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OBIO 레지스트리 활용, 국내 임상연구 결실

항류마티스제제(DMARD)를 비롯한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주 치료 옵션이다. 해당 약물은 실제 진료현장에서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성척추염, 건선관절염 환자에까지 매일같이 처방된다. 문제는 이를 투약받는 환자의 기저질환과는 별개로 약물 이상반응이 빈번히 보고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상반응의 명확한 규명이 더없이 중요해지고 있다.

장기적 해법은 마련됐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생물학적제제 등록사업(KOBIO registry)이 그 대안이다. 지난 2012년 대한류마티스학회 산하의 임상연구위원회가 주도한 전국 규모의 치료제 등록연구로써 취지는 분명하다.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는 기간 동안 발생한 약물의 이상반응을 확실히 조사하자는 것이다.

이제 등록사업의 결과물이 하나둘 도출되기 시작했다. 올해 대한류마티스학회 춘계학술회에서 공개된 주요 연구 일부가 KOBIO 레지스트리를 기반으로 했다는 게 그 증거다. KOBIO 등록사업이 실제 임상에 어떠한 파급력을 미칠지 지금까지 공개된 연구들을 토대로 그 의미를 살펴봤다.

1. KOBIO 2015 업데이트, 무엇이 바뀌었나?

2. KOBIO 레지스트리 활용, 국내 임상연구 결실

 

지난 15~16일 성료된 대한류마티스학회 제35차 춘계학술대회 및 제9차 국제심포지엄에서 KOBIO 레지스트리를 적극 활용한 연구는 3개였다. △ 중등도 이상의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서 흡연이 질병 활성도와 동반질환에 미치는 영향(KOBIO-RA 등록 데이터 이용) △ 척추관절염(spondyloarthritis)에서 체질량지수(BMI)와 인대증식체의 연관성 △ KOBIO 등록 데이터를 통해 본 고령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치료 실태 등이 그 주인공. 이들은 지난 1년간 KOBIO 등록사업의 성과를 대변해 준다.

흡연의 역설…RA 환자 영향 미미
비흡연 환자에서도 질병 활성도 높게 나타나

 

서울의대 박진균 교수

흡연과 RA의 연관성을 따져본 서울의대 박진균 교수(류마티스내과)는 우리나라에서 흡연 자체가 RA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비흡연군, 이전 흡연군과 현재 흡연군 사이에 흡연으로 인한 RA의 질병활성도 점수(DAS28 등), 류마티스인자(rhumatoid factor)의 유병률 및 수치, 항시트룰린펩타이드 항체검사(CCP 항체)에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특히 흡연량과 DAS28 간에는 어떠한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고 관절 및 관절외 징후와 동반질환도 관련이 없었다"고 밝혔다. 흡연이 RA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믿음을 반박하는 결과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흡연 경험이 있는 RA 환자군과 비흡연 RA 환자 모두에서 질병 활성도가 굉장히 높았다. 또 질병 활성도 평가척도인 DAS-CRP, DAS-ESR 검사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에 흡연 여부는 결과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다만 색다른 점이라면 흡연자에서 골다공증과 빈혈의 발병률이 유독 낮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흡연이 RA 발생의 위험과 관련이 있으며, 혈청양성률을 높여 질병활성도를 악화시킨다는 기존의 보고와 배치된다. 더욱이 관절 및 관절외 기관을 침범하는 전신적 자가면역질환인 RA의 영향인자 가운데 흡연이 환경적 요인으로 꼽히던 상황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박 교수는 "기전상 흡연을 하면 폐에서 PAD라는 효소가 발현되고, 이 효소가 체내의 단백질에 시트룰린화를 촉진시켜 T 세포의 APC에 작용, 이로 인해 B세포에서 생성된 ACPA라는 항체가 RA에 영향을 나타낸다"고 설명하며 "하지만 실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이론적인 부분과 상당한 괴리감을 느낀다. 대부분의 RA 환자는 여성이고 이들 대부분은 과거 흡연력이 없었다고 답하지만 질병 활성도는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높은 실정"이라고 현상의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발표가 끝나고 '간접흡연 피해가 심각한 국내에서 RA에 미치는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박 교수는 "비흡연자가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해도 직접흡연보다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되는 가능성은 비교적 적을 것"이라며 "결과에서 밝혔듯 흡연의 양과 질환의 활성도에는 연관성이 낮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한편 KOBIO-RA 데이터를 이용해 다기관 관찰연구로 진행된 이번 연구에는 1207명의 데이터가 평가됐다. 참여자 대부분은 과거 흡연경험이 없던 환자였으며 84명(8.1%)은 과거 흡연자, 92명(8.9%)은 현재 흡연자였다.

BMI 높을수록 척추관절염 악화
인대증식체 증식과 밀접…말초관절질환과는 관련 적어

만성질환 관리에서 전 세계의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른 비만이 실제 강직성 척추염에 어떠한 영향을 나타내는지 연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 비만과의 연관성이 가장 잘 밝혀진 관절염은 RA였다. 해당 환자에서 비만한 환자는 18~31%, 과체중인 경우는 60%가 넘는 수준으로, 특히 비만한 RA 환자에서는 치료제 사용에도 질병관해(remission)나 질병 활성도를 낮출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비만 평가척도인 BMI가 척추관절염(SpA)의 임상징후와 질병 활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따르는 실정이다.

대구가톨릭의대 김성규 교수

대구 가톨릭의대 류마티스내과 김성규 교수(관절염 및 자가면역질환연구센터)는 BMI의 증가는 강직성척추염의 악화 정도를 반영하는 인대증식체의 출현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BMI상 과체중 소견을 보였으며, 유독 여성에서 질병활성도와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다. 또 다중회귀분석 결과 BMI가 높은 환자에서 인대증식체가 보고됐다는 게 주요 특징이다.

이러한 결론을 얻기까지 KOBIO 레지스트리에 등록된 총 789명(남성 619명, 여성 170명)의 해당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구통계에 기반한 임상 및 영상학적 특징, 질병활성도를 비교 평가하는 관찰연구가 실시됐다.

이용된 BMI는 정상(23 미만), 과체중(23kg/㎡ 이상 25kg/㎡ 미만), 비만(25kg/㎡ 이상)으로 구분했다. 여기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보다는 아시아인에 적합한 국제비만태스크포스인 IOTF(International Obesity Task Force) 기준이 이용됐다.

결과에 따르면 SpA 환자의 BMI는 평균 23.8 ± 13.3kg/㎡으로 나타났다. 결국 과체중을 중심으로 정상군과 비만군의 고른 분포를 보였는데, 성별과 관련해서는 눈에 띄는 차이가 관찰됐다. 여성에서는 BMI가 질병 활성도 평가지표인 BASDAI, ESR, CRP, ASDAS-ESR, ASDAS-CRP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지만 남성은 예외였다.

김 교수는 "인대증식체가 증식한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BMI가 고려됐고, 말초 관절질환에서는 BMI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인대증식체를 확인했지만 영상학적 손상 점수 판정을 거치지 않은 횡단분석 자료라는 데 제한점이 존재한다.

인대증식체와 BMI의 선후관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BMI가 증가했기 때문에 인대증식체가 증식한 것인지 아니면 인대증식체가 증식해 활동량이 줄고 BMI가 늘어난 것이냐는 질문이다. 김 교수는 "골다공증과 강직성 척추염의 상관관계에 비춰보면 일단 과체중 환자에서 체중에 의한 압력 등으로 인대증식체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까지의 연구들에선 이러한 인과관계를 밝힌 연구들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답했다.

고령 환자 치료 실태 65세 이상 유병률 급증
간질성 폐질환 동반 흔하고 MTX 사용빈도 낮아

KOBIO 데이터를 이용한 국내 연구결과 치료를 받는 RA 환자 중에서도 고령일 경우 질병 활성도가 높았으며 유병기간, 동반질환, 메토트렉세이트(MTX) 사용 등에 높은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고령의 RA 환자 진료 시 이를 고려한 효과적인 질병 활성도 조절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가톨릭의대 정승민 교수

가톨릭의대 정승민 교수(의정부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최근 데이터를 보면 80세까지 RA 발생이 증가하다 감소하는데, 특히 65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문제는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1980년대만 해도 65세 이상이 5% 미만이었던 데 반해 2015년에는 약 15%가 65세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국내 RA 환자의 평균 연령 추이를 보고한 연구는 없지만 지난 1990년대 후반 연구에서 평균 연령은 40~47세, 이후 점차 증가하다 최근 조사에선 52~55세 정도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간 RA 환자 122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다기관 연구에선 각 환자에 대해 연령, 성별 및 질환 관련 특성, 동반질환 등의 자료를 수집해 치료제, 질병활성도(DAS28, SDAI, CDAI), 기능(RAPID3)이 조사됐다. 특히 환자를 65세 미만과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로 구분해 질병 활성도에 영향을 주는 인자를 평가했다.

결과에 따르면 전체 모집된 환자 중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244명이었다. 65세 미만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남성이 더 많았으며, RA 발병 시기와 유병기간이 더 길었다(P < 0.001). 또 관절외 증상 중 간질성 폐질환은 고령환자에서 더 흔하게 관찰됐고, CCI(Charlson 동반질환 지표) 및 ECM(Elixhauser's 동반질환 측정)로 평가한 동반 질환의 빈도도 고령의 환자에서 높았다. 동반질환 중에서도 특히 당뇨병이 높은 질병 활성도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났다.

약제의 사용은 고령 환자에서 MTX의 사용빈도가 유의하게 낮았지만 이외 약제에는 차이가 없었다. 질병의 활성도는 DAS28, SDAI, CDAI 모두 고령의 환자에서 더 높았고, RAPID3에서도 같은 경향성이 관찰됐다.

DAS28이 5.1을 넘어서는 높은 질병 활성도에서 독립적인 위험인자를 예측하기 위한 다변량 회귀분석 시행결과 나이, 성별, RA 발병 연령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지만 유병기간이 길고, 동반질환이 있으며 MTX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높은 질병 활성도를 가질 가능성이 증가했다.

한편 KOBIO 레지스트리 사업을 기반으로 진행된 이번 국내 역학 연구들은 작년 학술회에서 주제 공모 이후 선정된 것들이다. 약물의 이상반응에 초점을 맞춰 시작된 연구가 관절염 분야 해당 질병의 다양한 연관성 분석에까지 결실을 맺는 상황에서 학계는 국내 근거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발판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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