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기피현상 우려 …‘공동활용병상’도 시대착오적 규제

 

소주톡을 통해 정형외과 개원가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정형외과병원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개원가에서는 노인진료비 상한제, 차등수가제, 과다한 투자비용 및 규모의 경쟁, 자동차보험 심평원 심사 위탁 등을 어려움으로 꼽았으며, 앞으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가,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허용, 비의료인에 의한 카이로프랙틱 시술 인정, 실손보험의 심평원 심사 위탁 등이 이뤄질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병원가에서는 공동활용병상, 낮은 수술수가, 간호등급제와 구인난, 환자 불신 팽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상세한 실태와 앞으로의 개선방향에 대해 남기세병원 남기세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공동활용병상' 낡은 규제

현재 200병상 미만인 의료기관이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하려면 다른 의료기관과 공동으로 병상을 활용해야 하는 '공동활용병상' 제도가 운영 중이다.

이는 처음 개설된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해 만든 제도였지만, 의료기기 가격이 많이 떨어진 지금의 상황에서는 '규제'가 된다는 입장이다.

 

남 원장은 "해당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MRI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200병상 미만의 정형외과병원들은 초기 투자 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으면서, 동시에 주위 병원들과의 화합이 가능한 해당 제도에 대해 환영의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비싼 기기를 공평하게 같이 쓰려고 한 것이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돈이 아닌 규제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의료기기 구매보다 활용병상을 찾는 게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남 원장은 "규제에 어긋나지 않으려면 무리하게 멀리 있는 곳까지 찾아다녀야 하고, 돈이 있어도 MRI를 구매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발표한 규제기요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남 원장은 "쓸데없는 임대료가 발생해 개원마저 어렵게 하는 진짜 규제는 손도 대지 않고, 환자안전을 위해 제도권 내에서 관리돼야 할 부분은 풀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수술할수록 손해 보는 수가 구조

정형외과는 환자 상태에 따라 비수술적인 치료, 수술치료, 보존요법, 완화요법, 물리치료 등 다양한 치료방법이 공존해있다. 그러나 수가 자체가 저수가인 것은 물론 수가체계가 엉망으로 이뤄져 '고난도 수술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기이한 구조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실제 이러한 수가구조 탓에 일부 병의원들은 '비수술적 치료'를 표방하고 나서면서, 수술을 아예 하지 않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남 원장은 "물론 비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 대해 외과적 수술을 배제하고 갈 수 없다"며 "중증환자일수록 수술이 필요한데, 현재의 구조가 이어진다면 어느 정형외과도 수술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일부 정형외과병원들은 물론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한의원 등 '비수술' 의료기관에서 '수술은 좋지 않다'라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어 환자들이 '수술 기피현상'이 일파만파 커지는 상태다.

이에 대해 남 원장은 "비수술이 적합한 환자도 있고,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학문적인 판단에 따라 의사가 선택할 문제다. 그러나 이제는 수술을 하자고 하면 환자들이 의아하게 본다"고 토로했다.

예전에는 일부 네트워크 병원으로 과잉 수술이 문제로 불거진 바 있는데, 이제는 '과잉 비수술'이 또 다른 문제로 야기됐다는 것.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각 환자마다 질병을 파악한 교과서적 진료가 아닌 수익을 위한 고가의 비급여 비수술적 요법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이는 환자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구인난 심각한데 '간호등급제'로 울상

의원급에서 간호인력보다는 물리치료사 구인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과 달리, 정형외과병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간호사 구인'이라고 언급했다.

남 원장은 "간호사들이 3교대를 기피해 의원급으로 가거나, 3교대를 하려는 간호사의 경우에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병원, 상급종합병원 등만 선호한다"며 "즉 대부분 정형외과병원들은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판국에 '간호등급제'로 인해 그 폐단은 더 심각해졌다고 성토했다. 그는 "병원이 아무리 시설을 잘 갖추고, 좋은 장비를 들여와도 간호사를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며 "이는 지방으로 갈수록, 중소병원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인력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간호등급제'로 인한 가산점 삭감까지 이어지면 그 어려움은 극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남 원장은 "정부에서 간호사들을 지방이나 중소병원들로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고, 뽑고 싶어도 뽑을 수 없는 간호사 수를 가지고 병원들의 지원에 차별을 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유휴간호사를 활용하는 방안이나 2년제 간호사 수입 등에 대한 논의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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