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에 컨센서스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3’ 자료를 보면, 당뇨병 환자 가운데 혈압 목표치(130/80mmHg 미만)를 달성하는 경우는 39.5%에 불과했다. 68.5%가 목표치에 이르는 비당뇨병 환자와 비교해 매우 열악한 조절률이다. 현재 당뇨병 환자의 수축기혈압 목표치가 140mmHg 미만으로 권고되고 있지만, 이를 적용한다 해도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적절한 혈압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혈압 목표치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어디까지 낮출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는데, 2013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140/85mmHg 미만으로 개정·권고하고 있다. 학회는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떨어뜨린 임상연구가 드물고, 120mmHg 미만으로 강하 시에도 심뇌혈관질환의 추가적인 예방효과를 증명하지 못했다”며 목표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덧붙여 “최근 연구에서 보다 낮게 혈압을 유지한 환자에서 전체 심혈관사건 발생을 줄이지는 못했다”며 “비용효과와 더불어 부작용 위험도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지침은 당뇨병 환자의 항고혈압제 선택과 관련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지속성 칼슘길항제(CCB), 이뇨제, 베타차단제를 처방할 수 있으나 ACEI와 ARB를 우선적으로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내분비내과 이정민 교수는 “고혈압이 동반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IDNT와 신장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RENAAL 연구에서 ACEI와 ARB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효과적인 혈압강하와 단백뇨 억제효과를 입증했다”며 “이를 토대로 ACEI와 ARB가 당뇨병 환자의 항고혈압제 선택으로 선호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침은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이 충분한 혈압강하를 위해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병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약을 먼저 선택할지의 여부는 실제적으로 의의가 적다”며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한 병용요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RAAS 억제제를 먼저 선택한다 해도 대부분에서 또 다른 항고혈압제를 추가해야 하는 만큼, 1차선택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베타차단제와 티아지드 이뇨제의 병합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혈당조절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병태생리학적 기전
2013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 발생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체중증가와 함께 고인슐린혈증으로 인한 교감신경 항진, 신장에서 나트륨 저하에 의한 체액증가 등을 꼽았다. 또 “고혈당으로 인해 혈관경직도가 증가되고 동맥경화증이 악화되기 때문에 고혈압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러한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고려해 항고혈압제 병용조합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이드라인이 말하는 당뇨병 환자 혈압치료 전략

2015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당뇨병 가이드라인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 관리는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조절토록 하는 최근의 변화와는 달리 130/80mmHg 미만으로 기존 목표치를 고수했다. 이를 위한 약물치료에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를 1차선택으로 권고했다. 이어 이들 환자에서 2~3개월 동안 목표치가 달성되지 않을 경우에는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CCB), 티아지드계 이뇨제 등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처음부터 혈압이 150/100mmHg를 초과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들의 경우에는 ACEI 또는 ARB에 티아지드계 이뇨제, CCB, 베타차단제를 병용하는 2제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2015 미국당뇨병학회(ADA) 고혈당 관리 가이드라인
당뇨병·고혈압 동반 환자의 혈압 목표치는 수축기혈압 140mmHg,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으로 권고했던 것에서 140/90mmHg 미만으로 이완기혈압 수치를 완화했다. 다만 “젊은 환자, 치료로 인한 추가 부담이 없는 환자들의 경우 130/80mmHg 미만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며 집중 혈압조절의 여지를 남겼다. 항고혈압제 치료는 반드시 ACEI 또는 ARB를 포함하는 요법으로 구성할 것을 주문했다. 동시에 당뇨병 동반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ACEI, ARB, 티아지드 이뇨제를 포함하는 다제요법이 요구된다는 점도 강조됐다.

2014 JNC 8차 가이드라인
미국을 대표하는 JNC 8차 보고서는 성인 당뇨병 환자의 항고혈압제 치료를 140/90mmHg 이상부터 시작하도록 하는 동시에 목표치 또한 140/90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당뇨병 환자를 포함한 성인인구의 항고혈압제 치료에는 티아지드 이뇨제, CCB, ACEI, ARB를 1차선택하도록 했다.

2013 유럽심장학회(ESC)·고혈압학회(ESH) 고혈압 가이드라인
유럽은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과 관련해 목표치를 140/85mmHg 미만으로 두고 치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항고혈압제 선택은 모든 계열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며, 단백뇨 또는 미세알부민뇨가 있는 경우에는 RAS 억제제가 선호된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가이드라인은 또한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이 어려운 만큼, 대부분의 경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고려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2012 ESC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
ESC는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140/80mmHg 미만으로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을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요구된다며 신장병증 발생 또는 진행억제 효과를 감안해 ACEI 또는 ARB를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주문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동반되는 사례가 흔하며, 이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두 위험인자의 상호작용으로 표적장기손상과 죽상동맥경화증이 악화됨에 따라, 각각의 인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률 또는 고혈압 환자의 혈당조절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치료 시에는 초기부터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조합하는 병용요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외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은 당뇨병 환자의 항고혈압제 요법으로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S) 억제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추가적인 항고혈압제의 선택이 요구된다는 점 또한 강조하고 있다. 고혈당의 영향 등 다양한 병태생리학적 기전에 의해 발생한 고혈압을 하나의 루트만 공략하는 단일요법으로는 치료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항고혈압제 병용 필요…1차선택 무의미
대한고혈압학회는 2013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 치료 시에)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지속성 칼슘길항제(CCB), 이뇨제, 베타차단제를 처방할 수 있으나 ACEI와 ARB를 우선적으로 권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이 충분한 혈압강하를 위해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병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약을 먼저 선택할지의 여부는 실제적으로 의의가 적다”며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한 다중 항고혈압제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병용조합이 최대 관건
고혈압 학회는 또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 위험증가는 체중증가와 함께 고인슐린혈증에 따른 교감신경 항진과 신장에서의 나트륨 저하로 인한 체액증가 등이 원인일 수 있다”며 두 심혈관 위험인자 동반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항고혈압제 병용조합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CCB + RAS 억제제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 시에 가장 주목받는 병용요법 중 하나가 바로 CCB와 RAS 억제제의 조합이다. ACEI나 ARB는 이미 심혈관 및 신장보호 효과에 근거해 당뇨병 환자의 항고혈압제 선택으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CCB 역시 일련의 연구를 통해 인슐린저항성이나 신장기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보고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CCB는 인슐린을 생성하는 베타세포의 염증 조절 단백질인 TXNIP 발현을 조절하고 세포사멸을 막아 베타세포의 생존과 기능을 강화하며, 궁극적으로는 당뇨병 예방과 임상예후 개선의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다(Diabetes 2012;61:848-856).

3세대 CCB 레르카니디핀
특히 3세대 CCB로 분류되는 레르카니디핀(lercanidipine)은 높은 지질친화성(lipophilicity) 기전으로 인해 강력·지속·안정적인 혈압강하 효과 이외에도 지질 및 당대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특수한 기전상 혜택에 의해 표적장기손상과 죽상동맥경화증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사건 개선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혈관선택성 기전에 의해 급격한 혈관확장에 따른 여타 부작용 위험이 적다는 것도 이점이다.

실제로 레르카니디핀은 일련의 연구에서 본태성 고혈압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염증, 산화스트레스, 인슐린 저항성 등의 생체표지자들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Int Angiol 2013;32:85-93, Cardiol Ther 2012;1:4). 당뇨병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 대상의 임상연구에서는 혈압강하력과 함께 체내 포도당 항상성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J Cardiovasc Pharmacol 2002;40:133-139). 또 수백 명의 당뇨병·고혈압 동반 환자를 52주간 장기적으로 치료·관찰한 DIAL 연구에서는 레르카니디핀의 혈압강하력과 함께 기저시점 대비 유의한 알부민뇨(AER) 감소효과가 확인됐다(Diab. Nutr. Metab. 2004:17;259-266)<그림 1>.

레르카니디핀의 특수한 기전은 신장기능을 보호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T형 칼슘채널(T-type Calcium channel)에도 작용하는 작용기전상의 특징에 따라 당뇨병 환자의 혈관 합병증인 신장병증의 개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만성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ZAFRA 연구에서 레르카니디핀은 혈청 크레아티닌 청소율과 단백뇨를 개선하는 등 신장보호 효과를 나타냈고(Renal Failure 2005;27:73-80), 이러한 효과는 용량 의존적으로 발휘됐다(Renal Failure 2010;32:192-197)<그림 2>.

 


레르카니디핀 + 발사르탄
레르카니디핀과 병용조합 파트너로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 ARB 제제 발사르탄 역시 혈압강하력과는 별도로 심혈관 및 신장보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발사르탄은 로사르탄과 칸데사르탄에 비해 뛰어난 AT1 수용체 결합 친화력으로 인해 보다 우수한 임상혜택을 담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사르탄 역시 NAVIGATOR 연구를 통해 베타세포기능 개선 및 당뇨병 예방효과를 검증받은 바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당뇨병·고혈압 동반 환자의 혈압조절에 있어 RAS 억제제와 CCB, 특히 발사르탄과 레르카니디핀의 조합이 최적의 선택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혈압 강하력 및 당뇨병과 신장질환의 지표 개선에 있어 두 약제의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겠다.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이 어려운 만큼, 고혈압 환자의 혈당조절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들 두 위험인자가 상호작용을 통해 죽상동맥경화증 악화에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각각의 인자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에 있어 RAS 억제제 등이 혈압강하력 이외의 고혈당과 관련한 부가적 혜택을 제공한다면, 고혈압에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새로운 SGLT-2 억제제가 혈당조절과는 별도의 혈압강하 혜택을 제공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SGLT-2 억제제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경구 혈당강하제로 당뇨(糖尿)를 증가시켜 체내 혈당량을 조절하는 차별화 기전을 갖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투압성 이뇨작용과 칼로리 소실도 함게 동반되는데, 이로 인해 혈압과 체중의 감소가 가능하다. 혈당·혈압·체중의 3개 위험인자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약제가 처음 등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약제가 항고혈압제로 승인되지는 않았지만,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강하의 잠재적 가능성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SGLT-2 억제제의 약제특성과 관련해 “2~4/1~2mmHg 정도의 일관된 혈압감소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며 계열효과(class effects)를 주장했다.

다파글리플로진
SGLT-2 억제제의 기전상 혈압강하 혜택은 실제 임상연구에서 명확히 그 실체를 드러내 왔다. 먼저 SGLT-2 억제제의 선봉에 서 있는 다파글리플로진은 여러 임상연구에서 수축기·이완기혈압을 모두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12개의 위약·대조 임상연구(RCT)를 종합분석한 결과, 다파글리플로진은 24주 시점에서 혈압을 4.4/2.1mmHg 강하시켜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혈압강하 혜택은 장기간 관찰연구에서도 확인됐는데, 글리피지드 대비 다파글리플로진의 혈압강하 정도는 3.67mmHg였다.

엠파글리플로진
또 다른 SGLT-2 억제제인 엠파글리플로진 역시 임상연구를 통해 확실한 혈압강하 혜택을 보여주고 있다.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엠파글리플로진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12주간 치료·관찰한 결과, 엠파글리플로진 10mg의 위약군 대비 24시간활동혈압의 강하 정도는 3.44/1.36mmHg였다. 엠파글리플로진 20mg은 4.16/1.72mmHg의 강하효과를 나타냈다. 진료실 혈압의 변화 역시 같은 양상이었다.

AACE 알고리듬
신규 차별화 기전에 따른 3중혜택 등 당뇨병 치료에 있어 SGLT-2 억제제의 역할을 가장 비중 있게 반영한 사례는 최근 발표된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의 당뇨병 종합관리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은 혈당조절 알고리듬을 통해 메트포르민 > GLP-1 수용체 작용제 > SGLT-2 억제제 > DPP-4 억제제 > 알파글루시코다제 억제제 > 티아졸리딘디온계 > 설폰요소제 순으로 단독요법 1차선택을 제시하고 있다. SGLT-2 억제제의 경우, 약물 선호도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작용 위험에 대한 주의도 제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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