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도 의료계도 '갸우뚱'…식약처 의견수렴 나서

▲ 유럽 EMA의 발표에 따라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난색을 하고 있다.

오랜 기간 처방된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당황을 금치 못하는 모양새다. 자칫하면 처방에 제동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이 '코데인' 함유 의약품을 12세 미만 소아의 기침, 감기에 사용하지 않도록 결정함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금지권고하는 내용의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이 때문에 제품을 판매하던 제약사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EMA의 안전성 금지 사항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울러 식약처는 허가사항 변경 등을 검토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에 이번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의 안전성 서한과 관련해 업계에 미치는 파장과 의료진의 의견, 향후 전망은 어떤지 조명해봤다.

식약처, EMA 결정에 사용금지 권고

지난 4월 24일 EMA는 코데인 함유 의약품을 12세 미만 소아의 기침, 감기에 사용하지 않도록 결정했다.

코데인은 체내에서 모르핀으로 전환되는데, 모르핀으로 인한 부작용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 가능하나 12세 미만은 그 전환 양상이 더 가변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워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

또한 호흡 문제가 있는 12세 이상 18세 미만의 경우 기침, 감기에 코데인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유럽 사례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 없어"

이에 식약처는 해당 품목에 대한 안전성 평가 후 허가변경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겠다며, 의·약 전문가에게 처방·투약 및 복약지도에 있어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 단일제의 12세 미만 사용금지가 허가사항에 반영돼 있으며, 이번 의약품안전성 서한으로 적용되는 품목은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로 유한양행의 코푸시럽 등 28품목이다.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는 다른 성분과 복합된 상태고 중추신경계 작용이 상대적으로 약해 진해거담제로 분류되지만 코데인 단일제는 아편알카로이드계 제제로 분류, 관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시장 유한양행이 주도

 

사용금지 권고가 내려진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식약처의 국내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생산실적 현황을 보면 약 518억원 규모로 집계되며, 유한양행의 코푸시럽이 197억원 수준으로 선두에 있다.

대원제약의 코대원포르테시럽이 91억원, 코대원정이 47억원, 삼아제약의 코데날정과 코데날액이 각각 38억원, 30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이번 안전성 서한과 관련된 12세 미만 소아에게 처방되는 비율은 많지 않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소아영역에서 유한양행의 코푸 계열이 지난해 약 23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고, 대원제약 코대원 계열이 12억원, 삼아제약의 코데날 계열이 11억원, 코오롱제약의 코푸진시럽과 종근당의 코데닝정이 각각 2억원과 7800만원으로 나타났다. 12세 미만 처방 비율은 많게 잡아도 약 1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는 셈이다.

제약업계 "성인 처방에도 영향 줄 듯" 우려

그러나 이에 대한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셀 전망이다. 제약사로서는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등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던 제품인데 자칫 처방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것.

한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담당 PM은 "문의가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 수십년 이상 처방되던 제품인데 소아 쪽에서는 해당 이상반응이 없던 걸로 안다. 성인도 문제됐다는 얘기가 없었는데, 처방금지 권고가 뜨니까 갑자기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여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다른 담당자는 "주의가 요구된다는 수준인데 향후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진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시장 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병의원에서 품목을 대체되면 처방 비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인 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또 소아에게 처방되는 의약품이니만큼 의사들이 약에 대한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를 많이 사용해왔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약을 대체해야 한다면 현장에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처방 시장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마케팅 전략에도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오히려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가 아닌 다른 성분의 계열로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담당자도 "해당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자사 제품으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있다"면서 "다만 약은 효능뿐만 아니라 보험급여 등 요인이 많아 쉽게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그는 기존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의 시럽제가 약 7원, 정제가 약 30원 수준으로 저렴한데 생약제제 약이나 다른 일부 약으로 대체하면 보험약가가 높아지고,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의 효능이 좋았기 때문에 대체약은 다른 약을 추가처방 하는 등 오히려 보험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참고로 드로피진시럽은 20원, 시네츄라시럽은 19원으로 ml당 급여가 적용된 상태다.

의료계 "지금껏 잘 썼는데 뭐가 문제?"

의료계는 오랜 기간 사용해온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가 안전성 문제로 도마에 올라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21일 의견서를 통해 "최근 코데인 함유 의약품의 안전성에 관해 일방적으로 발표된 유해 논란으로 개원가와 소청과가 혼란을 겪고 있다"며 "외국의 일방적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의 현실과 학술적인 면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일방적인 발표부터 해, 의료현장의 혼란과 국민들의 불안감을 야기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처방 시 나오는 DUR 경고창

아울러 의사회는 EMA가 발표한 '어린이 통증 관리에 적용되는 코데인 함유 의약품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도 약제의 급속대사자는 인종에 따른 유병률이 다양해 백인에서는 10%, 아시아인에서는 0.5~2.5%로 보고 있어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EMA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은 유사제제가 전문의약품뿐 아니라 일반의약품으로도 유통되지만 부작용에 대한 특별한 보고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일반적으로 허가용법보다 저용량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투여 용량은 1cc/kg(디히드로코데인 0.5mg/kg)로 60kg성인기준 하루 60cc를 처방 시 30mg/day가 투여되고 있는데 이는 디히드로코데인 단일제의 용량인 하루 180~360mg의 용량에 비해 적은 용량이라는 것.

의사회는 "환자를 단기간 추적진료하며 저용량으로 진통목적이 아닌 기침 가래 완화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현황에서는 EMA의 안전성 경고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피력했다.

이번 안전성 서한으로 여러 부작용도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심평원이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처방을 하는 경우 삭감하겠다고 일부 지원에서 안내를 잘못해 의료현장에서 혼동 및 민원이 빈발했고 소아환아의 보호자들과 처방의사 간의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것.

의사회 측은 "이처럼 파급효과가 큰 안전성 보고발표는 관련 학회 및 의사회와 사전 의견교환 및 조사 후에 함으로써 다시는 의료현장에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비인후과 등 진료과에서도 해당 성분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대한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 등도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허가사항 반영 의견 수렴 중

식약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국내에서의 위해사례 현황 등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이창윤 식약처 의약품안전정보팀 사무관은 "해당 성분이 소아과 등에서 많이 쓰이는 약인데 EMA에서 안전성 정보가 나와 이를 알려주는 차원에서 사용금지는 아니지만 권고하는 내용의 서한을 배포했다"며 "관련 문의가 상당히 많은데, 현재 업체와 전문가 등에게 의견을 부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 허가사항을 볼 때 참고하는 8개의 주요국가(미국, 유럽,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가 있으며, 해당 국가에 갱신되는 정보는 가급적 우리나라 현황과 비교해 보완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EMA 결정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주요 국가에서 정보가 뜨더라도 국내의 부작용 사례를 검토해 외국과 형평성이 맞는지 고려하고, 과학적으로 평가해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되면 조치를 다르게 하는 방안을 적용토록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 관리실에 따르면 향후 디히드로코데인 함유 복합제가 식약처의 연령금기 성분으로 고시될 경우, DUR 운영지침에 의거해 처방 시 연령금기로 점검되며, 임상적으로 부득이하게 처방해야 할 경우 해당 사유를 기재 후 처방할 수 있다.

현재 DUR 경고창이 뜨기는 하지만 처방이 가능한 디히드로코데인 함유 복합제가 국내 위해사례 조사, 전문가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어떤 결론을 맞게 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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