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진단율 높이려는 첫걸음, '폼페병 가이드라인' 나와

▲ 이동환 순천향의대 교수
희귀유전성 대사질환 중 하나인 리소좀축적질환의 정복을 향한 대장정이 이어지고 있다.

순천향의대 이동환 교수(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내분비대사과), 진동규 교수(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국내 희귀질환 분야 전문가들이 파브리병, 고셔병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순서로 폼페병(Pompe disease)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폼페병의 ,진단과 치료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이번 지침 개발에는 편집위원장을 맡은 이동환 교수 외 대한유전성대사질환학회 13명의 임상의들이 함께 참여했다.

△폼페병에 대한 임상적 개괄 △역학과 병태생리 △임상양상 △진단 △관리 및 치료 △증례에 이르기까지 총 6개 챕터로 구성됐으며, 국내 환자들의 임상특징을 기술한 한국총괄데이터도 부록으로 실었다.

26일 폼페병 RTM에 참석한 이동환 교수는 "1932년 독일에서 처음 보고됐던 폼페병은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단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유병률 추적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는데, 이번에 국내 환자 자료를 토대로 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됨으로써 임상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기진단, 가이드라인·교육·스크리닝 '삼박자'가 관건

폼페병은 리소좀 내에 α-글루코시다아제(GAA) 효소의 결손으로 여러 장기에 글리코겐이 축적되는 질병이다.

대개 심장근육, 골격근 및 민활근을 침범해 심비대 및 근육병을 유발하는데, 임상증상 및 발현시기, 이환되는 장기, 사망 연령 등에 따라 영아형(infantile onset Pompe disease)과 후기발병형 혹은 성인형(late onset Pompe disease)으로 분류된다.

▲ 폼페병의 발현과정 (출처: 보건복지부 국가건강정보포털, 폼페병 질병정보)
평균 4만명당 1명꼴로 드물게 발생한다고 알려졌으며, 발병빈도는 인종별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제적인 평균치를 적용한다면 5천만명 기준 125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폼페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3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영아형이 11명, 후기발병형이 24명, 총 35명이 치료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른 나라들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수의 환자들이 진단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진단시기의 지연은 폼페병 치료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후기발병형 폼페병 환자에 관한 추적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증상으로 인해 처음 병원을 방문한 시점으로부터 폼페병을 확진받기까지 평균 7년이 소요됐으며, 또다른 연구에서도 3분의 1 이상의 환자들이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 지연진단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Muscle Nerve 2009;40:149-160).

더욱이 2006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알글루코시다아제 알파(상품명 마이오자임) 성분의 효소대체치료(ERT)로서 부족한 GAA의 역할을 보완할 수 있음에도 적절한 진단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시 되고 있다.

조기진단 및 치료가 이뤄져야만 하는 당위성은 이미 여러 임상연구들을 통해 충분한 근거가 확보됐다.

영아형 폼페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몇몇 연구에 따르면 ERT 치료는 생후 18개월 시점의 사망 위험을 92% 감소시켰고, 대부분 심장기능이 호전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조기치료를 받은 환자일수록 골격근에 대한 반응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나 영아형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심각한 골격근 손상이 발생하기 전 치료가 시작돼야 함을 시사했다.

생존기간, 근기능 및 폐기능에 대한 이같은 반응은 후기발병형 폼페병 환자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거뒀는데,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과 유럽 국가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ERT 치료군의 생존율(35%)이 비치료군(9%)보다 월등히 높았고, 6분걷기검사와 강제폐활량(FVC) 결과 역시 위약군 대비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 최영철 연세의대 교수
이번 지침에서 한국총괄데이터를 정리한 연세의대 최영철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는 "희귀난치성질환이지만 치료제가 개발돼 있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영아형 환자에서 상당히 효과가 좋고, 근손상이 진행되기 전 가능한 빨리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 폼페병의 조기진단율을 끌어올리려면 가이드라인 보급 외에도 임상의 교육을 통한 인식제고와 신생아 스크리닝과 같은 정책적인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만과 미국 몇몇 주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폼페병 진단을 위한 신생아 스크리닝이 시행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갑상선기능저하증, 갈락토스혈증, 페닐케톤뇨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단뇨증 등 6가지 선천성대사질환만 항목에 포함되고 리소좀축적질환 선별검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

이동환 교수는 "탠덤매스 스크리닝 검사를 이용하면 2분만에 43가지 질병군을 선별해 낼 수 있다"며 "최근 보건복지부가 밝힌 2018년 계획안과 같이 국가에서 탠덤매스 스크리닝검사 사업이 시행되고, 이어 윌슨병, LSD에 대해서도 스크리닝이 가능해진다면 한층 많은 환자들이 조기에 진단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한욱 교수는 "효소대체요법과 함께 재활관리, 합병증 예방이 폼페병 치료의 큰 축을 이루는 만큼 유전질환 및 유전상담 전문가,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분과와 팀 개념의 치료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유사질병과의 감별을 위한 의료진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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