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C형간염 치료 패러다임 변화 본격화, EASL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 C형간염 치료제의 변화

유럽간학회(EASL)가 C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다. 작년 개정이 경구용 치료제로 '변화의 예고탄' 격이었다면, 이번 지침은 인터페론을 삭제하는 쪽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업데이트된 치료 전략에는 소포스부비르, 시메프레비르, 다클라타스비르 등과 같은 차세대 DAA(Direct-acting antivirals)가 왕좌에 올랐다.

이들 약물이 주목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4~48주 치료기간을 요했던 기존 페그인터페론 기반 병용요법에 비해 치료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C형간염의 단기치료 목표인 지속바이러스반응(sustained virological response, 이하 SVR)을 완치에 가깝게 개선했다. 또 간편히 먹는 약이라는 점에서 인터페론 주사제에서 야기됐던 접종시 거부감과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가이드라인 손질에 참여한 프랑스 Paris-Est대 Jean Michel Pawlotsky 박사는 "이번 업데이트는 관리가 까다로운 중증 질환 동반환자에도 명쾌한 치료 옵션을 제시했다"고 취지를 밝히며 급·만성 C형간염 환자들을 타깃으로 공격적인 치료전략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 C형간염 치료제의 시대별 변화. 자료취합 메디칼업저버

작년부터 시장 도입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차세대 DAA의 비싼 가격은 분명 흠이다. 그러나 이를 배제하면 치료경험이 없거나 대상성 및 비대상성 간질환을 가진 이전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 향후 치료 전략은 뚜렷하다. 결국 인터페론이 빠진 다양한 DAA 병용요법이 최적의 치료 옵션이라는 데 간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

이에 따라 인터페론 치료반응을 예상하는 데 이용됐던 환자의 IL28B 유전적 다형성은 옛말이 됐다. 페그인터페론을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DAA 병용요법에서는 영향력이 무관하기 때문이다. EASL 가이드라인에서도 새로운 DAA 단독 처방에는 IL28B가 의미 없다고 명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바뀐 가이드라인에서 치료제 부문의 변화는 극명하다. 유전자형 1형 환자에서는 6개의 치료옵션이 마련됐는데, 인터페론 기반 치료옵션(2개)에 비해 인터페론 제외 옵션(4개)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병용요법이나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 보세프레비르 혹은 텔라프레비르 3제요법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차세대 DAA의 비용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선택의 여지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12주 치료전략, DAA 병용 대세

 

인터페론을 제외한 4가지 치료 옵션을 살펴보면 첫째로 유전자형 1형 C형간염 바이러스(HCV) 감염 환자는 소포스부비르(400mg)와 레디파스비르(90mg)의 고정용량 단일정을 하루 한 번 투여할 수 있도록 했다(근거 및 권고수준 A1). 또 간경화가 없거나 치료경험 유무에 상관없이 리바비린을 빼고 이 약물들을 12주간 투약할 수 있도록 강력히 추천했다(A1).

두 번째 옵션으로 해당 환자에서 옴비타스비르(75mg) + 파리타프레비르(12.5mg) + 리토나비르(50mg) 단일정을 음식물과 함께 1일 1회 투약하고, 다사부비르(250mg) 1일 2회 투약을 권고했다(A1).

1차 치료제로 등극한 차세대 DAA는 또 있다. 소포스부비르(400mg)와 시메프레비르(150mg), 소포스부비르(400mg) + 다클라타스비르(60mg) 12주 병용요법도 높은 수준의 근거(A1)로 명시돼 선택의 폭을 넓혔다.

유전자형 2형에서는 인터페론 제외 요법으로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 병용요법이 최고의 조합으로 꼽혔다. 반면 유전자형 3형에선 DAA만을 이용하는 치료 전략에 아직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해당 유전자형 대상의 임상연구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 병용요법은 이전 인터페론 치료에 실패한 간경화 동반 환자로 사용이 국한됐다. 단, DAA만을 조합한 소포스부비르와 다클라타스비르의 12주 병용요법은 간경화가 없는 해당 환자에서 효과가 기대되는 옵션으로 명시됐다(A1).

유전자형 4형은 유전자형 1형과 마찬가지로 4개의 인터페론 제외 요법이 제시됐다.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용요법이 여전히 치료 옵션으로 유효한 가운데, 소포스부비르 + 레디파스비르 단일정 1일 1회 투약은 근거수준이 가장 높은 A1로 올랐다.

또 다사부비르를 제외한 옴비타스비르 + 파리타프레비르 + 리토나비르 단일정이 근거수준 B1, 소포스부비르 + 시메프레비르 병용요법(B2), 소포스부비르 + 다클라타스비르 병용요법(B2)이 뒤를 이었다.

유전자형 5, 6형 C형간염 환자는 3개의 치료 옵션이 마련됐다.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 소포스부비르 3제요법과 함께 소포스부비르 + 레디파스비르 병용요법, 소포스부비르 + 다클라타스비르 병용요법이 주인공. 이 중 소포스부비르 + 레디파스비르 단일정 1일 1회 투약은 강력 권고됐다(A1).

개정 가이드라인, 동반질환자 약물간 교차반응 반영

차세대 경구용 DAA가 1차 치료옵션으로 활용도가 높아진 만큼 기타 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 약물간 상호작용, 교차반응에 대한 대응방안도 구체화됐다.

△ 시메프레비르 △ 다클라타스비르 △ 소포스부비르 △ 소포스부비르 + 시메프레비르 복합정 △ 리토나비르 부스팅 파리타프레비르 + 옴비타스비르 + 다사부비르(3D) 등 4개 DAA의 투약과 관련 HIV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마약류(암페타민, 코카인, 케타민 등), 지질저하제(스타틴 계 등), 중추신경작용제(항우울제 및 항정신병약), 심혈관치료제(부정맥치료제, 베타차단제, 항혈소판제제, 고혈압약 등), 면역억제제(아자티오프린, 에타너셉트, 에베롤리무스 등) 등과의 약물간 중복사용에 대한 금기사항을 명시해 놓은 것이다.

특히 차세대 DAA인 시메프레비르를 복용하는 HIV 감염 환자에서는 HIV 단백분해효소 억제제 계열 약물을 비롯해 에파비렌즈, 에트라비린, 네비라핀 등의 NNRTIs 계열 항바이러스제의 병용을 강력하게 경고했다(A1). 단 대표적 DAA인 소포스부비르와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사이에 약물 교차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A2).

"치료기간 단축으로 고비용문제 상쇄"

DAA의 상용화에 있어 제기되는 비용문제는 일단 기존 대비 절반으로 단축된 12주 치료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무엇보다 약가를 낮추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겠지만 현재는 줄어든 치료기간에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올해 ILC 2015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미국 시카고메디컬센터 Donald Jensen 박사는 "치료기간 단축이 치료비용을 줄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질환이 재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즉 치료기간 단축에 따른 재발 위험이 야기된다면 결국 해당 환자들은 초치료 비용에 더해 재치료 비용까지 부담을 떠안는 셈이라는 분석. 이에 C형간염이 재발돼 재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서 비용효과 분석연구가 요구됐다.

한편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이들 DAA 가운데 다클라타스비르 병용요법이 가장 먼저 국내 허가를 마치고 시장에 도입됐다"며 "우려와 달리 향후 기준이 될 약가는 해외 지역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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