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업체들 '높은 수수료·낮은 예가' 불만 빗발

 

최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치과병원의 의약품 입찰 과정에서 입찰 업체들이 이지메디컴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지메디컴이 제시하는 예가와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C납품업체 대표는 "서울대병원 입찰 과정에서 입찰이 끝나면 정식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지메디컴이 유통업자에게 수수료를 받는 것이 합당한지 등을 알아보고, 만일 타당하다면 수수료는 얼마까지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얘기가 오고 갔다"고 말했다.

"병원마다 많이 쓰는 품목·입찰가 다른데 낮은 가격 기준으로 예가 잡아
0.81% 수수료도 과다…0.5% 이하로 내려야"

이지메디컴 "예가, 국가계약법 따른 것" 반박
"조달청보다 높은 수수료는 서비스 때문"

이지메디컴에 대한 도매상들이 갖는 불만의 핵심은 예가와 수수료다. 오래된 논란거리인 이 문제가 공정위 제소까지 나온 것은 도매상들의 불평이 더 커졌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C납품업체 대표는 "이지메디컴이 예가를 초등학생이 하듯 잡는다"며 "병원마다 많이 쓰고 적게 쓰는 품목이 다르고 입찰가도 다르다. 어떤 병원은 연간 100억원 쓰는 품목인데, 다른 곳은 1000만원도 안 쓰는 품목이 있다. 업자들은 1000만원 쓰는 곳에서는 밑져봐야 얼마 안 되니까 그냥 싼 가격에 넘긴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에 대해 이지메디컴 측은 예가 문제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지메디컴 한 관계자는 "예가 문제는 안타깝지만 우리도 국가계약법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지메디컴의 주장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의 종전단가로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제주대병원에 한 개 들어가는 품목처럼 낮게 들어가는 걸 갖고 단가기준을 맞춘다. 전북대병원 입찰을 했다면 전북대병원에서 잡는 건 당연한데, 서울대병원 것으로 잡으면 안 되지 않나"면서 "대학병원 중 가장 싼 것이 예가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0.81% 수수료' 풀리지 않는 숙제

도매상들은 이지메디컴의 수수료에 대해 통과세나 다름없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A납품업체 대표는 조달청도 수수료가 몇 백만원밖에 안 되는데 이지메디컴의 수수료는 매우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병원 입찰 규모가 2500억원 선이니까 0.81%면 20억원 가까이 받는 것"이라며 "서울대병원 등에 참여하는 업체는 20곳 정도이고 낙찰 업체는 10곳 정도 된다. 입찰 된다고 해도 도매가 다 먹는 것도 아니고, 마진 덤핑을 거의 안 해야 5%를 가져가는데 여기에서 0.81%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국 도매상의 마진이 거의 없다. 0.81% 수수료는 0.5%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의 수수료는 내자구매시 5000만원까지의 수수료는 2만1000원으로 정액제이고, 5000만원을 넘어서면 초과분에 대한 체감 적용이다. 즉 5000만원~1억원까지는 1.07%, 1억원~10억원까지는 0.76%, 10억원~100억원까지는 0.48%, 100억원을 초과하면 0.38%이다.

도매상들이 수수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실제 도매상들의 생존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매상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예를 들어 매출이 약 3500억원이라 하면, 영업이익이 5% 난 경우 175억원 정도가 남는다. 여기에서 인건비, 관리비, 세금, 제세공과금, 은행금리 다 제하면 약 1% 남았을 때 성공한 도매상이라고 한다"며 "사실 그렇게까지 남기는 도매상도 없다. 세후에 남기면 잘하는 곳이 0.6~0.8% 남긴다. 그런데 이지메디컴은 앉아서 0.81%를 가져간다"며 말했다.

수수료가 높다는 불만에 대해 이지메디컴 측은 조달청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단순비교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지메디컴 관계자는 "나라장터와 입찰하는 기능은 같지만 서비스 자체가 다르다. 우리 서비스는 병원과 연동돼 있어 물건을 발주하고 입고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며 "공급사들에게 시장 확대와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구조 자체가 문제…왜 납품업체에 수수료 받나"
수수료 문제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의약품유통협회 등 관련 단체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서울시의약품유통협회 한 관계자는 "수수료를 도매에게 받으면서 도매 측의 편의를 봐주거나 하는 것은 없다. 이지메디컴이 병원에 약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접촉한다"며 "도매와 제약, 유통의 상생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처음 들어올 때는 상생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전혀 도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이익만 내려고 한다"며 "유통과 병원 사이를 조화롭게 상생할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갑과 을의 관계로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약품유통협회가 강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아직 협회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하는 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업체들은 구조적인 문제까지 논쟁을 확산하는 분위기다.

B납품업체 대표는 "이지메디컴이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병원 입찰 대행을 왜 이지메디컴에서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이지메디컴은 혜택을 받는 서울대병원에서 수수료를 받아야지 납품하는 업체에 받는 건 잘못됐다. 수수료 몇 %보다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도매상 대부분은 수수료를 서울대병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C납품업체 대표는 "이지메디컴을 통해 입찰을 했을 때 혜택을 보는 것이 어딘가? 바로 서울대병원이다. 구매부를 없애고 인건비를 줄이는 등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이지메디컴이 서울대병원에서 수수료를 받아야지 왜 도매상들에게 수수료를 받는지 모르겠다. 또 수수료를 주겠다고 사인을 해야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그런 입찰이 어디 있느냐"라고 불만을 표현했다.

한편 지난 2011년 교과부는 행정감사계획에 의거해 서울대치과병원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계약사무 외부위탁(중계) 업체 선정 시 일반경쟁을 거치지 않고, (주)이지메디컴과 독점적으로 수의계약해 병원에 필요한 전체 의약품(연 63~94억원)을 구매하고 있어, 향후 계약에 관한 사무를 외부에 위탁하고자 할 경우 일반경쟁을 통해 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매상과 대화채널 전혀 없어…완전히 갑"

도매상들은 이지메디컴의 태도에도 마음이 좋지 않다. 오랫동안 수수료에 대한 얘기를 해 왔음에도 좌담회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으려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도매상은 "이지메디컴이 도매업자들과 대화채널을 가져야 하는데 전혀 없다.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협조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이지메디컴이 파악해야 한다"며 "이지메디컴은 고자세로만 임하고 있다. 완전히 갑"이라고 비판했다.

치료재료 등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들일수록 불만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재료, 의료기기 업계들은 대부분 중소업체들이다. 이지메디컴처럼 일명 간납업체들을 통해야만 큰 병원들에 납품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상한가 조정보다 더욱 숨 막히는 것은 지나친 수수료라며"라며 "이 문제는 복지부나 심평원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원래 복지부 소관이었으나, 현재 식약처에서 이 업무를 맡고 있지만 해결방안은 감감 무소식"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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