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의료에 외부 전문가 개입 어려워 관리 허술…선별검사 강화 시급

# 2014년 6월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일반전초(GOP) 소초에서 임 모 병장이 동료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임 병장은 자대 배치 직후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고, GOP 배치 직전 정기검사에서 B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 2015년 5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최 모씨가 훈련 도중 총기를 난사해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최 씨는 현역시절 5사단 GOP에서 근무했고, 당시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었다. 
 
이처럼 군 내외 총기 사용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반복되면서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군 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장병들의 정신과적 평가·치료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심병사만의 문제로 제한 말아야

 

현재 입대 전 선별검사를 통해 정신건강 질환이 의심되면 입대에서 제외하고, 군에서 부적응 문제를 보이는 병사들은 관심병사로 선별해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군 생활과정에서 여전히 병사들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자살, 폭력, 총기사고, 탈영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의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연세대 간호대학 김헌례 교수팀은 "안보상 주요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군 내부의 전문의료 인력 부족, 외부 자원의 유입 제한 등으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외부 전문가의 개입이 어려워 정신건강 관리에 제한점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정신간호학회지 제22권 제4호, 2013년 12월).

군 내외 사고로 인해 사안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전문가들은 몇몇 정신적으로 취약한 병사뿐만 아니라 장병 '모두'에게 정신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 전환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정부와 각 기관도 몇 년간의 사례를 바탕으로 정신건강 개입 활동과 미래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계획들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11월 병사와 간부의 정신건강 실태를 연 1회 이상 정기 조사하는 내용을 담은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최종 공포됐다. 개정안에는 병사와 간부의 정신건강 실태 조사를 정기적 또는 수시로 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정신과 전문의 적극적 개입 필요

국방부의 군보건의료 개선을 위한 법률안 선포에 발맞춰 군정신건강 전문가들도 현재 운영되는 정신건강지원 프로그램 수정·보완 작업에 착수했다. 군 내외 정신건강질환자에 의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징병 초기부터 선별검사를 강화하고 입대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직접 개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현재 군내 트라우마 발생 시 국군의무사령부는 국군수도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주축으로 군 정신건강지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군정신의학회도 다시 창설돼, 주변 병·의원과 연계해 군 정신건강 질환 치료 및 연구 등 학술적인 지원을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각 기관은 병무청 등에서 진행되는 선별검사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심리검사 도구 개선 및 정신과 전문의 및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을 증원하고, 각종 정신건강 질환 초기 증상 식별을 위한 선별검사를 개발해 더욱 체계적인 관리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관심병사를 비롯한 장병들의 정신건강 질환 치료에 폭넓은 중재요법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중 웹 기반 방식을 활용한 정신건강프로그램 효과를 분석한 논문이 발표돼 새로운 활용 방안으로 제시됐다.

건양대 간호대학 우정희 교수팀이 최근 우리나라 군에서는 아직 시도한 바 없는 전자우편을 활용한 원격상담으로 구성된 정신건강증진프로그램을 제작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에 참여한 대상군의 불안과 자아존중감에 있어 집단과 측정 시기 경과에 따른 상호작용에 효과가 있었다. 연구팀은 "연구결과 인지행동 요법을 근간으로 한 전자우편 형식의 건강증진프로그램이 군인들의 정신건강을 효과적으로 증진시켰다. 다양한 중재요법 개발에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자 병력 조회는 금물

 

낙인효과와 인권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영훈 이사장(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입대 전후에 진행되는 선별검사 강화와 검사도구를 다양화할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또 군대 부적응자들을 비롯한 우울증 등이 의심되는 장병들의 조기관리가 쉽게 이뤄지려면 전문인력 확보와 역량 강화에 대한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군이 신체검사부터 정신건강질환 병력을 조회하고 입대 후에도 치료내역 등을 활용한다는 것은 질환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정신건강 질환 치료병력 정보는 무엇보다 사수해야 할 의료 정보인데, 조회 등을 우려해 정신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까 매우 염려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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