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병원에 직격탄...종합병원 개원가 등 모두 환자 수 절반 이상 감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직접 관련이 있는 병원뿐 아니라 개원가에도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등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고 할 정도로 환자가 감소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발생 보도 이후 환자가 50% 이상 감소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SNS에서 단국대 천아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3일 외래환자가 1300명선으로 감소했다. 평소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상태는 더 심각해져 다음날은 1230명으로 줄었고, 5일에는 1100명선까지 떨어졌다.
단국대병원 한 교수는 "환자가 확 줄었다"라며 "병원 입구에서 환자 체온을 측정하고 병원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당분간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듯하다"고 말했다.
충남대병원도 메르스 확진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것일 알려지면서 평일 기준 3700명이던 외래환자가 3300명 선으로 줄었다.
개원가, 환자보다 직원이 많은 상황
개원가도 메르스의 직접적 영향권 안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르스 발생 초기에는 병원 직원이 출근하지 않아 고생하는 원장도 있고, 환자들의 문의 전화로 곤란을 겪은 병원도 있다.
개원가에서는 소아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이 환자 감소로 체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이들이 주 고객인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의 환자 감소가 눈에 띄게 감지됐다.
서울 방배동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는 김 모 원장은 "환자가 너무 많이 줄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아예 병원에 오지 않고 있다"며 "평소보다 30% 정도 환자가 줄었고, 영유아 검진이나 예방접종과 같은 것은 50~70% 정도 줄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메르스는 고객에게 알려진 병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듯하다. 서울의 유명 이비인후과 네크워크병원도 환자가 반토막이 났다며 울상이다.
이비인후과 네크워크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감염위원회를 만들고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병원 입구에서 열을 체크하는 등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고 마스크까지 하게 했지만 환자가 감소하고 있다"며 "환자보다 직원이 더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네크워크병원은 교육이나 행사 등도 있는데 메르스 때문에 취소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막막함을 얘기했다.
외국인 환자 진료는 그야말로 폭망
중국이나 러시아 등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곳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외국인 환자들이 대부분 진료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국제진료센터 관계자는 "메르스와 관련된 언론보도가 나간 후 외국인 환자들이 진료를 보류하거나 취소하고 있다"며 "러시아 환자들이 가장 많이 취소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걱정했다.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개원가는 그야말로 '폭망'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정도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한 관계자는 "강남 성형외과 대부분 메르스 때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환자수가 많게는 70-90% 줄었다"며 "대부분 예약을 1~2달 미루는 선에서 그쳤으나 취소하는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또 "메르스 사태 이후 중국이나 홍콩 정부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성형외과도 의료기관에 포함되므로 방문하지 않을 것을 독려하고 있어 관광만 하고 수술은 받지 않고 가는 방문객이 부지기수로 늘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예전에는 요우커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왔다 관광까지 하고 가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수술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관광만하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성형외과 개원가의 고민은 또 있다. 6월은 성형외과 비수기로 꼽히기 때문에 매출 급락이 두드러지는데, 메르스까지 겹쳐 상황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병원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개원의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