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의 70~80%가량은 심혈관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심혈관 합병증이란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이 대표적인데, 고혈압·고혈당·지질이상·비만 등이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에서 이들 심혈관사건의 병태생리적 기전을 보면, 위험인자에 의한 혈관의 죽상동맥경화증에 이어 궁극적으로는 혈전이 심·뇌혈관을 막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또는 급성 허혈 뇌졸중 등에 의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혈전을 치료하거나 생성 자체를 사전에 막는 항혈전치료, 더 나아가 항혈소판치료가 중요하다.

특히나 당뇨병 환자의 경우, 여타 심혈관 위험인자의 동반 가능성이 높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위험이 더 높아진다. 미국 역학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을 동반한 심근경색증 환자의 원내 및 3년기간 사망률이 비당뇨병 환자에 비해 유의하게 높다. 우리나라의 KAMIR(Korean Acute Myocardial Infarction Registry) 코호트에 대한 분석에서도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경우, 원내 사망률이나 이어지는 심혈관사건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특히나 당뇨병 환자들은 동반 위험인자와 질환 등으로 인해 죽상동맥경화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화반의 진행억제 또는 퇴행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한 혈전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더욱이 당뇨병 환자에서 혈소판과 혈액응고 시스템에 결함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 환자에서 항혈전치료의 중요성이 더해진다.

그런데 최근 당뇨병 환자에게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투여할 경우 뇌졸중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국내 관찰연구(Diabetology and Metabolic Syndrome(DOI 10.1186/s13098-015-0002-y)가 보고되면서, 당뇨병 환자의 항혈소판제 치료선택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혈소판 응집의 주요 루트인 ADP 수용체를 억제하는 항혈소판 표적 기전에, 출혈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P2Y12 억제제의 선택이 대체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P2Y12 억제제인 클로피도그렐은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 대비 심혈관사건 위험감소의 혜택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CAPRIE 하위분석
당뇨병을 동반한 죽상동맥경화성 혈관질환 환자에서 항혈소판제 클로피도그렐의 임상혜택이 극대화된다는 것은 CAPRIE 연구에 대한 하위그룹 분석(American Journal of Cardiology 2002;90:625-628)에서 보고된 바 있다. CAPRIE 연구에서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은 아스피린과 비교해 죽상동맥경화성 혈관질환 환자들의 심혈관사건(허혈 뇌졸중, 심근경색증, 혈관 원인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췄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의 Deepak L. Bhatt 교수팀은 CAPRIE 연구의 대상 가운데, 당뇨병 환자 3866명을 별도로 떼어내 하위그룹 분석을 진행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경우 재발 및 사망위험이 높다는 점, 이러한 병태생리학적 기전에 혈소판 응집에 의한 혈전색전증이 깊이 관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혈소판 활성의 중요한 루트인 P2Y12 수용체 억제기전의 클로피도그렐이 이후의 심혈관사건을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를 본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하위분석에서 혈관 원인 사망, 모든 원인의 뇌졸중, 심근경색증, 허혈사건 또는 출혈로 인한 재입원의 복합빈도를 1차 종료점으로 평가했다. 분석결과, 당뇨병 환자그룹의 연간 심혈관사건 발생빈도는 클로피도그렐군 15.6%(1914명) 대 아스피린군 17.7%(1952명)로 클로피도그렐 단독치료군의 상대위험도가 12.5% 유의하게 감소했다(P=0.042). 클로피도그렐의 아스피린 대비 연간 심혈관사건 감소의 정도는 비당뇨병 환자에서 9건, 당뇨병 환자에서 21건, 인슐린 치료 당뇨병 환자에서 38건으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군의 허혈사건 또는 출혈로 인한 재입원율과 출혈로 인한 재입원율이 아스피린 대비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데 주목했다. 허혈사건 또는 출혈로 인한 재입원율은 각각 13.3% 대 15.6%로 클로피도그렐군의 상대위험도가 14.5% 유의하게 낮았다(P=0.047). 또 출혈로 인한 재입원율은 1.8% 대 2.8%로 클로피도그렐군의 위험도가 37% 감소했다(P=0.031). 당뇨병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의 유효성과 함께 출혈 관련 안전성이 확인된 것이다<표1>. 허혈사건으로 인한 재입원율은 11.6% 대 12.9%로 역시 클로피도그렐군의 위험도가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에는 도달하지 못했다(P=0.105).

Bhatt 교수팀은 최종적으로 “당뇨병 환자에서 ADP 수용체 억제제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과 비교해 출혈 합병증이 낮은 상태에서 허혈사건 재발위험을 유의하게 줄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에 근거해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의 절대혜택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등록연구 하위그룹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BMJ 2014;4:e006672에 게재된 대만 등록연구에서 아스피린 대비 클로피도그렐의 효과와 동시에 당뇨병 환자에게 미치는 긍정적 혜택이 보고됐다. 대만 창궁의대의 Meng Lee 교수팀은 아스피린 치료 중 허혈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들의 데이터를 관찰한 결과, 이후 아스피린을 증량해 치료를 지속하는 것에 비해 클로피도그렐로 전환해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의 심혈관사건 혜택이 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클로피도그렐군의 심혈관사건(뇌졸중, 심근경색증)은 아스피린군에 비해 46% 낮았다(hazard ratio 0.54, P<0.001).

하위그룹 분석에서도 이 같은 결과는 일관되게 유지됐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군의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 감소는 아스피린 대비 57%로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hazard ratio 0.43, P<0.001). 클로피도그렐의 심혈관사건 위험은 고혈압 환자(아스피린 대비 36%↓, P<0.001), 뇌졸중 병력자(45%↓, P=0.010) 등의 하위그룹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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