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엘라웨이 박사, 조기진단 및 장기치료 중요성 강조

▲ 캐롤라인 엘라웨이 박사가 헌터증후군 환자에서 조기진단 및 장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헌터증후군(Hunter syndrome)은 체내 '이두로네이트 2-설파타제(Iduronidate 2-sulfatase)'라는 효소의 부족으로 뮤코다당체의 일종인 '글로코사미노글리칸(GAG)'이 축적돼 전신증상을 일으키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전 세계 인구 10만~15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데, 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에서만 70여 명의 환자가 있다고 알려져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호주에서 4명의 소아 헌터증후군 환자를 보고 있다는 캐롤라인 엘라웨이(Carolyn Ellaway) 박사(시드니 어린이병원 유전의학소아과)는 "효소대체요법(ERT)이 등장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며 "조기진단을 통한 장기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자별 차이는 있지만 통상 생후 18개월~4년 사이에 첫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가급적 이른 시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효과적이고, 추후 합병증 예방도 가능하다는 설명.

헌터증후군 환자의 치료제로는 200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던 엘라프라제(성분명 이두설파제)가 개발돼 있다.

최근 한국 뮤코다당증(MPS) 심포지엄에서 효소대체요법 및 이비인후과적 합병증에 대해 발표한 엘라웨이 박사를 만나 소아 헌터증후군 치료 경험과 임상적 근거에 대해 들어봤다.

Q. 국내 유병률이 높은 편이지만 헌터증후군은 아직까지 생소한 질환이다. 어떠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나?

헌터증후군은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이라고 불리는 뮤코다당체가 분해되지 못하고 리소좀이라는 세포소기관 내에 축적되는 질환이다. 왜소증, 짧고 두터운 목, 조악한 얼굴모양 등이 특징적으로, 난청, 반복되는 중이염, 기도폐색 등의 이비인후과적 증상을 호소하게 되며 점진적으로 청력이 상실되고 간과 비장이 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외과적 수술이나 보청기 착용과 같이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가능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는데, 환자들이 자체적으로 생성하지 못했던 효소들을 직접 주입하는 방식의 효소대체요법(ERT)이 등장하면서 맞춤치료가 가능해졌다.

엘라프라제는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어진 정제된 이두로네이트 2-설파아제 효소로서, 만노스-6 인산 수용체를 통해 세포의 리소좀 안에 정착해 축적된 GAG를 감소시키고 결핍된 효소를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Q. 호주에서 실제 소아 헌터증후군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을 소개해 달라.

현재 생후 12개월과 2세인 형제와 4세, 5세 남아를 포함 총 4명의 소아 헌터증후군 환자를 맡고 있다. 그 중 가장 내원기간이 긴 환자는 5살 남아로 치료한 지 2년 정도 됐다.

투여 효과나 합병증은 환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4명 모두 엘라프라제 투여를 시작한 이후 소변에서 책정되는 글로코사미노글리칸(GAG) 수치가 감소됐으며 간과 비장의 크기가 줄었다. 또한 만성비염과 중이염 발생률, 호흡기 감염률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헌터증후군 환자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인 편도선과 아데노이드 비대증도 빠른 시일 안에 완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2개월과 2세 남자 형제를 예로 들면, 이들은 아데노이드 비대증에 동반된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수면 시 지속적상기도양압기(CPAP)를 착용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엘라프라제 투여 후 2명 모두 호흡기 전문의들로부터 보조기 사용이 불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수면의 질도 개선됐다. 

또한 치료를 받기 전 여러 가지 행동장애를 보이고 집중을 잘 하지 못했던 5세 남자 환아는 효소대체요법(ERT)을 시작하면서 이런 부분이 상당히 개선됐다. 간과 비장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돌출됐던 복부가 들어갔음은 물론, 얼굴의 형태가 부드럽게 변하거나 관절이 유연해짐에 따라 운동량 개선 효과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효과들이 더해져 환자와 보호자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시키게 된다. 

Q. 약물치료만으로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는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나?

확실히 그렇다. 조기에 효소대체요법을 하면 불필요한 시술의 예방이 가능한데, 편도선제거술은 물론 기관내 삽관(intubation)이나 중이염 감염률도 줄일 수 있다. 간과 비장의 비대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탈장 등 합병증 발생률도 감소된다.
 

▲ 캐롤라인 엘라웨이 박사

Q. 조기진단 시 기대해 볼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안전성 측면에 차이는 없나?

평생 동안 진행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크려면 반드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출생 전 태아기 때부터 리소좀 안에 GAG 수치가 누적되기 시작하는데, 리소좀이나 세포, 장기 등이 손상되고 어느 시점이 되면 그 손상을 복구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중증도에 상관없이 모든 헌터증후군 환자에서 엘라프라제를 투여했을 때 GAG 수치가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GAG가 얼마나 분해됐는지 양을 측정하는 것일 뿐 실제 환자의 임상적 기능이 개선됐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효소대체요법을 받는 4명의 소아 환자만 보더라도 치료와 관련해 특별한 이상반응이 관찰되지 않았고, 수년간 치료를 받아온 12세 환자도 안전성 관련 이슈가 전혀 없었다.


Q. 임상적 근거는 어느 정도로 확보돼 있나?

5세 이하의 헌터증후군 환자 28명 대상으로 엘라프라제를 투여한 연구 결과(Genet Med 2014;16:435-41)에 따르면, 18주차까지 간 크기와 소변 내 GAG 수치가 기준치 대비 감소했고 연구기간 내내 지속됐다. 성장률은 보통의 연령대 범위로 발달지수가 정상보다는 낮지만 안정적이었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2명에게서 발생한 수면무호흡증(2명)이 유일한 중증 이상반응이었고, 나머지는 경증 또는 보통 수준에 해당했다.

보다 장기간 혜택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92명의 헌터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엘라프라제 0.5mg/kg 주1회 용량을 53주간 투여한 뒤 2년간의 연장한 연구(Genet Med 2011;13:95-101)가 진행됐다.
그 결과 베이스라인으로부터 강제폐활량(FVC) 절대값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6분도보검사(6MWT) 거리 증가가 관찰됐다.
간과 비장의 크기가 줄어들고 소변에서의 GAG 수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어깨관절의 운동범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환아와 환아의 부모 모두 베이스라인으로부터 삶의 질이 상당히 개선됐음은 물론이다.

Q. 조기진단 및 치료를 강조했는데,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중이염, 비염, 편도선 및 아데노이드 비대증 등 헌터증후군의 초기 증상은 일반인에서도 흔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 보고 확진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전혀 연관돼 보이지 않는 증상들을 총체적으로 감안해서 진단을 내려야 하는가 하면, 아주 어린 연령대에 중증으로 나타나거나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성인이 돼서 처음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을 만큼 질환의 스펙트럼 자체가 상당히 넓다는 점도 조기진단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헌터증후군 환자들의 경우 이러한 증상들이 일반인보다 이른 시기에 나타난다는 게 특징으로, 확진을 받기 전 1차례 이상 편도선이나 아데노이드 제거수술을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따라서 헌터증후군의 조기진단 및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아과 전문의들뿐 아니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도 질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Q. 내성에 대한 우려는 없나? 향후 헌터증후군에서의 효소대체요법이 개선될 여지는?

만약 중성화 항체가 만들어진다면 자가면역억제나 효소투여를 증가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겠지만, 헌터증후군에서 중성화 항체가 문제됐다는 보고는 본 적이 없다.

다만 초기에 효소대체요법을 시행하더라도 뇌혈관장벽(BBB)이나 뼈를 통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엘라프라제를 직접 척수에 주사하는 방법이 연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주사치료를 위해 일주일에 1번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 집 주변에 있는 병원이나 가정 내에서 투여 받을 수 있게 된다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약물의 반감기 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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