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학회, 급성 허혈 뇌졸중 환자 혈관내치료 집중조명
"진단·치료기술에 뇌졸중전문치료실까지 3박자 갖춰야"

국내 학계에서도 급성 허혈 뇌졸중의 새로운 치료법인 혈관내치료(endovascular therapy)에 대한 집중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이사장 정진상)는 지난 9일 열린 춘계 학술대회에서 '혈전치료의 새시대' 제목의 단독세션을 마련, 전신 혈전용해술 → 동맥내 혈전용해술 → 동맥내 혈전제거술로 이어지는 급성 허혈 뇌졸중의 항혈전치료 변화에 대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전신 혈전용해술 한계

급성 허혈 뇌졸중의 가장 이상적인 치료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막힌 혈류를 재개통해 임상예후를 개선하는 것이다.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혈류를 회복하느냐에 따라 이후 사망과 장애의 정도가 달라진다.

가톨릭의대 조현아 교수는 '급성 허혈 뇌졸중 혈전치료의 시행착오'에 관해 발표, "표준요법으로 정맥투여 혈전용해술(IV tPA)이 임상적용되고 있지만 많은 한계를 노출해 왔다"고 지적했다.

증상발현 후 4.5시간 이내라는 시간적 제한(narrow time window)으로 급성 허혈 뇌졸중 환자 가운데 IV tPA 치료 가능한 비율이 5% 미만에 불과하고, 증후성 두개내출혈 위험 때문에 최근 수술경험이 있거나 응고장애 또는 두개내출혈 병력자는 금기사항으로 추가적 제한이 따른다.
 
특히 IV tPA를 적재적소에 투여했다 해도 대혈관폐색(large vessel occlusion) 환자에서 조기 재관류율이 50%를 밑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신 혈전용해술의 한계로, 이러한 뇌졸중 환자들이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로 귀결된다. 대뇌 앞순환계의 근위혈관폐색에 의한 뇌졸중 환자에서 IV tPA 치료에도 불구하고, 60~80% 정도가 증상발생 90일 이내에 독립기능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IV tPA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체 또는 보완요법이 절실한 이유다.

△혈관내치료의 시행착오

이를 위해 개발된 신기술이 바로 뇌동맥 내에서 국소적으로 직접 치료를 실시하는 혈관내치료, 즉 동맥내 혈전치료다. 동맥내 혈전치료는 다시 약물을 사용하는 혈전용해술과 스텐트 등 의료기기를 이용하는 혈전제거술로 나뉜다.

동맥내 혈전용해술은 국소 집중치료가 가능해 시간적 제한에서 보다 자유롭고 전신노출을 줄여 혈관 재개통률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PROACT II와 같은 임상연구에서도 두개내출혈 위험은 다소 높았으나 우수한 재개통률을 통한 임상예후 개선을 확인했다. 하지만 미국식품의약국(FDA)은 IV tPA와의 비교에서 임상혜택 관련 근거부족을 이유로 임상적용을 허가하지 않았다는 것이 조현아 교수의 설명이다.

△동맥내 혈전제거술

'혈관내치료 임상연구'에 대해 발표한 연세의대 송동범 교수에 따르면, 이후 혈관내치료는 기계적 방법을 활용한 동맥내 혈전제거술에 집중된다.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과 같이 카테터를 통해 뇌혈관 병변에 접근해 약으로 혈전을 녹이는 대신 스텐트망으로 직접 제거하는 신기술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초기에는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IMS III, SYNTHESIS, MR RESCUE 등 1세대 기기를 주로 사용한 임상연구에서 기존 전신 혈전용해술 단독과 비교해 유의한 임상혜택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세대 스텐트리트리버 성공적

임상적용이 요원했던 동맥내 혈전제거술은 MR CLEAN, ESCAPE, EXTEND-IA, SWIFT-PRIME, REVASCAT 등 새로운 연구에 힘입어 급성 허혈 뇌졸중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송동범 교수는 앞선 연구의 부정적 결과에 대해 1세대 기기의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적정한 환자를 선택하지 못한 점, 증상발현부터 치료까지의 시간을 단축하지 못한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새로운 연구들은 이전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세 가지 측면에서 숙제를 해결했다. 첫째 이들 연구에서는 동맥내 혈전제거술에 사용되는 기기로 Solitaire, Trevo 등 보다 진일보된 2세대 기술인 스텐트리트리버(stent retriever)를 사용했다.

촘촘한 구조의 뇌혈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카테터 기술의 발전과 스텐트 폴리머 구조의 유연성으로 부작용 위험은 줄이고 임상혜택은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CT나 CT 조영술 등 새로운 신경영상기법을 통해 혈관내치료에 적합한 대혈관폐색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는 것은 물론 치료타깃인 뇌조직 범위나 뇌혈류학적 상태 등을 신속히 파악해 치료에 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뇌졸중센터의 협진팀(신경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등)을 통해 최첨단 기술들을 진료체계에 녹여내 신속한 진단·치료, 즉 onset-to-treatment time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도 일등공신이다.

△신기술 운용은 뇌졸중전문치료실에

대뇌혈관을 타고 표적병변까지 들어가 혈전을 제거하는 스텐트술의 등장, 표적환자를 찾아내는 뇌영상 진단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동맥내 혈전제거술은 IV tPA 단독 대비 임상혜택을 입증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급성기 IV-tPA 치료로도 혈류 재개통이 안돼 심각한 장애를 수반하게 되는 환자들을 정상인 수준에 가깝게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최종적으로 이들 신기술을 총체적으로 운용해 신속히 임상에 적용하는 뇌졸중전문치료실(stroke unit)의 구성까지 3박자가 갖춰져야 비로소 급성 허혈 뇌졸중 치료의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SCAPE와 같은 대규모 국제·다기관 임상연구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뇌졸중 진단·치료기술과 협진 진료체계, 즉 뇌졸중종합관리센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한뇌졸중학회의 정진상 이사장(성균관의대)은 "뇌졸중 급성기에 전문치료실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예후가 훨씬 좋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에 많은 병원들이 대한뇌졸중학회에서 인증을 받아 별도의 공간과 인력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으나 별도의 보험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