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장질환(CKD)은 심혈관사망, 심혈관사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독립적인 예측인자로 알려져 있다. 신장질환국제기구(KDIGO)는 “CKD는 관상동맥심질환과 동등한 위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심장협회(AHA)도 알버타신장질환네트워크와 미국립건강영양조사 2003~2006년 분석결과를 근거로 이 위험도를 제시했다. 연구에서는 심근경색증 병력이 없는 환자들 중 CKD가 동반된 당뇨병 환자들의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이 CKD가 동반되지 않은 이들보다 더 높았다는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고혈압은 CKD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인자로서 관리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사구체신염 등 급성 사구체질환 환자에서는 고혈압과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내 건강보험공단 자료는 국내에서의 동일한 연관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2009년에서 2013년 만성 신부전증 환자는 9만 596명에서 15만 850명으로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3.6%의 증가폭이다.

전반적으로 고령에서 만성 신부전증 환자수가 더 많았는데 건강보험공단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신부전 위험인자의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인구의 고령화에 의한 고혈압과 당뇨병 유병률의 증가가 결과적으로 만성 신부전 유병률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즉 CKD와 고혈압의 동반빈도가 높다는 것인데 이는 국내 CKD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인 KNOW-CKD 연구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지난해 대한신장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서울의대 김효진 교수팀은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대사증후군과 CKD 간 연관성을 평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에 포함된 1471명 중 대사증후군 환자는 56.6%였다. 대사증후군 동반 환자에서는 고령 인구의 빈도, 당뇨병 위험도가 높았고, 사구체여과율은 낮았으며,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중성지방, 혈압이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대사증후군 동반 환자에서는 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 뇌혈관질환 위험도가 증가했고, CKD 중증도가 안 좋아질수록 대사증후군 빈도가 증가했다.

추가적으로 CKD 원인질환별로 분석했을 때 당뇨병성 신증 다음으로 고혈압이 높게 나타나 다양한 대사증후군 인자들 중에서도 고혈압이 CKD에 높은 비중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올해 초 AHA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및 CKD 동반 환자 대상 약물치료 성명서를 통해 ACS·CKD 동반환자에서의 혈압관리 전략을 알아본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 3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만성 신장질환(CKD) 동반 환자에 대한 약물치료 성명서를 발표했다(Circulation. 2015;131:1123-1149). 성명서에서는 “ACS 환자에서 CKD가 동반됐을 경우 심혈관 사망 및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임상시험에서 이 환자들은 배제되고 있다”며 적절한 약물요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HA가 근거를 기반으로 제시하고 있는 약물요법은 크게 섬유소용해요법, 항혈소판요법, 항응고제, Xa인자 억제제, 직접트롬빈억제제, 항허혈치료다. 이 중 혈압관리 전략은 항허혈요법에 포함돼 있는데, AHA는 베타차단제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를 적용 가능한 약물로 제시하고 있다.

베타차단제
현재까지 제시된 근거에서는 베타차단제에 금기사항이 없는 ACS·CKD 동반환자에게 베타차단제를 투여해야 한다.

성명서에서 권고한 베타차단제는 메토프롤롤, 아테놀롤, 프로프라놀롤, 카르베딜롤이다. 메토프롤롤과 아테놀롤, 프로프라놀롤은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대상, 카르베딜롤은 좌심실기능부전이 동반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대상의 근거가 구축돼 있다.

아테놀롤은 신장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신장기능에 장애가 있을 경우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에 AHA는 크레아티닌청소율(CrCl) 35mL/min 미만일 경우 용량조절이 필요하고 CrCl 15~35mL/min일 경우에는 1일 50mg, CrCl 15mL/min 미만일 경우에는 25mg/min으로 권고했다. 메토프롤롤, 프로프라놀롤, 카르베딜롤은 대부분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신장기능 장애에 따른 용량조절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AHA는 ACS 및 CKD 동반환자에서 베타차단제의 효과를 평가한 근거는 많지 않다며 좌심실 기능부전이 있는 심근경색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CAPRICORN, 만성 수축기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COPERNICUS 사후분석 연구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는 eGFR 60mL/min/1.73㎡ 이하인 CKD 환자들에서 카르베딜롤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를 24%, 혈관성 사망 위험도를 23%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eGFR 45mL/min/1.73㎡ 미만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에서는 유의한 혜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추가적인 근거로는 말기신장질환 프로그램인 CCP(Cooperative Cardiovascular Project)에 포함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14만 5765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찰연구를 꼽았다. 이 연구에서는 베타차단제가 사망률 감소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ACEI·ARB
현재까지 제시된 근거에서는 ACS 및 좌심실 기능부전, CKD가 동반된 환자에가 ACEI나 ARB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 단 칼륨 및 혈청크레아티닌(SCr) 수치는 관찰해야 한다.

현재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 ACS 가이드라인에서는 좌심실박출량 40% 미만인 모든 환자들에게 ACEI 투여를 권고하고 있고, ACEI를 투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ARB를 대체 약물로 제시하고 있다.

AHA는 성명서에서 “다수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및 메타분석 연구에서 ACEI가 ACS 환자의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근거로 Class Ⅰ 권고사항에서는 심근경색증 발생 후 24시간 내에 ACEI를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좌심실 수축기 기능부전이 동반된 환자에서도 ACS가 발생한 후 ACEI 또는 ARB를 투여할 경우 퇴원시기에 삶의 질이 더 개선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AHA는 신장 기능부전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입원시간 및 퇴원시기에 근거기반의 약물요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ACEI, ARB 투여로 인한 신장기능의 악화 및 고칼륨혈증에 대한 우려에서 기반하고 있다. AHA는 임상적으로 ACEI 또는 ARB는 CKD 환자의 SCr이 증가하지 않고 혈청 칼륨수치가 5.5mEq/L 미만으로 유지되는 한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단 “약물투여를 중단해야 하는 혈청크레아티닌(SCr) 기준은 없지만, SCr이 2.5mg/dL 초과일 경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투석을 진행하는 말기신장질환 환자에서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AHA는 “대부분의 대규모 무작위 임상에서 좌심실기능부전이 있는 심근경색증 후 ACEI 또는 ARB 투여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말기신장질환 환자들과 SCr이 2~3.4mg/dL인 이들이 배제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환자들에게 혈관팽창을 예방할 수 있고 사망률에도 유의한 개선을 보인다고 정리했다. FOSIDIAL 연구에서는 만성 말기신장질환 환자에서 포시노프릴 치료가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유의하게 개선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프로토콜기반 분석(per-protocol anaylsis)에서는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21%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AHA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및 관찰연구를 대상으로 좌심실박출량이 감소된 ACS 환자를 분석한 결과 ACEI와 ARB가 신장기능 결핍이 동반된 환자에서 혜택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알도스테론 수용체 길항제
제한된 근거들에서 알도스테론 수용체 길항제는 심근경색증 후 좌심실기능부전(당뇨병 또는 심부전 증상)이 있고 SCr 2.5mg/dL 이하, 혈청 칼륨 수치 5mmol/L 미만인 이들에게 고려돼야 한다. 혈청 칼륨 수치는 관찰해야 한다.

알도스테론 수용체 길항제에 대해서는 ACC·AHA의 ACS 가이드라인 내용을 인용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좌심실박출량 40% 미만, 당뇨병 또는 심부전을 동반하면서 ACEI와 베타차단제를 투여받고 있는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스피로놀락톤, 에플레레논 등 알도스테론 수용체 길항제를 Class ⅠA로 권고하고 있다.
주요 근거는 EPHESUS 연구다. ACEI 또는 ARB, 베타차단제를 복용하고 있는 좌심실박출량 40% 이하인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은 15%, 심혈관 관련 사망률은 13% 감소됐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도 SCr 2.5mg/dL 초과거나 혈청 칼륨 수치가 5mEq/L 초과인 이들은 배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중증 고칼륨혈증은 에플레레논 투여군에서 5.5%, 위약군에서 3.9%로 차이를 보였다. 특히 CrCl 50mL/min 미만인 환자에서 중증 고칼륨혈증 발생률은 에플레레논군 10.1%, 위약군 5.9%로 나타나 이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RALES 연구에서도 알도스테론 수용체 길항제와 ACEI 또는 ARB 병용전략이 고칼륨혈증 위험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나 SCr 2.5mg/dL 초과거나 혈중 칼륨 5mEq/L 초과인 환자에게 알도스테론 수용체 길항제를 투여하지 않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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