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폐암 표적항암제의 진화<下>

전 세계 암치료제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08조 900억 원)를 돌파했다.

미국 IMS 보건의료정보학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암치료제 시장이 전년 대비 10.3% 증가한 100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향후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2018년에는 1470억 달러로 늘어날전망이다.

암치료제 시장이 커지게 된 데는 암환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배경적 요인 외에도 표적항암제가 기여한 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특정 표적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시장은 지난 5년간 14.5%의 증가율을 보여왔으며, 미국에서만 암치료제 지출 규모가 무려 424억 달러에 달했다.

표적항암제 중에서도 치료제 개발 열기가 가장 뜨거운 분야는 단연 폐암.

게피티닙(상품명 이레사), 엘로티닙(상품명 타세바)과 같은 EGFR 타이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로 대표되던 폐암 표적항암제는 이제 기존 치료제의 내성은 물론 다른 부위로의 전이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가장 최근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세리티닙(상품명 자이카디아)은 크리조티닙(상품명 잴코리) 투여 후 질병진행 또는 반응하지 않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은 물론 뇌전이에 대한 치료 가능성까지도 입증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2세대 ALK 억제제인 세리티닙을 중심으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투여되는 주요 표적항암제들을 살펴봤다.


1. 폐암 표적항암제의 진화<上>- KRAS·EGFR 돌연변이

2. 폐암 표적항암제의 진화<下>-ALK 돌연변이

 

▲ 비소세포폐암의 유전자 돌연변이 유형

ALK 돌연변이: 내성 잡는 2세대 신약에 주목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3~5%, 선암의 5~10% 비율로 발견되는 ALK 유전자 변이는 EGFR과 함께 표적치료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선암 환자들 가운데 젊거나 비흡연자일 때 더 많이 나타나는 표현형으로서 남성보다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다고 알려졌다. 또한 ALK 양성이 확인된 환자는 ALK 음성 환자에 비해 진단 후 5년 내 진행 또는 재발률이 2배 높고 뇌나 간전이 위험이 더욱 높다는 보고가 있었다(J Thorac Oncol 2012;7:90-7).

이에 최근 국제폐연구협회(IASLC), 분자병리학회(AMP) 등은 ALK 및 EGFR 유전자 검사는 다른 생체 표지자보다 우선 순위로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Arch Pathol Lab Med 2013;137:828-1174).

현재 개발돼 있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크리조티닙(상품명 잴코리)과 세리티닙(성분명 자이카디아) 두 가지.

1세대 ALK 억제제 크리조티닙은 국내 환자들에 대한 급여적용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치료 면에서는 탁월한 효과를 자랑한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21개국에서 진행성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347명)를 대상으로 한 3상임상에서 기존 표준항암제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2배 이상 증가시킴으로써 유전자검사를 적용한 맞춤형 치료의 중요성을 한층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NEJM 2013;368:2385-94).

이듬해에는 ALK 유전자와 분자구조가 유사하다고 알려진 ROS1 재배열 비소세포폐암(50명)에 관한 연구 결과 72%(36명)의 환자에서 종양 크기를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됨에 따라 ALK 변이 외 추가 환자군에 대한 가능성을 확보하기도 했다(NEJM 2014;371:1963-1971).

그러나 크리조티닙 역시 내성 발생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 일부 환자는 일차 내성으로 크리조티닙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초기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 중에서도 1년 이내 불가피하게 획득내성이 나타났다(Clin Cancer Res 2012;18:1472-1482).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선택 가능한 별도 옵션이 없는 실정이었는데, 2세대 ALK 억제제로서 새롭게 개발된 세리티닙은 ALK 인산화효소 돌연변이와의 강력한 결합력을 기반으로 1세대 약물의 내성을 완벽히 극복,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적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받았다.

FDA는 한국을 포함 전 세계 20개 의료기관에서 255명의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참여했던 ASCEND-1 연구에 근거해 2014년 4월 이전에 크리조티닙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ALK 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사용을 신속승인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승인이 완료됐다.

지난해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2014)에서 발표됐던 ASCEND-1 최신 결과에 따르면 세리티닙은 과거 ALK 억제제 투여 경험이 없는 환자(83명)에서 무진행생존기간 18개월(중앙값)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항암제 치료군(평균 PFS 8.6개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장 기록을 세운 셈이다.

종양반응률은 크리조티닙 치료경험이 있는 환자군(163명)에서 56.4%,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군(83명)에서 72.3%로 전체 61.8%의 반응률을 기록해 과거 ALK 억제제 치료 여부에 관계없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종양 크기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표 2>.


BBB 통과로 뇌전이 환자에도 효과적

세리티닙이 한층 진보된 표적항암제라고 평가될 수 있는 요인이 1가지 더 있다. 바로 치료가 까다롭다고 알려진 뇌전이 환자에 대한 효과다.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 가운데 20~40%에서 발생하는 뇌전이는 생존율 12개월 미만의 불량한 예후를 보여 왔는데, 등록 시점에 뇌전이를 동반했던 124명의 환자들에서 세리티닙은 55.6%의 종양반응률과 58.6%의 두개내 반응률(IDCR)을 입증했던 것.

▲ 마가렛 듀건 박사

측정 가능한 병변을 지닌 상태에서 연구에 참여했던 환자 29명 중 약 3분의 1에서는 세리티닙 투여 후 뇌전이가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크리조티닙은 PROFILE 1014 연구 결과 기존 화학요법군 대비 두개내 진행까지의 시간 위험비(HR 0.60, 95% CI: 0.34-1.05) 면에서 유의한 차이를 내지 못했다.

세리티닙 개발과정을 주도한 마가렌 듀건(Margaret Dugan) 박사(노바티스 항암제사업부 글로벌 헤드 수석부사장)은 "세리티닙이 혈뇌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뇌전이 환자에서도 강력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라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 가운데 뇌전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기 때문에 처음 개발 단계부터 BBB 통과를 염두에 뒀다"고 소개했다.

듀건 박사는 "크리조티닙에 반응하지 않는 ALK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1차치료제 적응증을 받기 위한 임상도 진행 중"이라면서 "내년 쯤이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리티닙이 유전자검사에 기반한 정밀종양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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