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항암제 급여화 '불만 팽배’
무분별한 항암제 급여화 '불만 팽배’
  • 서민지 기자
  • 승인 2015.06.0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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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앞으로도 항암제 급여기준 확대할 방침

무리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 추진으로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항암제에 대해 무분별한 급여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주최로 지난 4일 '고가항암제 급여정책을 둘러싼 쟁점'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그간 항암제는 기존 약에 비해 고가인 경우가 많았고, 비용효과가 낮아 다른 약제에 비해 급여로 등재되는 경우가 적은 편이었다. 정부는 암, 희귀질환 등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을 시행하면서, 항암제에 대해 위험분담제를 도입했다.

또한 기존의 항암제에 대해서는 급여범위를 확대하고,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약제도 포함시키기 위해 한계치를 조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약대 배승진 교수는 "지나치게 범위를 풀어주는 정책으로 인해 미투제품들이 쉽게 급여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제약사들의 창의성과 개선 노력이 크게 저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기존의 정책에서도 호주, 캐나다, 영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항암제의 접근성이 뒤쳐지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미미한 편익을 위해 비효율적인 신약개발에 대해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한정된 자원 내에서 지나치게 높은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사안인데, 이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를 이룬 적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암이라는 질환에 대해서만 특별하게 다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고려의대 종양내과 신상원 교수도 "항암제는 10명 중 9명이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1명이 효과가 있을까 말까하다. 효과도 길어야 1-2달인데 그 비용은 매우 크다"며 "앞으로 쏟아질 항암제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항암제를 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의사도, 환자도 항암제를 쓰지 않고 대학병원, 3차병원이 살아날 수 있게끔 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항암제 없이도 병원이 운영될 정도의 수가 정책이 마련되고, 환자 역시 완화의료 등의 입원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한다는 것.

신 교수는 "정부에서 항암제에 대한 환자의 요구부터 억제해야 한다. 삭감으로만 재정 낭비를 해결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은 "고가 항암제들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였다면 급여정책을 논할 필요가 없었다"며 "그러나 별다른 효용없이 비용만 많이 수반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항암제에 대한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큰데, 심평원에서는 경제성평가를 매우 불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다수의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건강보험에서 값비싸고 효과없는 약을 만든 제약사에게 돈을 줘야하는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황 부회장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려면 건강보험의 기본적 원칙을 지키면 된다"며 "필수적 비급여를 적절한 가격에 급여화하고, 무의미한 생명연장이 아닌 완화의료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업계, 환자단체 '반발'...정부도 현 정책 '고수' 입장 밝혀

 

하지만 제약업계와 환자단체 측의 반론이 제기됐다.

임경화 한국얀센 이사는 "제약사들도 중요치 않고 효과없는 약까지 급여화 해달라고 하지 않는다"며 "재정을 지불할 가치가 없는 약은 우리도 검토받고 싶지 않다"며 "많은 혜택이 있는 약들, 또 기존의 약에 비해 혜택이 개선된 약들에 대해서는 평가를 제대로 해야한다. 행위, 치료재료의 선별급여처럼 약제에 대해서도 'all or nothing'을 없애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또 "항암제의 경우 임상적 불확실성 크기 때문에 선급여를 한 후, 추후 환자들의 혜택을 보고 약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제약업계, 의사, 환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같이 모여 폭넓게 이야기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돈 있고, 실손보험을 든 사람은 많은 약을 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암 환자들은 처방조차 받지 못한다"며 "1-2개월 더 사는 데 쓴 돈을 '낭비'라고 하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가치이자,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정부 역시 정책 기조를 당분간 변경할 생각이 없음을 확고히했다.

보건복지부 이선영 보험정책과장은 "암 환자의 경우 환자부담, 가계부담이 큰 편이므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항암제 특별 대우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장성 확대는 물론 산정기준이나 횟수 등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고 한다"며 "불필요한 협상기간 단축, 평가 절차 개선 등을 통해 항암제에 대해서는 신속한 보험 등재를 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임상적 유효성 적은 항암제에 대해서는 가치를 반영해 주는 등 항암제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며, 오는 2016년까지 항암제와 같이 쓰이는 약제에 대해서도 급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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