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인하하지 않고 '시점' 도입해 약가 조정하는 방안 제안

여러가지 약가인하 제도가 운영되는 가운데, 제도의 적용 시점에 따른 가격 불일치, 일부 약에만 적용, 총약품비 미관리, 업계 반발 및 개발의욕 저하 등의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러 약가인하제도 적용이 필요한 품목에 대해 동시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각 제도가 한꺼번에 운용되는 약가 인하의 '시즌'을 고려해보자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열린 건강보장 정책세미나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약품정책연구센터 박실비아 센터장이 '약가 사후관리제도 합리화 방안'에 대해 이같이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최초 약가 설정 후 달라지는 현실을 반영해 약가를 재설정하는 '약가 사후관리제도'를 운영 중이다.

약가 사후관리 기전은 ▲실거래가에 의한 사후관리 ▲사용량 약가 연동제 ▲제네릭 등재 관련 약가 인하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 인하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일괄 약가 인하 등이 있다.

박 센터장은 "이처럼 여러 제도가 운영 중이지만 실제 제도의 영향을 받는 약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사용범위 확대에 따른 사전인하 제도는 제약사의 투자, 개발을 저해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약가 인하율의 상한이 정해져 있고, 제고적용 결과가 당초 목적과 달라진 경우도 있음을 밝혔다. 예를 들어 사용범위 확대에 따른 제약사 적응증 개발활동 위축, 사용량 약가 연동제에서 모니터링 시점과 약가인하 시점 차이 발생하는 사례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수용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가까운 시기에 여러 제도가 적용될 때 불확실성이 발생하고, 매출 규모 큰 제품이 약가 인하의 주요대상이 된다"며 "업계 입장에서 불만이 많다. 즉 제도 수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제도 적용 순서에 따라 최종 약가가 달라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동일한 사안임에도 다수의 제도가 어떤 순서로 적용되느냐에 따라 약가가 달라지기 때문.

예를 들어 실거래가 인하제도가 먼저 적용되면, 1월 약가 인하 직전에 제네릭 등재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 순서로 되면 실거래가 인하 효과가 없어지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

박 센터장은 "PVA, 제네릭 등재 순서에 따라 제네릭 약가 다르게 되기도 한다. 같은 사유임에도 1달이라는 시점만 차이가 나도 약가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제도 적용의 원인과 결과가 맞지 않는 중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제도들이 총약품비의 목표설정을 통해 지출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하면서, "약가 사후관리 궁극적 목적은 총약품비를 관리하기 위함이다. 지출규모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면, 총약품비의 목표관리, 초과지출의 위험분담 방법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들을 개선하려면 제도 간 조정이 필요함을 밝히며, 각 제도의 원칙과 내용을 최대한 유지하는 선에서 충돌을 최소화하고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가까운 시기에 여러 제도를 같이 적용할 품목이 있다면 '동시에 적용'하고, 약가 인하시 기준 시점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현재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제도 간 상충작용을 조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제네릭 약가인하와 PVA를 동시에 적용해야 한다면 이를 종합해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으로, 행정력 낭비도 방지하면서 제네릭 약가 가격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약가인하시즌'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센터장은 "각각 제도 따로 작동 되는 것 복잡하기 때문에 '시점'을 도입해 주기적으로 약가를 조정하는 방안"이라며 "제도간 충돌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간단하고 명쾌해보이는 방안지만, 현재 약가 사후관리의 틀을 전면 개편하는 제도"라며 "사회적인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해 향후에 고려할 부분"이라고 첨언했다.

이에 대해 가천대 약학대학 장선미 교수는 "단기적 접근 방안, 즉 사용량약가 연동제와 제네릭 등재 약가 인하가 동시에 예정되면 두 제도를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밝히면서, "현재 여러 조정기전이 발휘됐음에도 일부 의약품만 적용을 받은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약가 사후관리를 하는 궁극적 목표인 '총약품비 관리'라는 점을 제안한 점, 그리고 '시즌'제도라는 종합적인 약가 사후관리 제도를 앞으로 갈 방향으로 제시한 점도 적절했다"고 발제문에 동의했다.

반면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이 제도를 운영하려면 의약품 등재 시즌, 적용범위 조정 시즌, 실거래가 조사 시즌, 특허만료 시즌 등 모든 제약사, 또 모든 의약품에 대해 동시적용을 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적용되는 여러가지 사후관리 제도에 대한 재정비부터 해야 한다"며 "여러 제도를 선택, 집중해 하나라도 제대로된 제도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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