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시기 놓치면 심혈관계 예후·인지기능 악화

▲ 가면고혈압 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가정혈압, 24시간 활동혈압과 같은 진료실외 혈압측정이 강조되고 있다.

가면고혈압(masked hypertension)의 선별적 관리가 학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미국고혈압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15)에서는 가면고혈압이 심혈관질환 및 신손상 위험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인지기능 감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됐다.

이번 데이터는 가면고혈압이 지속성고혈압과 비슷한 심혈관계 위험을 갖는다는 기존 보고와 일맥상통하며, 가정혈압, 24시간 활동혈압(ABPM)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가면고혈압 환자, 심혈관질환·표적장기 손상 3배↑

가면고혈압이나 백의고혈압을 동반한 환자들은 심혈관질환이나 표적장기 손상이 발생할 확률이 3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텍사스사우스웨스턴대학 Danielle D. Tientcheu 교수팀은 댈러스심장연구(Dallas heart study)에 포함된 3027명(흑인 54%, 여성 49%)을 대상으로 가면고혈압, 백의고혈압의 심혈관계 합병증을 조사했다. 

백의고혈압은 가정혈압 135/85mmHg 미만이면서 진료실혈압 140/90mmHg 이상, 가면고혈압은 가정혈압 135/85mmHg 이상과 진료실혈압 140/90mmHg 미만의 기준을 적용했으며, 가정혈압이 135/85mmHg, 진료실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경우 지속고혈압 환자라고 봤다.

동일 기종의 디지털 혈압기로 혈압을 측정하는 한편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적용함으로써 편차를 줄이고자 했는데, 심혈관계 아웃컴 평가에는 등록 시점에 촬영한 MR 영상을 이용해 좌심실질량과 복부대동맥 플라크, 대동맥맥파전파속도를 계산했다.

평균 9년의 추적관찰 동안 백의고혈압 4.1%, 가면고혈압 19.2%, 지속고혈압 17.1%의 분포를 보였다.

이들에게서 불안정 협심증, 심근경색증,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관상동맥우회술(CABG), 일과성허혈발작(TIA), 뇌혈관재관류술, 심방세동이나 만성심부전에 의한 입원, 심혈관사망과 같은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가면고혈압, 백의고혈압 환자에서 복합심혈관사건 위험도는 각각 2.94배, 2.99배 높았다. 연령, 성별, 인종, 체질량지수(BMI) 등을 보정한 뒤 MR 영상에서는 가면고혈압(81.2g/㎡), 백의고혈압군(82.4g/㎡)의 좌심실 크기가 정상 혈압군(77.5g/㎡)보다 늘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동맥 동맥경화도를 의미하는 대동맥맥파전파속도는 정상혈압군 5.5m/s, 가면고혈압군 4.4m/s, 백의고혈압 3.9m/s 순으로 나타났다. 단 복부대동맥플라크는 백의고혈압 환자에서 증가한 반면, 가면고혈압 환자에서는 증가 양상을 보이지 않았다.

Tientcheu 교수는 "다양한 민족을 대상으로 백의고혈압, 가면고혈압이 표적장기 손상 및 심혈관계 합병증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됐다"며 "이에 대한 감별진단을 위해 정기적으로 가정혈압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인 환자에서는 인지력 감퇴 위험 2배 높아

가면고혈압과 관련해서는 연령대가 중년층 이상일 때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거꾸로 인지력 저하가 가면고혈압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같은 연구에서 내려진 결론이다. 

노스웨스턴대학 Yuichiro Yano 교수는 가면고혈압의 임상적 특징을 파악하는 한편, 노인 환자에서 인지기능 측정이 가면고혈압 식별에 유용할지를 조사하기 위해 일본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기획했다.보행 및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노인 고혈압 환자 587명(평균연령 72세, 52% 남성)을 모집했으며,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시행한 뒤 가장 점수대가 낮았던 183명(평균점수 24점)을 인지기능장애 그룹으로 분류했다.

혈압조절 기준은 진료실혈압 140/90mmHg, 24시간 활동혈압 130/80mmHg를 적용했다. 즉 진료실혈압 140/90mmHg 미만이면서 24시간 활동혈압이 130/80mmHg를 초과할 경우 가면고혈압 환자로 분류됐다. 그에 따라 정상혈압군 16.3%, 백의고혈압군 21.7%, 가면고혈압군 15.8%, 지속성고혈압군 46.3%의 분포를 보였다.

연령, 성별, 교육수준에 대해 보정한 결과 MMSE 평균 점수는 정상혈압군 27.0점, 백의고혈압군 26.8점, 지속성고혈압군 26.1점, 가면고혈압군 25.9점 순으로 가면고혈압 환자들에서 가장 낮았다(trend P=0.003).

그 외 흡연력, 음주력, 체질량지수(BMI), 복용약물이나 동반질환 등을 보정한 뒤 시행한 회귀분석에서는 인지기능장애가 가면고혈압 위험을 2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OR=2.4, 95% CI: 1.1-5.0).

Yano 교수는 "노인의 활동혈압을 측정함으로써 잠재적인 인지기능장애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며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가 시행돼야겠지만, 인지기능검사가 가면고혈압 환자를 식별하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진료실 혈압만으론 파악 어려워...'가정·활동혈압' 강화돼야

가면고혈압은 가정혈압, 24시간 활동혈압의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대두한 고혈압의 특이 병태 중 하나다.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은 정상이지만 평소에는 그보다 높게 유지되는 경우로서,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가 발간한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진료실혈압이 140/90mmHg 미만이고 가정혈압 또는 주간활동혈압이 135/85mmHg 이상일 때 가면고혈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학회가 2, 3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활동혈압 모니터 등록사업 자료(1916명)에 따르면, 활동혈압 모니터를 시행한 환자의 17.6%, 고혈압 약물치료 중인 환자의 13.8%, 진료실혈압이 조절되는 환자의 35.1%가 가면고혈압이었다. 1차진료에서 시행한 가정혈압 측정에 따른 유병률은 21.2%였으며, 남성이거나 고령, 흡연자가 독립적인 영향인자로 조사됐다(Hypertension 2008;51:1435-41).

복용 중인 고혈압약물의 개수와 공복혈당이 높을수록 가면고혈압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Circ J 2011;75:357-65).

문제는 진료실혈압만 측정할 경우 자칫 간과되기 쉬운 백의고혈압이나 가면고혈압의 예후가 지속성고혈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해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가면고혈압 환자의 경과관찰 시 지속성고혈압과 예후가 유사하다는 데이터가 축적돼 왔고(NEJM 2003;348:2407-15, Am J Hypertens 2011;24:52-8), 국내에서도 약물치료 중인 고혈압 환자에서 가면고혈압이 백의고혈압보다 심근손상이 심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Clin Exp Hypertens 2010;32:480-5).

여기에 가정혈압이 심뇌혈관질환을 예측하거나 경제적 측면에서 진료실혈압보다 유용하고(Hypertension 2007;50:1019-25), 환자 예후 반영에는 활동혈압이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JAMA 1999;282:539-46)가 더해짐에 따라 가이드라인에서도 진료실 외 혈압측정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실정.

향후 임상현장에서 가면고혈압과 백의고혈압 환자의 관리전략이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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