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 9일 '뇌졸중전문치료실 수가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국가 차원의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뇌졸중전문치료실(stroke unit)에 적정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 어디서든 초기에 적절한 뇌졸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되려면 현재의 권역심뇌혈관센터를 넘어 지역 단위의 일차뇌졸중센터에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한뇌졸중학회는 9일 춘계학술대회에서 '뇌졸중전문치료실 수가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내 현황과 필요성 및 국가지원 방향을 짚었다.

▲ '뇌졸중전문치료실의 필요성 및 국내외현황'의 주제 발표를 맡은 을지의대 이수주 교수

신설은 커녕 유지도 어려운 현실…국가 지원 시급

토론회에서 '뇌졸중전문치료실의 필요성 및 국내외현황'의 주제 발표를 맡은 이수주 교수(을지대병원 신경과)는 2007년 Lancet 2007;369:299-305에 발표됐던 관찰연구와 2013년 코크란 데이터베이스 리뷰 결과(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3;9:CD000197)를 들며 "전문치료실에서 케어를 받은 뇌졸중 환자는 일반병동과 비교해 사망, 장애 등의 아웃컴 발생률이 20%가량 감소됐다. 아스피린 정도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는 근거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반 허지회 교수(세브란스병원 신경과)에 의해 뇌졸중전문치료실이 이슈화 된 후 학회 차원에서 구체적인 설립 권고안(Korean J Stroke 2008;10:72-75)이 마련된 만큼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한 국내외적으로 이견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014년 8월까지 국내에서 인증을 받아 운영 중인 43개 뇌졸중전문치료실은 대부분 대학병원(88.6%)과 극히 일부의 종합병원(11.4%)에만 설치돼 있고, 지역적으로도 서울(34.1%), 경기·인천(22.7%) 및 지방광역시(38.6%)와 같은 대도시에 편중돼 있어 거주지에 따른 지역적인 차별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병원에서는 통상 6~7인실을 4~5인실로 개조해 모니터링 장비를 설치하고 전담간호사를 배치해야 하는데, 국가나 지역단체의 지원 없이 전적으로 개별병원에 의해 자발적으로만 이뤄지다보니 그 부담이 고스란히 병원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경영진들은 기존 병실료만 받으면서 병상수는 줄이고 새로운 인력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치료실 개설이 부담스럽고, 기존에 운영 중인 치료실조차 인증기준을 준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급성기 뇌졸중 치료의 지역, 경제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정부 주도로 뇌졸중전문치료실을 보급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설만 개조하고 운영은 일반 병실과 다름없는 '무늬만 뇌졸중전문치료실'이 운영되거나 임의로 2인실 또는 상급 병실료를 책정, 혹은 기존 중환자실을 이용하는 등 편법도 늘고 있다.

이 교수는 "초기 치료가 환자 예후를 결정하는 뇌졸중의 특성상 지역에서 일차 해결을 담당하는 뇌졸중전문치료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현실적인 수가책정과 더불어 혈전용해치료 등 특정 진료에 대한 행위료도 수가로 보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뇌졸중전문치료실의 최소 요구기준과 수가책정을 위한 연구용역사업이 필요하다. 권역심뇌혈관센터의 운영 경험 및 자료를 이용해 향후 지역내 일차뇌졸중센터의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역뇌졸중센터 설문 결과'를 발표한 이경복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역시 "인력자원 부족, 수가 문제로 뇌졸중전문치료실 신설과 진료의 질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119 및 응급의료체계(EMS)와의 연계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 '뇌졸중전문치료실 운영실태와 국가지원방향'을 발표한 충남의대 김제 교수

특수병상 수가체계 검토예정…2016년에는 답 나오나

희망적인 것은 선택진료비 축소 등에 따른 손실분 보전 차원에서 수가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심평원에서도 뇌졸중전문치료실을 포함한 특수병상 수가체계 개선방안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연구에서는 뇌졸중 전문치료실의 입원료 비중이 중환자실과 같다고 가정했을 때 2013년 기준 1인당 하루 평균 입원료가 상급종합병원 12만 6567원, 종합병원 8만 3222원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지숙 연구원(연구조정실)은 "뇌졸중전문치료실의 시설 및 의료서비스 제공 현황을 고려하면 준중환자실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판단된다. 독립 unit 형태 운영 여부, 적정 시설, 전담인력, 구비장비, 입퇴실기준 등 준중환자실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적정 시설, 장비, 인력 기준 등을 충족할 경우 뇌졸중전문치료실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적정 입원료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제 교수가 제시한 등급별 뇌졸중전문치료실 설치 기준(안)

권역심뇌혈관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제 교수(충남대병원 신경과)는 "권역심뇌혈관센터 사업 시행 후 혈전용해술 시행률과 시작 시간은 물론이고 입원기간이 유의하게 개선됐다"면서 "성공적인 포괄적 센터 역량강화를 토대로 권역에서 지역으로 연계시스템을 마련하고 개설 및 치료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준중환자실 개념 도입에 동의한다는 입장으로, 수가개발을 하려면 2015년 2월 대한뇌졸중학회가 업데이트한 뇌졸중전문치료실 설치 기준을 활용하되 1~3등급으로 세분화된 준중환자실 간호등급이 마련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1등급은 전담의 가산료를 포함해 13만 4907원, 2등급 11만 906원, 3등급 10만 5625원이 김 교수가 제시한 뇌졸중전문치료실 등급별 입원료 수가(안)이다.

▲ 패널토의에 참석한 (왼쪽부터) 이유리 복지부 사무관, 이건세 건국의대 교수, 허지회 연세의대 교수, 권지현 울산의대 교수

패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유리 사무관(보험급여과)은 "마침 올해 안에 특수병상 수가개편이 정책과제로 예정돼 있고, 실태조사나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 있는 상태여서 시기가 좋다"면서 "늦어도 내년까지는 뇌졸중전문치료실 수가에 관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뇌졸중전문치료실 확충이 시급하다는 공동인식이 형성돼야 한다"며 "현실적인 수가 수준부터 시설, 설비, 인력배치 등 기준 마련에도 전문가 차원에서 많은 의견을 제공해달라"고 주문했다.

학회 정진상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뇌졸중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빨리 받을수록 삶의 질이 보장되고 장애 발생이 줄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면서 "정부와 학회의 입장차를 줄이고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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