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 올 상반기만 180명 확진...감염 꾸준히 보고

우리나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의 감염 전파가 꺽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를 양산해 내며 메르스 대유행이 예고되는 상황. 관건은 '앞으로'다. 해당 전염병이 집중적으로 전파된 사우디 아라비아의 감염사례에서 우리나라의 앞 날을 가늠해 보았다.

국내 첫 환자 발생, 메르스 전파 ...사우디 사례 비교해보니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지 14일 째. 확진 환자는 30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도 2명이 발생했다. 3차감염까지 확인되며 "감시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도 허다하다.

보건당국은 바이러스의 잠복기(2일~14일)를 고려했을 때 '지금 시기'가 전염병 대유행으로 가는 교두보라고 강조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Disease outbreak news(DON) 통계를 살펴보면 단순히 시기상의 문제는 아닌 듯 보인다. 2012년 4월 사우디에서 처음 발견된 메르스는 현재까지도 동 지역에서 꾸준히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

이미 메르스는 국내에 유입됐다. 확진 환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의심 환자들은 초기진료소와 격리센터로 몰리고 있다. 한 의료 현장 관계자는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가 관건인데 역학조사부터 방역, 환자 추적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조심스레 의중을 전했다. 

이와 관련 WHO의 웹사이트에는 전염병 발생 소식을 전하는 DON 코너를 따로 마련해 해당 국가의 메르스 발생건수와 시기 등 자세한 사례를 담아 일자별로 업데이트 해놓고 있다.

 WHO Disease Outbreak  News(DON) 내용 정리(6월 2일 기준).

사우디, 올해만 180명 확진·42명 사망...7일 간격 평균 9.5명씩 전염  

가장 빈번한 메르스 보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올해에만(1월부터 6월 1일까지 기준) 총 19차례(총 180명, 사망자 42명)에 걸쳐 메르스 감염을 보고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왕국(KSA)은 지난 1월 5일 국제보건규칙(IHR) 중심점을 통해 WHO에 3건의 메르스 감염 환자를 보고하며 올해를 시작했다. 이는 사망자 1명이 포함된 수치.

총 감염자 수 대비 평균 발생간격을 따져보면 채 일주일도 되지 않는 기간 9.5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가 느는 셈이다. 특히 보고에 따르면 지난 2월 23일은 43명의 신규 감염자가 등록됐고, 이 중 14명이 사망했다. 상반기 기준 단기간 최다 발생이었다.

10명 이상의 메르스 환자를 보고한 날도 2월 11일, 3월 6일, 3월 11일, 3월 20일, 3월 26일, 4월 9일, 5월 24일로 나타나 3월 한달은 메르스 공포가 가시질 않는 모습이었다.

또 감염자들의 연령이나 성별 분포는 다양했다. 익히 알려진대로 고령이나 기저 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에서는 분명 발병위험이 높았지만 비교적 건장한 20대와 30대에서도 지속적으로 감염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감염전파 속도나 성별, 연령분포를 비교해 봤을 때 2주간 2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30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우리나라가 사우디 아라비아와 사정이 크게 다르다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한편 올해 메르스 감염을 보고한 국가는 요르단(1명), 오만(사망자 포함 3명), 아랍에미리트(3명), 카타르(4명), 필리핀(1명), 독일(1명), 이란(1명)으로 우리나라와 사우디 아라비아와는 달리 더이상의 감염 전파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메르스 창궐, 국가별 대응책 따로 있다?

이렇게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른 메르스에 해법은 무얼까?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는 아직 없다. 간염 치료에 쓰이는 항바이러스제인 인터페론 주사제와 리바비린이 최근 거론되지만 근거가 부족한 상황. 

때문에 의심 환자와 확진 환자의 신속한 파악을 통해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여기에 WHO를 구심점으로 하는 메르스 환자 보고 및 국제적 대응책인 국제보건규칙(IHR)이 위치하고 있다.

신종 전염병의 전세계 확산을 최대한 막기위해 창설된 IHR은 2005년 개정을 거쳐 WHO 회원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국가별 감시체계를 개선하고 대응시기를 앞당기자는 취지를 갖는다.

구성을 보면 유기적이다.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특정 전염병이 대유행하게 될 경우 각각의 국가 IHR 중심점(IHR Focal Points)과 WHO 연락점(WHO IHR Contact Points)간의 긴밀한 보고체계가 형성된다. 

즉 회원국 내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WHO IHR 중심점에 보고하고, 보고를 받은 WHO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해 응급상황에 따른 조치를 내린다. 결국 WHO의 협조 아래 IHR 2005 규정대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발동하는 것이다. 메르스와 관련해서는 IHR의 실효성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한편 메르스 바이러스(MERS-CoV)는 요르단,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예맨 등 중동지역과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태리, 영국 등의 유럽지역, 튀니지, 이집트 등 아프리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권, 미국 등지에서 감염사례를 꾸준히 보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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