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임상 순항…안전·유효성 입증은 과제로

의료계 일각과 국회 등에서 천연물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지원에 비해 미미한 성과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천연물신약의 진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높아진 천연물에 대한 관심과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도전해볼 만하다는 제약업계의 판단에 따른 것. 반면 국내에서는 발암물질 검출에 대한 논란과 허가기준 완화 등 특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천연물신약 논란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감사원 감사까지 번진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의 제품들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근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 조명해봤다.

"발암물질 검출" vs "극미량…안전 문제 없다"

내수시장에서 천연물시장은 꽤 많은 성과를 거뒀다. 동아ST 스티렌의 제네릭 출시 전 가장 잘나가던 2011년 매출은 900억원대에 달했다.

지난해 IMS데이터 기준으로도 스티렌은 535억원, 모티리톤은 218억원, SK케미칼 조인스는 352억원, 안국약품 시네츄라는 286억원 등 높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의사단체 등에서 천연물신약의 완화된 허가 절차와 안전성·유효성 등을 지적당하면서 매출도 주춤하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천연물신약은 신약으로, 신약의 허가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신약허가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자료제출의약품으로 심사를 받는다고 날을 세웠다. 또 1상과 2상의 일부가 면제돼 천연물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의원협회가 일본 스미카분석센터에 일부 천연물신약의 발암물질 분석을 의뢰한 결과 기준치 이상의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고 꼬집었다. 식약처는 벤조피렌은 원료 한약재를 불에 쬐어 건조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포름알데히드는 원료 한약재에서 유래됐다며, 검출된 두 성분의 양은 극미량으로 인체에 노출됐더라도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감사원이 지난 1월부터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 중에 있어, 결과 발표 후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발암물질 검출과 관련해 이형규 천연물의약품연구회장은 "어떤 물질이든 해가 될 가능성은 있는데 우리에게 노출되는 빈도나 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위해성이 평가된다. 그런 수준으로 봤을 때 물론 벤조피렌이나 포름알데히드가 전혀 없으면 좋겠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과일이나 일반 음식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고 주장했다.

이태후 천연물의약소재개발 및 표준화지원사업단장도 "벤조피렌은 일반적으로 약제를 추출하거나 농축 과정에서 열을 받으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함량이 얼마만큼인지에 따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관계자는 "유해물질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해당 의약품이 안전하지 않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며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유해물질이 실제로 사람에게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고려하는 위해성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벤조피렌 및 포름알데히드를 함유한 의약품은 그 복용에 따른 노출량을 고려해 위해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피감기관으로서 전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글로벌 임상 순항 중…시장 전망 밝아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천연물신약의 글로벌 임상은 순항 중이다. 동아ST의 당뇨성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은 국내 최초로 미국 FDA의 임상 허가를 받아 지난달 미국 임상 2상을 완료했고, 모티리톤의 미국 임상 2상도 2016년 말 완료 예정이다.

녹십자HS의 항암보조제 천연물신약 BST204는 지난해 하반기 독일 임상 1상을 마무리했고 올해 2상 진입 계획에 있다. 녹십자는 신바로의 해외 진출도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약품의 COPD 치료제 YPL-001은 현재 미국 임상 2상a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활발한 해외 임상은 천연물신약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해외 기관의 진입장벽 완화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IMS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천연물의약품 시장은 2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 중 처방 의약품이 18조원 규모를 차지하고 연간 약 1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미국은 2004년 식물약에 대한 산업 가이드라인(Botanical drugs Guidance)을 제정해 새로운 약재에 신규정을 적용하고 천연물의약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2012년 12월까지 FDA의 Botanical 리뷰팀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신청한 건수는 372건에 이르고 있다.

제약업계와 연구단체들의 해외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 이형규 회장은 "천연물신약은 난치성 질환에 차별화된 가능성을 갖고 접근하기 때문에 시장 진입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국제적인 흐름도 타기 시작했고 국내 기술도 뒤떨어지지 않아 충분히 해외 시장에 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천연물신약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많았지만 그동안 수출 실적이 미미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내 제약사도 연구 등을 거쳐 힘을 비축했으니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천연물신약 보유 업체 관계자는 "해외수출 성과는 천연물신약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의 전반적 문제였다"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령에 따라 국내제약사는 천연물신약을 개발했고 현재 해외수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신뢰 저하·발암물질 검출, 풀어야 할 숙제로

그러나 의료진의 신뢰 저하와 발암물질 검출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김성원 대한의원협회 고문은 "천연물신약도 신약과 동일한 심사허가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자료제출의약품으로 신약 허가를 내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독성시험 같은 부분이 면제된다"면서 "천연물신약의 처방량은 엄청난데 이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에서 임상이 통과됐다며 세계 시장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얘기하는데 미국에서도 신약으로 허가심사과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식물성약품(Botanical drug)으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의약품국제조화회의(ICH)도 Herbal medicine이라는 별도 가이드라인을 두고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일반적인 ETC와는 다르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관계자는 "천연물신약은 대체로 단일화합물이 아닌 추출·분획물로 다양한 성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독성 우려가 없는 경우 임상 1상이 면제될 수 있다. 임상 2상, 3상은 국내, 해외 불문하고 모두 진행해야 하며, 임상 방식은 화합물의약품과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또한 "임상적 유효성이 없을 경우엔 천연물신약이든 화합물신약이든 발매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의약품 개발 규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태후 단장은 "1상이 면제되는 것이 문제라면 면제를 안 해도 좋다. 단, 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중국이 천연물신약을 키우겠다고 밀어붙이는데 그쪽은 돈도 인력도 있다. 우리가 선점하고 경험을 쌓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밀린다"고 당부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약사들은 천연물신약이라는 의약품의 한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한 분야를 개척한다는 것은 기업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으며, 산학연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고 이런 협력과 지원은 반드시 긴 안목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협력과 지원이 이뤄질 때 한국이 세계 천연물신약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만약 당장 성과에 급급하면 많은 분야에서 그랬듯 한국은 천연물신약 분야에서도 후발주자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 속에 그야말로 존폐위기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천연물신약이 국내 의료진의 신뢰를 쌓고 논란을 해소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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