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폐소생협회 전국조사 결과, 생존 퇴원율 10%대 머물러

국내 응급실에서 소아 심정지 발생건수가 늘고 있지만 살아서 퇴원하는 환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심폐소생협회 연구위원회 이미진 교수(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가 중앙응급의료센터 국가응급환자정보시스템(NEDIS)으로부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소아 심정지 발생 현황과 예후를 조사한 결과, 전체 2970건 가운데 생존입원율과 퇴원율은 각각 36.2%와 12.8%로 확인됐다.

▲ 표. 응급실 기반 소아 심정지 조사사업 결과

앞서 119 구급일지를 기반으로 한 병원 밖 심정지 관련 연구의 생존입원율(9.4%)이나 퇴원율(3.0%)에 비해서는 한결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 유럽 등 해외국과들과 비교하면 1/3 정도에 불과한 수치다.

그나마도 병원이나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심정지와 심폐소생술의 예후는 일부 단일기관 연구 외에는 보고된 적이 없었는데, 소아는 세부분석에서 배제돼 왔을 뿐더러 병원 안 심정지는 통계자료조차 나와있지 않다. 

이번 조사를 통해 응급실 내 소아심정지 발생건수가 2009년 환자 1000명당 2.81건에서 2012년 3.62명으로 지속 증가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월별, 요일별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응급실 방문시각에 있어서는 유독 생존예후에 취약한 시간대가 존재했다는 사실.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위원회에 따르면 소아 심폐소생술의 생존퇴원율이 가장 저조한 시각은 오전 7시~8시로 전체 평균(12.8%)의 절반도 못 미치는 5.4%를 기록했고, 새벽 0~2시, 새벽 5~6시, 저녁 6~7시에도 7~8%의 생존율을 보여 오후 4~5시(19.7%)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근무자 교대시간이라는 진료공백 시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야간근무 시 소생술 능력의 질적 양적 차이, 병원밖 심정지 상황의 늦은 발견 등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2000년대 후반부터 급성 심정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양적, 질적으로 증가했지만 소아 심폐소생술의 경우 일반인 교육 중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배제돼 있다"며 "영유아 보육시설에서조차 구조 및 응급처치 교육이 법제화 돼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낮은 생존율 왜? 인식·전문교육 부재가 원인…"대국민 홍보·의료인 교육 강화돼야"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 유독 이같은 사태가 초래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소아 심정지에 대한 교육프로그램과 관심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 노태호 홍보위원장

병원별 소아 심폐소생술 시행건수가 연간 7.8회명일 정도로 드물게 발생하다 보니, 보호자는 물론 의료진들조차 이같은 상황에 당황하게 마련이라는 것. 노출기회가 적은 만큼 조기발견율이 떨어지고 처치도 지연되게 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소아심정지가 빈발하진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치명적이라는 건데, 때문에 초기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 나아가 심정지 발생 전 상황을 조기에 인지하고 발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심정지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방하고, 빠른 시기에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것이 환아의 예후를 결정 짓는 관건이 된다.

대한심폐소생협회 노태호 홍보위원장(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은 "진료현장에서 빈도수가 낮은 사건일수록 교육과 훈련이 반복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의 교육과정에 영유아 및 소아 심정지 소생술 교육이 없을 뿐 아니라,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에서도 유사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세계 공통적으로 소아 심정지가 익숙치 않은 상황임에도 생존율에 차이를 보이는 데에는 그만큼 인식이나 훈련, 교육이 미비하다는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전문심폐소생술 교육이수자 현황을 살펴보면, 성인 부문의 경우 2005년 52명으로 시작했던 교육 이수생(ACLS)이 2014년 기준 4509명으로 대폭 늘어난 반면 소아 부문(PALS)에서는 2013년 191명, 2014년 194명으로 여전히 연간 200명에 못 미치는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진 교수는 "소아 심정지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현황을 분석해야 할 뿐 아니라, 성인에 집중된 심폐소생술 교육을 소아로 확대시켜야 한다"면서 "어린이집이나 보육시설 관계자를 포함해 의료인 전문교육도 권고수준 이상의 지속적인 인증관리가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병협이나 유관학회 차원에서 의료인 교육을 강화하고, 병원인증평가 시 적용 가능한 평가지표의 개발을 꼽았다.

노 위원장은 미국심장협회와 유럽의 예를 들며 "성인 심정지가 대부분 동맥경화나 관상동맥심질환으로 인해 발생한다면 소아는 선천적, 유전적 원인이 크다는 점에서 발생기전 자체가 다르다. 소아청소년의 운동관련 급성 심장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크리닝을 통해 심정지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소아청소년의 운동관련 급성 심장사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운동 시 흉통이나 흉부 불쾌감 △원인 불명의 의식소실 △과도하며 설명이 어려운 호흡곤란이나 피로와 같은 개인의 병력과 가족력, 심장잡음 등 진찰 소견을 포함한 12가지 항목을 사전에 체크하도록 권하고 있다는 설명. 여기에 유럽에서는 심전도검사까지 13가지를 권고한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심정지 예측에 관한 심전도검사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어 미국에서 제외됐다"며 "운동 시 심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운동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스크리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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