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에서 제시한 '목표관리제', 문제는 지나치게 '추상적'

공급자단체 측이 13조원 건강보험 흑자에 큰 기대를 걸어왔지만, 추가소요 재정인 밴딩이 예년과 비슷하게 정해지면서 실망감이 역력한 모양새다.

27일 오전 재정운영소위원회를 통해 밴딩폭이 확정된 이후, 같은 날 오후 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가 줄줄이 2차 협상에 임하면서 수치게임이 본격화됐다.
 

 

재정소위에서는 앞서 부대조건으로 목표관리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데 이어, 이날 열린 소위에서는 밴딩폭을 구체화했다.

사상 최대 흑자분에 따라 7000억원대 초중반선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지난해와 비슷한 6000억원대 후반선에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밴딩은 낮게 책정한 반면, 가입자 단체들과 재정소위에서는 환산지수와 진료량 변화를 연계시키는 목표관리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재정소위 이후 첫 2차 협상을 마친 약사회 이영민 부회장(수가협상단장)은 "우회적으로 밴딩을 물어봤는데, 공단에서 어렵다고 얘기했다"며 "공급자들이 어려울 때 기여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밴드를 타이트하게 정한 만큼, 3차협상부터는 다른 유형과 차별화된 부분들을 제시하면서 인상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3차부터 기술적으로 상호 인상률을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카드 수수료나 임대료, 인건비 등 다른 유형보다 더 부담이 큰 부분을 높은 인상률을 받기 위한 핵심 근거로 끌고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대한의사협회 김숙희 부회장.

의협 역시 밴딩폭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의협 김숙희 부회장(수가협상단장) 역시 "이번에는 워낙 건보재정 흑자분이 컸다. 게다가 국고 미지원금까지 합하면 거의 20조원에 달한다"면서 "때문에 밴드를 넉넉히 제시해 그간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줄 알았지만, 오늘 들어보니 그렇지 않은 수치"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공단 측에서 밴딩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비밀을 유지하는 점도 불만"이라며 "3차에서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협은 이번 협상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적은 밴딩폭이지만 다른 유형에 비해 어렵다보니 유형별로 쪼갰을 때 '우위'가 될 것이란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1차의료기관이 어려운 상황을 이미 공단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작년 한 해 뿐만 아니라 십수년째 저수가로 인해 어려웠던 부분과 동네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오고 봉사한 부분에 대해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고 읍소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공단측으로부터 적은 밴딩폭에 대해 전해들었음을 밝히면서, 이계융 부회장(수가협상단장)은 "올해 수가협상은 만만찮을 것 같다.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부대조건은 3곳 모두 '목표관리제' 제안받아..."추상적인 안건 받을 수 없다"

부대조건(부대합의)은 그간 3~4차쯤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논의됐으나, 올해는 2차부터 전체 유형별 단체에 뿌려졌다.

역시나 지난해에 이어 공단에서 먼저 '목표관리제'를 제안했는데, 공급자단체들도 대답을 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단 하루이틀 안에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인만큼, 건보공단 협상단 측은 '목표관리제'를 가볍게(?) 설명만했을 뿐 당장의 결정은 독촉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가입자단체 측이나 재정운영위원회의 눈길이 쏠려있는 만큼, 어느 한 단체라도 이를 받아드렸으면 하는 모양새였다.

이러한 공단 태도 때문인지 공급자단체들이 지난해 강한 반대를 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에서 이를 바라봤다.

▲ 대한병원협회 이계융 부회장.

병협 이계융 부회장은 "예년에 비해 부대조건이 제시된 시점이 다소 이른감이 있다"며 "재정소위 내 가입자들이 강하게 이를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2차협상인 만큼 공단의 설명을 듣기만 했고, 주로 목표관리제의 취지나 목표에 대한 설명이었다"며 "OX를 결정할 자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대답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추후 이를 받아드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상률이 50% 가까이 되지 않는다면, 받기는 어려운 정책"이라며 "간단치 않은 문제"라도 대답을 회피했다.

또 "본 협상도 들어가기 전에 부대조건 얘기가 나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옳다그르다는 추후 협상을 마치고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약사회 측은 역시 언짢다는듯 "이번에도 공단이 재정을 잘 관리하자는 취지로 목표관리제를 제안했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며칠안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전반적인 공단의 상황 설명만 들었을 뿐,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단에서는 파격적인 인상률을 받을 것이라고는 약속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뜻 받을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수가협상이라는 전체적인 부분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부차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꼴"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에서는 부대조건을 제시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추상적'이었다고 꼬집었다.

김숙희 부회장은 "그냥 제도에 대한 설명만 있었을 뿐, 이를 어느 정도 선에서 운영할지, 또 해당 부대조건을 받으면 얼마만큼의 인상률을 줄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 역시 이를 고민하거나 결정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또 김 부회장은 다른 협상단들과 마찬가지로 "목표관리제는 부대조건이 아닌 보건의료제도의 변경일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하루이틀만에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즉각적인 확답을 피했다.

한편 본격적인 수치 제시가 이뤄지는 3차 협상은 오는 29일 시작되며, 내달 1일 수차례 협상 후 2일 자정에 내년도 진료비 인상률이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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