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내과 전문의들 "환자 발생하지 않은 병원도 대응체계 가동하라"

메르스는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에게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의심환자가 없는 병원이라도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하나된 목소리다.

다만 현재 질병이 없는 건강한 일반 국민들까지 메르스에 대해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으며, 공기감염은 비현실적이므로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천병철 교수,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손장욱 교수,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 등이 '병원 내 감염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스와 달리 공기전파 가능성이 없으며, 건강한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사망률이 낮은 편이다. 때문에 면역력이 낮은 사람이 모이고, 그들이 함께 생활하는 '병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우리나라도 메르스바이러스에 대한 인식 전에'의료기관 내 감염'으로 환자 확산의 속도가 높아졌다"며 "이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구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메르스에 대한 임상데이터가 없고, 해당 감염병에 대한 경험이 없어 초기에 '정의'를 정확히 내리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애초에 광범위하게 노출자를 정하고 해당 병원의 병동 전체를 격리하는 조치를 취했다면, 즉 정의를 제대로 내렸다면 지금의 사태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노출자 정의 부분이 틀어져버려 확산속도가 빨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메르스 노출 환자들이 있는 병원과 지역별 거점병원 등에서는 병원 내 감염관리 대응체계를 세우고 실시간으로 가동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메르스 감염환자나 의심환자가 없는 일반 다수의 병원들은 아직까지 메르스와 관련된 대응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이 교수는 "환자들은 이미 다른 질환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며, 이들은 메르스 감염에 취약할 뿐 아니라 사망 가능성도 높다"며 "이들이 3차 감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출 안 된 병원의 보호가 필요하고, 이들 병원에서 감염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 감염이 생기면 일부 의료진들이 근무를 하지 못하면서 병원 자체가 마비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다른 질병의 환자까지도 치료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전국 모든 병의원이 메르스 환자가 유입되지 않도록 열감시 카메라 등을 통해 스크리닝을 해야 하며, 현재 입원해 있는 폐렴환자를 역추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어느 병원을 들렀다 유입됐는지 병원끼리 공유할 수 없는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적어도 환자 진료하는 병원들은 해당 환자가 어느 병원, 며칠동안 입원했다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천병철 교수도 메르스는 원내 감염이 가장 위험하며, 사우디에서도 병원 내 감염 환자가 90% 이상인 점을 중시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즉 3~4차 감염보다도, 병원 내 감염관리와 지역사회의 감염을 막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 교수는 "지역사회의 감염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노출자, 메르스 환자 접점자, 의심환자 등을 관리해야 한다"며 "지금의 관리로는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손장욱 교수 역시 노출되지 않은 병원들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며, 의료기능 유지하기 위해 흩어져 있는 메르스 거점병원을 하나로 몰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메르스 바이러스.

다만,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괴담 확산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면역 저하 상태거나 만성질환자는 사망률 높지만, 건강하고 젊은 사람은 사망률 비교적 낮은 편"이라며 "일반국민들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공기감염 우려도 있다는 '괴담' 확산에 대해 김 교수는 "공기감염은 맞지 않다. 매개물에 의한 확산"이라며 "의사의 청진기 사용, 환자가 기침을 하면서 침대, 의자, 복도 등 오염시켰을 때 감염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매개물 감염을 통해 멀리 있는 환자들끼리도 감염이 되는 것이고, 공기에 의해서만은 감염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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