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목표혈압, 뇌졸중 1차예방 효과 의문”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당뇨병이나 만성 신장질환과 같은 동반질환이 없는 고령환자의 목표혈압 설정에 관해서는 아직 이견이 많다. 최근 성료된 국제뇌졸중회의(ISC 2015)에서는 ‘동반질환이 없는 노인이라도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상 오르면 뇌졸중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비록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계 환자 일부에 국한된 결과지만, 고령환자에서 혈압 목표치를 150/90mmHg 미만으로 완화시켰던 JNC-8(Joint National Committee 8th) 가이드라인과 상반되는 주장을 펼침에 따라 목표혈압에 관한 관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킨 것이다. 국내에서는 JNC-8 개정판이 나오기 전인 2013년도 뇌졸중임상연구센터의 진료지침이 최신 버전으로 JNC-7의 목표치 140/90mmHg를 고수하고 있다.

동반질환 없어도 140 이상이면 뇌졸중 위험 1.7배↑
당뇨병 또는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60세 이상 노인이라도 뇌졸중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ISC 2015에서 제기됐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대학 Ralph Sacco 교수(신경과)는 NOMAS(Northern Manhattan Study)의 부분분석 결과(Abstract 79)를 발표, “수축기혈압이 140~149mmHg에 해당하는 환자는 150mmHg를 초과하는 환자만큼이나 뇌졸중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동반질환이 없는 60세 이상 노인의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50mmHg로 올리도록 권고한 JNC-8 개정안과 관련해 이 같은 역치값 증가가 뇌졸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했다. 연구에는 NOMAS 참여군 중 뇌졸중 병력과 만성 신장질환, 당뇨병이 없는 60세 이상의 환자 1706명이 포함됐다.

등록 당시 피험자들의 평균연령은 72±8세였고, 37%가 남성이었으며 인종은 비히스패닉계 백인 25%, 비히스패닉계 흑인 26%와 히스패닉 49%로 구성됐다. 약 41%가 항고혈압약물을 복용 중으로 수축기혈압 140mmHg 이하군 43%, 140~149mmHg군 20%, 150mmHg 이상군 37%의 분포를 보였다.

평균 13년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전체 1706명 중 167명에서 뇌졸중이 발생했고 대부분(86%) 허혈성에 해당했다. 연간 1000명당 뇌졸중 발생률은 수축기혈압 150mmHg 이상군에서 10.0명, 140~149mmHg군에서 12.2명으로 140mmHg 미만군(6.2명)보다 월등히 높았다. 연령, 성별, 인종, 약물사용에 대해 보정한 후 시행한 분석에서 수축기혈압 140~149mmHg군의 뇌졸중 위험도는 140mmHg 이하군에 비해 1.7배 높았고(95% CI 1.2-2.6),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군에서 더 증가했다(hazard ratio 1.7, 95% CI 1.0-3.0).
수축기혈압 150mmHg 이상군 역시 140mmHg 미만군보다 위험도가 1.4배 증가해(95% CI 0.9-2.0) 유사한 수준이었다.

인종별로는 수축기혈압이 140~149mmHg일 때 140mmHg 미만 대비 뇌졸중 최초 발생 위험도가 히스패닉에서 2.4배, 비히스패닉계 흑인에서 2배 더 높았고, 비히스패닉계 백인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상 오르면 여성에서 뇌졸중 위험도가 2배가량 증가해 남성(34% 증가)보다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Sacco 교수는 “고혈압은 사망과 장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뇌졸중의 가장 확실하고도 중재 가능한 위험요인”이라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당뇨병 또는 만성 신장질환이 없는 60세 이상 노인이라도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뇌졸중 1차예방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JNC-8이 제시하는 수축기혈압 권고수치의 적합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국심장협회(AHA)가 이러한 이슈에 대해 추가적인 지도안(guidance)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JNC-8 개정안 목표혈압 150mmHg 논란
“RCT 근거만 고려” 한계 지적
JNC-8 가이드라인(JAMA 2014;311:507-520)은 10년 만의 개정에도 불구, 일부 항목에서 기존안과 파격적인 변화를 선보이며 발표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고령환자에서 목표혈압에 관한 부분이다. JNC-8 개정위원회는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과 같은 동반질환이 없는 60세 이상 고령환자들의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기존 140mmHg에서 150mmHg로 권고했는데, 위원회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나뉘며 작년 4월 몇몇 패널들이 수축기혈압의 역치값을 바꾸라는 결정에 반대의견서(Ann Intern Med 2014;160:499-503)를 발표하기도 했다.

개정안을 거부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무작위·대조 연구(RCT) 중에서도 일부 편향된 결과만을 반영했기 때문에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것. 캐나다고혈압교육프로그램(CHEP)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Raj Padwal 교수(앨버타대학교)는 “JNC-8 가이드라인은 문헌고찰 과정에서 일부 데이터만 차용함으로써 시야가 지나치게 좁다”면서 “소수그룹을 제외한 대부분의 임상의는 여전히 JNC-7에 입각해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뇌졸중학회 “국내는 140mmHg 고수”
국내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3년 뇌졸중연구센터의 진료지침은 고혈압을 ‘조절 가능한 뇌졸중 위험인자 중 가장 유병률이 높고 인구집단 기여위험도가 높은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뇌졸중 1차예방을 위한 혈압조절의 목표는 140/90mmHg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근거수준 Ia, 권고수준A)”고 권고했다. JNC-8 개정판이 발표되기 전이기도 하지만 심뇌혈관질환이 없는 경우 140/90mmHg 미만, 당뇨병 또는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130/80mmHg 미만을 유지하라는 JNC-7판과 동일한 견해다. 지침은 이와 함께 “노인성 수축기 고혈압도 일반적인 고혈압과 동일한 원칙 및 방법으로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 홍근식 홍보이사(일산백병원 신경과)는 “JNC-8 개정안은 관찰연구를 대부분 제외하고 RCT 근거만 고려했다는 한계가 있어 임상에서의 다양한 상황에 답을 제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70세 이상 환자에서 RCT는 매우 제한적이고, 많은 관찰연구를 통해 혈압을 낮게 유지했을 때 뇌졸중 예방에 유효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설명이다. 홍 이사는 “유럽이나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도 가능한 한 노인이라도 수축기혈압 140mmHg 이하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관찰연구이기는 하지만 연구 디자인이 뛰어나고, 뇌졸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