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상성간경화·간암 대상 안전성·효과 입증

 
지질저하제의 대명사격인 스타틴이 간질환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비대상성 간질환과 대상성 간경화가 동반된 C형간염 환자에서 스타틴이 사망 위험을 40%까지 낮췄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공개된 것.

올해 유럽간학회(EASL)의 국제간회의(International Liver Congress 2015)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그동안 간독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스타틴의 혜택을 밝힌 연구라 눈길을 끈다(Abstract 0072).

물론 비교적 영향력이 낮은 후향적 분석연구(retrospective study)라는데 한계는 있지만, 스타틴을 사용해야만 하는 간질환 동반 환자에서 굳이 스타틴 투약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실한 화두 만큼은 던졌다. 또 이러한 결과가 전혀 새로운 얘기만은 아니라는 데 힘이 실린다.

이미 작년 EASL 학술대회에서도 스타틴이 간경화와 정맥류 출혈(variceal bleeding)을 경험한 환자의 생존율을 연장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근거를 꾸준히 쌓은 모양새다. 지금껏 간질환 분야에 공개된 스타틴 관련 흥미로운 연구들을 살펴봤다.

 

 

간 대상부전 : C형간염 동반 간경화 환자에서 비대상성 간질환 발생 줄어

간혹 스타틴은 간질환 환자에서 사용을 자제해야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간독성이 문제로 지적되기 때문.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해당 환자에 스타틴을 사용했을 때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

ILC 2015의 해당 세션에서 좌장을 맡았던 서던덴마크의대 Aleksander Krag 박사는 "스타틴을 복용하는 대상성간경화가 진행된 C형간염 환자군에서는 스타틴을 사용하지 않는 대조군에 비해 유독 비대상성 간질환의 발생이 낮고 전체 생존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메시지만큼은 분명하다. 해당 환자들에서 스타틴의 사용이 안전하다는 것. 여기에 간 대상부전으로의 악화 위험을 줄이는 혜택도 따랐다.

연구는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보훈부(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의 임상 데이터에 기반한 것으로 대상성간경화가 진행된 C형간염 환자들이 대상이 됐다. 특히 이번 코호트는 685명의 스타틴 사용자와 2062명의 비사용자의 성향매칭(propensity matching) 분석 결과 2년(중앙값)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스타틴 투약군에서는 비대상성 간질환이나 모든 원인에 기인한 사망이 줄었다.

여기에는 국제질병사인분류 9차 개정판인 ICD-9 코드에 따라 입원 환자나 외래환자에서 발생한 식도정맥류, 복수, 특발성세균성복막염(SBP) 등이 포함된다. 또 간경화에 있어 잔존 간기능 평가에 사용되는 Child-Pugh 스코어, MELD 스코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스타틴 사용군은 비대상성 간질환과 사망에 대한 위험비가 45%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향후 진행될 RCT 연구에 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스타틴의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수준으로 제약사가 해당 연구에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지만, 정부가 앞장서 스타틴의 활용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간암 : 간암 예방효과도 기대…"오프라벨 사용은 아직 일러"

스타틴이 간질환 환자에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는다는 연구는 많다. 되레 이득이 더 많다는 주장이다.

간암 환자에서 스타틴의 혜택 및 간독성을 평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2013년 4월 20일자에 게재된 연구는 성인 C형간염 환자에서 스타틴의 사용은 간암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게 요지였다(J Clin Oncol. 2013;31:1514-1521, 1499-1501). 국립 타이완의대 Yu-Tse Tsan 박사팀의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스타틴은 C형간염 환자가 간암으로 진행을 막는데 쉽고 간편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

통상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의 발생이 15~20배 증가한다고 알려진 것이 이 같은 스타틴의 효과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더욱이 이 연구가 26만명 이상의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간암에서 스타틴의 사용을 평가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라는 데 당시 학계는 '강력한 근거(compelling evidence)'로까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C형간염 환자들에서 스타틴 용량에 따른 간암 발생위험과 반응에 초점을 맞춘 연구에서는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스타틴 사용군 3만 5023명, 비사용군 22만 5841명으로 나눠 12개월 넘게 진행된 연구결과 매일 스타틴을 복용한 환자군에서는 암발생 위험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스타틴을 사용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스타틴 투약군은 일일누적용량(cDDD)에 있어 용량이 높을수록 위험비를 많게는 67%까지 낮췄다. cDDD가 28~89인 경우, 90~180 사이, 180 이상에서 각각 위험비는 34%, 53%, 67%로 감소했다.

이에 더해 스타틴 투여에 따른 근육병증이 부작용으로 야기되는 가운데, 90일간 규칙적으로 스타틴을 복용한 환자에서는 근육독성(myotoxicity)과 함께 약물이 유도하는 간손상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사점은 더 있다. 간질환 환자에서 스타틴의 사용이 간독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는 답을 제시한 것. 그러나 간세포암 환자에 예방 목적으로 스타틴의 오프라벨 사용을 추천하는 것에는 일단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프라벨은 해당 약물의 허가 당시 적응증을 넘어 사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간경화 : 간경화 환자 간문맥압 낮춰 보호 효과

간경화에서도 스타틴의 잠재적인 치료 혜택이 확인됐다.

연구는 지난 2012년 5월 21일 소화기병주간(DDW)에 대대적으로 발표됐는데(Abstract 595), 간생검상 비대상성 간경화가 확인된 82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였지만 간경화 환자에서 스타틴의 안전성이 의심되던 당시 상황과 대치되는 결과를 알렸다. 연구의 주 저자인 미국 보스턴 브리검여성병원 Sonal Kumar 박사의 표현을 빌리면 '안전성에 더해 혜택은 덤'이었다.

대개 간경화 환자에서는 간의 제거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대상성 간질환 등의 위험이 그만큼 늘게 된다. 하지만 스타틴은 문제로 꼽히는 간문맥압을 낮춰 간을 보호하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연구는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위해 최소 3개월간 스타틴을 복용한 비대상성 간경화 환자를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은 162명의 대조군과 2 : 1로 비교했다. 여기에는 연령, 성별, Child-Pugh 스코어에 따라 환자 매칭이 이뤄졌다. 각 그룹은 Child-Pugh A가 70.4%, Child-Pugh B 혹은 C인 경우가 29.6%였다. 또 스타틴을 복용한 기간(중앙값)은 25개월,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36개월(스타틴군), 30개월(대조군)이었으며 1차 종료점은 대상부전 간질환(Hepatic decompensation)과 대상부전이 발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다변량 분석에 따르면 스타틴 투약군은 간 대상부전 위험이 56%까지 감소했으며, 대조군(55.6%)에 비해 스타틴 투약군(39.5%)에서 대상부전이 드물게 발생했다(P=0.01). 특히 대상부전의 대표적 증상인 황달과 복수(ascites)는 스타틴 투약군에서 낮게 나타났다. 황달의 경우 스타틴군(7.4%), 대조군(20.9%)이었으며, 복수는 스타틴군(20.9%), 대조군(37.0%)으로 관찰됐다. 대상부전까지의 시간도 스타틴군에서 길었다.

또한 전체 사망률도 스타틴군(37.0%)이 대조군(50.6%)보다 낮았으며, 연구기간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대조군(29명)에 비해 스타틴군(2명)이 월등히 낮게 보고됐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에 국내 간 전문가들의 입장은 일단 긍정적이다. 실제 진료현장에 적용되려면 근거수준이 높은 무작위대조연구(RCT)에서 동일한 혜택이 입증돼야겠지만, 스타틴의 활용에 대한 기대감만은 밝힌 것이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다수의 연구가 후향적 분석연구라는 한계, 다양한 인종 장벽과 함께 환자마다 스타틴의 복약 순응도가 다르다는 것,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만, 아스피린 혹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NSAID)의 사용, 음주 습관 등이 배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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