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주당 100시간 살인적 업무, 강압적 분위기 만들어...수련병원에도 책임 있다"

서울 K대병원 정형외과에서 선배 전공의의 폭행으로 후배 전공의의 비장막이 파열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전공의들은 이를 두고 개인의 책임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선배 폭행사태에 대해 "가해학생 책임도 있으나, 주당 100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강압적인 분위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문제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말 서울 K대병원에서는 4년차 전공의가 1년차 전공의에게 환자 진료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질책을 하면서 1년차 전공의의 배를 걷어찼고, 1년차 전공의는 비장막 파열로 수술을 받았다.

이를 두고 대전협은 "환자 생명을 살리는 병원 내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전공의 사회의 의견은 다르다"며 "이는 살인적인 업무 속에서 환자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폭행한 전공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막상 자신이나 자기 가족이 피로로 찌든 전공의들에게 수술을 받는다면 때려서라도 깨울 것이란 게 전공의들의 입장이다.

실제 대전협에서 실시한 '전공의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조사'에 의하면 수련과정 중 언어폭력을 당한 경우가 65.8%, 신체적 폭행을 당한 경우가 22%로 집계됐는데, 이중 교수나 선임 전공의에 의한 폭행은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업무강도가 높은 과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전공의 근무시간 현황표.

특히 사건이 발생한 정형외과는 전공과 중에서도 유독 업무량이 높으며, 2015년 기준으로 정형외과 1년차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134시간, 전체 평균은 112시간에 달했다.

이처럼 전공의들이 잠시라도 딴짓을 하면 수술일정이 완전히 엉망이 되거나 병원업무가 마비되는 구조 속이므로, 고년차 전공의들은 전시상황에 가까울 정도로 저년차의 업무 시간을 관리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결국 폭행사태는 의사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전공의들에게 업무량을 편중시켜 발생한 구조적 폭력이 원인"이라며 "전공의 수련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잊고 병원운영을 위해 전공의에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업무를 부담시키는 수련병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즉 수련병원의 신임권한이 병원협회로부터 분리돼야 한다. 전공의들이 구조적 폭력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수준 높은 수련을 받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송 회장은 "가해자 개인만 처벌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며, 물리적 폭력을 유발하는 구조적 폭력을 해결해야 한다"며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환경평가기구 개설과 수련환경 개선 등을 주요 골자로 해 '전공의의 수련 및 근로기준에 대한 법안(전공의특별법)' 입법이 추진 중인데, 이는 환자안전, 전공의 인권, 올바른 의료환경 수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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