 160/100mmHg 이상인 경우에는 4명 중 1명꼴로 당뇨병이 발생했다. 혈당, 지질, 당뇨병 가족력 등 여타 변수를 보정한 상태에서 정상혈압 대비 당뇨병 위험도는 고혈압 전단계 그룹이 1.23배(95% CI 1.06-1.42), 고혈압 1단계 그룹은 1.26배(1.04-1.54), 고혈압 2단계 그룹 1.60배(1.30-1.96) 높았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3’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 동반율은 54.6%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당뇨병 환자 둘 중 한 명은 혈압이 높다는 것인데, 비당뇨병 환자(22.7%)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문제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동반되면 심혈관사건 위험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UKPDS, HOT, ADVANCE 등의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했을 때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22~69%, 사망률은 14% 감소시킬 수 있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13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수축기혈압이 10mmHg 낮아질 때마다 당뇨병과 관련된 사망률은 15%, 심근경색증은 11%, 미세혈관 합병증은 13%까지 감소한다”며 “당뇨병 환자의 적절한 혈압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는 JAMA 2015;313:603-615에 게재된 메타분석 결과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Connor A. Emdin 교수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과 혈관질환 위험의 연관성을 파악코자 총 4개 임상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분석결과, 수축기혈압을 10mmHg 낮출 때마다 사망률 상대위험도가 13%(relative risk 0.87, 95% CI 0.78-0.96)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각 개별인자의 상대위험도는 심혈관사건 11%(0.89, 0.83-0.95), 관상동맥 심장질환 12%(0.88, 0.80-0.98), 뇌졸중 27%(0.73, 0.64-0.83), 알부민뇨 17%(0.83, 0.79-0.87), 망막증 13%(0.87, 0.76-0.99)씩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감소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기저시점에서 수축기혈압이 140mmHg를 넘었던 환자들에서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혈압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치료의 필요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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