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교수 "환자 임상특성 따른 위험 대비 혜택 극대화 전략"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의 심혈관사건 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의 선택기준은 유효성과 안전성이다. 환자의 임상특성, 즉 심혈관사건 위험도에 따라 항혈소판 효과와 임상예후 개선 및 출혈 안전성을 놓고 위험 대비 혜택을 판단해야 한다. 개별 환자에 따른 맞춤치료가 필요한데,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에 이어 신규 P2Y12 억제제까지 선택의 폭이 확대되면서 이 것이 가능해졌다. 현재까지 효능과 안전성(위험 대비 혜택) 면에서 가장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약제는 클로피도그렐이라 생각된다.”

항혈소판요법은 심혈관사건, 특히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과의 마지막 전선에서 배수진을 펼치고 있다. 심혈관 위험인자 → 죽상동맥경화증 → 불안정형 죽상경화반 파열 → 혈전생성 → 급성 심근경색증의 과정에서 보듯, 혈소판 응집에 의한 혈전색전증이 ACS의 최종 공격수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지질이상·고혈당·비만 등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로 죽상동맥경화증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인 혈전생성의 위험을 막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심혈관사건의 예방도 힘들어진다.

연세의대의 최동훈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이 최종 수비진의 전략을 짜는데 있어 맞춤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의 논리인데, 우선 환자의 임상특성을 통해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위험 대비 혜택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항혈소판제를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임상특성과 약제특성이 절묘하게 들어 맞아야 비로소 항혈소판요법 본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상현장의 맞춤치료 경험은 때로는 가이드라인을 리드하며 변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현재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은 ACS 환자에게 1년 기간의 이중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 + P2Y12 억제제)을 적용하고, 이후 아스피린 단독을 평생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아스피린 대신 클로피도그렐을 단독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항혈소판요법 맞춤치료와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은 어떻게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 연세의대 최동훈 교수
“ACS 환자에 보다 강력한 항혈소판제 필요”

-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심혈관사건 예방에 있어 항혈소판요법이 차지하는 비중은?

ACS로 대변되는 심혈관사건의 핵심 원인은 불안전형 죽상경화반의 파열로 인한 혈전의 생성이다. 이로 인해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하면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혈소판이다. 때문에 ACS 예방을 위해서는 이 주요인자의 활성화(응집)를 억제해 혈전생성을 막는 항혈소판요법이 매우 중요하다.

- 현재 ACS 환자의 표준 항혈소판요법은 어떻게 권고되나?

스텐트를 삽입한 환자에게는 심혈관사건과 스텐트 혈전증 등의 예방에 있어 아스피린 단독으로는 좀 약하기 때문에 클로피도그렐 등 강력한 2차약제를 추가해 1년 이상 치료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스텐트를 넣지 않더라도 불안정형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증 등 ACS 환자 전반에 아스피린과 P2Y12 억제제의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이 1년간 지속돼야 한다.

- 출혈위험을 감수하고 2제병용을 적용하는 이유는?

ACS는 혈관이 서서히 좁아져 혈류장애를 야기하는 안정형 협심증과는 다르다. 죽상경화반 파열로 인해 혈소판이 극도로 활성화돼 있는 상태다. 혈전 위험이 매우 높아 아스피린 하나 만으로는 막아내기 힘들다. 때문에 클로피도그렐 등 강력한 항혈소판 효과의 약제를 추가해 2제병용으로 가야 한다. 이들 환자에서 아스피린 단독과 아스피린 + P2Y12 억제제의 병용을 비교해 보면 사망률과 심혈관사건의 차이가 확연하다.


“심혈관 위험도 따라 DAPT 기간·약제 선택해야”

- DAPT의 기간에 대한 컨센서스는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여러 연구가 보고됐지만 상반되는 부분이 있어,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논란의 소지가 있다. 3~6개월 정도만 써도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있고, 1년 이상의 경우 임상혜택이 훨씬 좋다는 결과도 있다. 하나의 잣대를 모든 환자에게 일괄 적용하기는 힘들다.

현 상황에서는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기간을 조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증이나 동반질환이 없는 단일혈관질환으로 저위험군에 해당하고 3세대 최신 약물스텐트(DES)를 사용했다면 6개월 정도 짧게 가져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당뇨병 등 동반질환이 다수고 다혈관질환에 스텐트를 여러 개 삽입한 고위험군이라면 3년 이상 더 오래 적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환자의 임상특성에 맞춰야 한다.

- DAPT를 장기적으로 가져가기 힘들다면, 이후의 선택은?

다시 환자의 임상특성을 강조하고 싶다. 심혈관사건 초고위험군 등 특정한 경우에는 DAPT를 길게 가져가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출혈 위험도 고려해야 하고, 1년 이후 단독치료를 언급하는 건강보험 급여실정을 고려하면 단독요법으로 전환하는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을 선택할 수 있다. 관행적으로는 임상경험이 보다 오래된 아스피린이 있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클로피도그렐 단독으로 가는 경우도 상당수다. 특히 심혈관사건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아스피린 단독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효과에 출혈위험은 타 약제보다 높지 않은 클로피도그렐을 단독으로 전환해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 연세의대 최동훈 교수
“아스피린 대비 출혈위험 낮고 효과는 10배”

- DAPT 후 클로피도그렐 단독전환의 근거는 무엇인가?

두 약제는 혈소판 기능을 저해하는 최종목표는 같지만 이를 위해 거치는 경로, 즉 기전은 다르다. 혈소판 응집에 직접 관여하는 ADP 수용체를 억제하는 클로피도그렐의 항혈소판 효과가 10배 정도 강하다. 여기에 출혈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아스피린은 위장관출혈 등의 부작용 위험이 높다. 특히나 위염이나 위궤양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환자들의 경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 항혈소판요법 선택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기준은?

상반되지만 효능과 안전성 두 가지가 중요한 기준이다. 위험 대비 혜택을 나타내는 이 두 기준의 균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우선 효능이 확실이 담보돼야 한다. ACS는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사망과 심각한 장애를 유발한다. 때문에 강력한 항혈소판 효과의 약제를 통해 혈전생성을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효능 대비 부작용 위험은 적어야 한다. 출혈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는 클로피도그렐이 이 두 기준의 균형을 가장 적절하게 맞추는 약제로 생각된다. 효능이 강력한 약제로만 알았지만, 임상경험이 쌓이면서 유효성과 함께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가장 잘 읽고 있는 것이 바로 임상현장이다.

보다 강력한 항혈소판 효과의 신규 P2Y12 억제제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클로피도그렐의 입지가 위협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수 년이 지난 지금 임상현장의 선택은 클로피도그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근거중심의학적으로 봐도 아스피린 대비 유효성과 신규 P2Y12 억제제 대비 안전성 면에서 위험 대비 혜택을 최대화할 수 있는 맞춤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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